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공지사항

글번호 3743번 등록 2005-04-02 10:48:57
글쓴이 민중의료연합 글쓴곳
제목 [논평] 샴페인 아래 불타버린 절규
인권하루소식4/1
[논평] 샴페인 아래 불타버린 절규 

또다시 화마가 5명의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삼켰다. 이번 사건은 성매매 방지
법 시행 1주년을 맞이해 관련 기관들이 자축의 분위기에 들떠 있을 때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참사였다. 더욱이 신임 경찰 총장이 "인권은 반드시 지켜야 할 
절대적인 가치"라며 '인권명함'을 내밀고 '인권보호센터'와 '인권보호단'을 만
들겠다고 분주히 홍보하던 와중에 생긴 일이라 더욱더 기가 막힌다. 

이번 참극은 성매매 방지법 시행이 얼마나 형편없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한 편
의 상황극처럼 보여주었다. 미아리에서는 수백 개의 업소가 조용히 성업 중이
었다. 화재가 난 업소는 군산 대명동처럼 감금 시설이었다. 밖에서는 창문처
럼 보이지만 안에 들어서면 쇠창살과 합판으로 창문은 모두 폐쇄되어 있었다. 
성매매를 강요당하던 피해 여성들은 이미 여러 차례 경찰에 문자 메시지를 보
내는 등 구조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조사하는 시늉만 하고 말았다. 화재가 나
던 날도 조사를 받고 돌아온 여성들은 다시 '영업'을 해야 했다. 

우리는 경찰에 대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누를 수가 없다. 집결지를 탈출한 
여성들은 경찰의 단속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고 증언해왔다. 단속이 실
시되면 가장 먼저 업주들에게 정보가 알려지고 피해 여성들은 이미 짜여진 시
나리오에 따라 업소를 빠져나가곤 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제까지 단속해야 할 
업주는 '보호'했으며 보호해야 할 피해 여성들은 업주들의 먹이감으로 던져놓
았던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성매매 방지법 시행 1주년을 비웃기라도 하듯 벌
어진 이번 화재 참극이다. 미아리 업소들은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3일간 
영업하지 않는다고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다. 끔찍한 일이다. 희생자들이 불쌍
하지만 '그까짓 단속'은 얼마간 언론에서 떠들고 나면 잠잠해 질 것이라는 업
주들의 의지를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이들의 오만함은 바로 부패하고 무능
한 검·경에게 있음을 분명히 확인한다. 

경찰이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행태는 '인권 경찰'이 되겠다는 다짐에 침을 뱉
은 꼴이다. 정신지체장애 여성의 애타는 구조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머리가 
좀 나쁜 여자인 줄 알았다"고 변명하는 경찰에게 인권의식은커녕 최소한의 치
안이라도 맡길 수 있을까? 피해 여성이 신고한 업주는 무려 성매매 전과 19범
이었다. 경찰이 불구속이라는 미온적 대처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번 참극은 막
을 수 있었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한참 인권선언의 봇물이 터지던 19세기 말 여성운동가 올랭프 드 
구즈는 '여성과 여성시민들의 권리 선언'을 내놓았다. 당시 인권선언이 부르주
아 남성들의 권리만을 옹호하는 명백한 한계에 맞서 그녀는 '세상의 절반'의 
권리를 부르짖었다. 그녀의 권리선언의 한 구절은 이렇게 말한다. "여성이 교
수대에 오를 권리가 있듯이 연단에 오를 권리가 있다." 2백년 전 문서의 고색
창연한 구절이 아니다. 강요된 '죽음의 권리'를 넘어 떳떳한 시민으로 '광장
에 나설 권리'가 성매매 피해여성들에게도 있다. 경찰은 고인들의 죽음을 욕되
게 하지 말고 진정한 '인권경찰'로 거듭나길 바란다.
패스워드를 입력해 주십시오. 삭제한 게시물은 복구할 수 없습니다.
패스워드:    
| 목록보기 | 이전페이지 |

 

 

[140-801] 서울시 용산구 갈월동 8-48 신성빌딩 4층
TEl : 02) 774-8774   Fax : 02)774-8773  E-mail : tsmyr@jinbo.net
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