[민의련칼럼13] 파업철회 촉구 주장을 자기비판하며  

회원 최용준

의약분업은 여전히 시한폭탄이다. 그러나 6월 26일 현재 의사협회의 표결 결과
는 파업철회로 판명되었고, 이미 병의원들은 폐업신고서 제출에도 불구하고 이
미 정상 운영의 궤도에 들어서고 있다. 그 규모와 강도 면에서, 관철하려는 요
구의 포괄성 면에서 사상 유래 없었던 의료계의 집단 폐·파업은 이제 모든 이
들에게 수많은 평가 지점을 남긴 채 일단 소강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으
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에게 불안감과 초조함을 불러 일으켰던 최근 사태에 대
한 명쾌한 정리는 필요하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서 며칠 전에 폐업 중단과 파
업 철회를 촉구하였던 칼럼의 내용과 관련하여 자기비판을 하고자 한다. 

파업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적 관계 속에 놓인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서 현상
한다. 일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파업은 구체적이고 전형적인 예다. 파업이 범
위를 넓혀 전체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 간의 투쟁의 한 양식으로 표현되는 
경우 그것을 '총파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본주의적 생산, 민중의 물질적 
필요의 충족이 아닌 자본축적 그 자체를 위한 자본주의적 생산의 전면적 중
단. 그것이 총파업의 본질이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투쟁에 직면하여 자본가계
급은 대개 국가를 통해 파업파괴에 나선다. 언론을 통한 선무공작, 파업파괴자
를 통한 조직적인 파업파괴 책동, 노동자에 대한 공권력의 침탈 등이 바로 그
것이다. 

이번에 의사들의 폐·파업 '투쟁'은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로부터 '생명을 볼모
로 한 파업'이라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필자 자신도 병원 복귀와 '파업' 철회
를 촉구하면서 '환자를 내팽겨쳤다'는 언사를 씀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생명을 
볼모로 한 파업'이라는 논리의 연장선에 서게 되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곳 민중의료연합 게시판과 다른 여러 곳에 올라온 의사들의 반론
의 핵심은 '우리는 환자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응급실을 떠난다'는 의
과대학 교수협의회의 성명이야 어찌되었든, 의사들은 결과적으로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지켰고 유래 없는 규모와 단결력을 고려하였을 때 다행하게도 큰 불
상사는 없었다. 필자는 대다수의 의사가 환자가 있는 현장을 떠난다는 사실을 
얼마나 노심초사하였을 것이라고,  의사단체의 지도부 또한 전술적으로 있을 
수 있는 불상사가 실제 일어났을 때 폐·파업 투쟁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리라
는 것을 직감하고 대책을 마련하였으리라고 생각한다. 일단 이 점을 신뢰한다
면, 의사들이 최소한의 직업적 윤리와 인간으로서의 양심을 내팽겨치면서 그
와 같은 행동을 하였다고는 필자의 상식으로선 믿기 힘들다. 적어도 그러한 최
소한의 조치가 전제된다고 했을 때, 폐·파업은 그 자체로 비난받을 수는 없
다. 보건의료노조와의 차이는 노조가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 최소한의 인력
을 남겨둔다'는 것과 '응급실을 떠난다'는 것 사이의 종이 한 장의 차이였을 
뿐이다.

