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공지사항
한겨레11/1 '왜냐면' 기고문입니다.-기업도시법 기업도시법, 의료 사유화 정책의 표본 최근 건설교통부는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복합도시 개발특별법’(일명 기 업도시법) 제정안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때마침 대통령은 시정 연설에서 기 업도시 건설 등을 뼈대로 하는 ‘뉴딜형 종합 투자계획’을 수립해, 경기 활성 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결연한 의지에도 이를 바라보 는 눈이 곱지만은 않다. 이미 민주노총 등 13개 사회단체들은 기업도시법에 대 한 반대 성명을 내놓았다. 이들의 반대성명 내용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업도시법은 국가의 공공서비 스 기능을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한 대목이다. 정부가 밝힌 기업도시법안은 자족성 강화와 생활여건 개선의 명목으로 병원과 학교의 설치상 특례를 인정하 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기업, 곧 영리법인이 병원 등을 설립하는 것을 허용 한 셈이다. 의료기관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기업도시법안의 내용은 두 가지 다. 첫째, 시행자가 도시 개발과 동시에 의료기관을 설립하되 개설할 때에는 비영리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원칙으로 한다. 둘째, 시행자가 특수목적 병 원을 설립·운영하되 잉여금 일부를 도시 개발과 지원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 다. 문제는 법률안의 내용이 서로 모순적이어서 정책의 일관성을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영리법인 의료기관 설립 허용 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연하 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허용하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고, 커진 의 료비 부담 때문에 사보험에 대거 가입할 것이며, 사보험이 자리잡으면 기존 건 강보험의 급여 수준이 개선되지 않을 것은 뻔하다. 국가가 보호해야 할 건강조 차 개인에 맡기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 기업도시법안은 시행자의 의료기관 설립과 개설시 비영리 법인으로의 전환 원 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비영리 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은 현행 의료법의 관련 규 정과 다를바 없는 것이다. 그것이 ‘특례’가 되려면 의료기관 개설 때 비영리 법인으로 전환한다는 원칙을 바꿔야 한다.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허용하겠다는 얘기다. 나아가 특수목적 병원의 잉여금 유출 허용은 그 자체가 영리법인 의료 기관 설립을 용인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영리법인을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눈 을 피하면서 실제로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의 조정안도 같은 의도를 내비친다. 조정안을 보면, 영리법인 의료 기관 설립은 허용하지 않지만 사업 시행자는 법인과 별도로 부대사업을 수행하 여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은 기업이 의료기관 근처에 목욕탕이나 유료 주차장을 지어 돈을 버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일로서, 이미 그 자체 로 ‘특례’가 될 수 없다. 이렇듯 법안이 지닌 문제가 너무도 명백하기 때문 에, 정부는 애초 태도를 바꿔 기업도시 내 영리법인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추론의 근거는 첫째, 정부가 이번 정기 국회에 제출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실질적으로 국내기업 의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법인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고 있으며, 둘째, 경제자 유구역법의 투자유치 제도를 국내기업에 포괄적으로 적용하기 곤란하다면서 기 업도시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특정지역이나 정책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지역특구 등 정부의 주요 정책들에서 일관성 있게 발견된다. 정부 는 기회가 있으면 공공의료를 확충하겠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영리법인 의료 기관 허용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 정책이 국민 건강에 당장 어 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허 용하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고, 커진 의료비 부담에 대처하기 위 하여 사람들은 사보험에 대거 가입할 것이며, 일단 사보험이 자리를 잡으면 기 존 건강보험의 급여 수준이 개선되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결국 나라가 보호해야 할 기본권인 건강조차 전적으로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맡겨버리는 상 황이 올지도 모른다. 정부의 의도적인 사유화 정책으로, 그러지 않아도 부실 한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는 이제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기업도시법 은 의료 사유화 정책의 표본인 셈이다. 최용준/의료연대회의 정책위원, 한림대 의대 교수
[140-801] 서울시 용산구 갈월동 8-48 신성빌딩 4층 TEl : 02) 774-8774 Fax : 02)774-8773 E-mail : tsmyr@jinbo.net 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