그 점에서 '이유야 어떻든간에 생명을 볼모로 삼는 파업은 있을 수 없다'는 식
의 비판은 오히려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 그 논리는 어떤 분식으로도 가려지
지 않는 지배자의 논리일 뿐이다. 그 자체로는 이중잣대이며, 이에 대하여 의
사들이 항변하는 것은 이유가 있는 일이다. 이 점에서 격앙된 의사들이 언론
의 보도를 조작된 선무공작으로, 폐업 철회와 대체인력 파견을 조직적 파업파
괴 공작으로,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공권력의 침탈로 보았을 것이
다. 문제는 혁명적 상황이 아닌 한 이러한 전술은 상대가 '생명을' 볼모로 하
든 '시민의 발을' 담보로 하든 상황 전체를 파업의 주체들이 장악하지 못한다
는 근본적 한계를 지닌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유야 어떻든간에 생명을 볼모
로 삼는 파업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는 아니라 할지라도 파업 사태가 3일을 
경과하면서 제기된 현장 복귀에 대한 호소는 의사들 입장에 서든, 국민의 입장
에 서든 불가피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점에서 처음 며칠간 보여주었
던 강도로 폐·파업을 강행한다는 것은 틀림없이 의사에게든, 국민에게든 커다
란 재앙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의사들의 폐·파업 사태의 쟁점은 하나로 집약할 수 있을 것 같
다. 의사들이 내건 주장이 정당하였는가 라는 문제다. 필자가 보기에 이것은 
사실 쉽게 해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다. '의사가 정의한 임의조제'는 가능하
면 없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 점에서는 또 하나의 전문가인 약사들
도 동의하는 바다. 그러나 문제는 '약사가 정의한 임의조제'가 의사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에 있다. 이것은 결국 의약품의 분류문제로 귀결되는데, 정부나 약
사측이 기왕에 마련된 분류안을 수용하는 반면, 의사측은 전면 재분류를 주장
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분류의약품의 비율을 80:20으로 할 것이냐, 근본적으
로 모든 조제·투약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하는 것이냐에 대하여 의견이 통일
되어 있지 않다. 현행 60:40을 80:20으로 하자는 것은 그것에 걸맞는 체계적
인 증거 제시가 필요한 문제이며, 또한 약사의 전문성에 기반한 일반의약품 판
매를 과연 어느 정도 선까지 인정, 보호해야 할 것인가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 점에서 비율의 조정이든 의사 처방의 독점권 인정이든 그야말로 증거에 기
반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인데, 필자가 알기로는 대개 외국의 비율을 갖다 썼
을 뿐이지 단편적 임상 경험이 아닌 타당성 있는 증거를 기반으로 논의된 바
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의약품에 대한 의사의 독점권 주장은 약사 또
한 분명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주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의사들의 독점권 인정 주장에는 '의료화
(medicalization)' 이데올로기가 놓여 있음이 분명한데, 그것이 과연 넓게 보
아 민중건강에 이로운 것인지는 다음 기회에 다루어 보기로 하겠다). 많은 의
사들은 자신의 임상례에 비추어 심각할 정도로 약국에서 난매가 이루어지고 있
다고 말하고 그 사례를 열거한다. 그러나 의사들은 어떠한가? 의사들의 그와 
같은 논리를 제기한다면, 약사들도 비슷한 논리를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
다. 본질은 다르지 않다. 여기에는 의약사 공통적으로 경제적 이윤 동기가 있
고, 이러한 동기 외에도 수련 및 임상의 경험에 좌우되는 진료에서의 변이
(practice variation)가 있다(다소 동떨어진 얘기지만 임상의료의 질적 수준
이 고르지 못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최근 이것은 '의료를 평가하기
로 한' 한 전직 임상의사의 주장을 통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신동아의 
해당기사를 참조하라). 이 점에서 의사들이 주장이 '정당하다'고만 받아들이기
에는 어렵다. 물론 이것은 사태의 쟁점을 의약분업, 특히 임의조제 문제라고 
보는 전제 위에서 하는 얘기다. 

과연 그와 같은 사안이 파업을 할 정도냐 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러나 이미 의사들의 파업 투쟁은 이미 터져나온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
간 의사집단이 협상력과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해 놓구선…이라고 말한다면, 파
업 투쟁도 넓은 의미에선 정치력과 협상력을 강화하는 수단이라는 상식적인 얘
기를 하고 싶다. 이유가 어찌됐든 '최소한의 전제를 충족시키는 한에서', 의사
가 전통적 의미의 노동자가 아닐지라도 파업의 권리는 그 자체로 보장 받아야 
한다. 

사실 남는 문제는 이번 사태 이후 의료계가 그토록 다양했던 자신들의 주장, 
그토록 내세웠던 자신들의 주장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이를 위한 활동
을 벌여내는가이다. 이제 의협이 자신의 주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을 언
론의 선무공작으로만 돌리는 것은 이유 없는 변명이 될 것이다. 이번 사태에 
직면하여 의료계가 쏟아내었던 다양한 목소리와 물량들, 그 활동력을 감안하
면, 의사집단 일부의 인식대로 본질적으로 상황이 바뀐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
고 국민건강을 위한 제 사안들에 대하여 소극적 활동을 보인다면, 의사 개인
의 취지야 어떠하든간에 결국 의사집단의 이번 파업을 그야말로 '생명을 볼모
로 한' '집단이기주의'로 치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이번 사태를 통하여 의사들이 깨달아야 할 중요한 것이 있
다고 본다. 그것은 의사들의 주관적 소망과는 관계 없이 의사집단 내의 계층
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그것이 현실화될 조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다. 이데올로기적으로도 그러하고, 객관적인 존재조건의 측면에서도 그러하
다. 단언컨대 이번 사태 이후 의사들이 그같은 대규모의 파업 투쟁을 벌일 일
은 없을 것이다. 의사들이 그동안 쌓아두었던 '분노', '울분'들은 어찌됐든 한
번의 카타르시스 과정을 거쳤고 사태 수습의 과정에서 의사의 하위집단마다 견
해의 상이함이 드러날 것이며 이것은 복잡다단한 외부환경에 의해 촉진될 것이
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본연의 의미에서 '교과서적 진료'를 원하는 의사
들의 원망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와 그에 따른 의료의 상품화에 맞서지 않는 
이상 '교과서적 진료'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현명한 의사활동가라면 이러
한 흐름을 잘 포착해야 할 것으로 본다. 한때 동지였던 (민중의료연합 게시판
에 글을 올렸던) '서울대 전공의'님과 (다음넷의 민중의료연합칼럼란에 글을 
올렸던) '늘푸른'님에게 특히 전하고 싶은 얘기다. 서로에게 시선을 떼지 않기
로 하고 동지적 비판을 아끼지 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