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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글번호 46번 등록 2002-03-15 0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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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퍼온글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의료는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상품생산이 되지 않으므로, 소비산업이라고 했
다. 이십여년 전에 정부 경제부처 공무원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
다. "우리나라에서 성적좋은 학생들이 의대를 가기 때문에 문제다. 의료는 수
출도 안되고 소비만 하는 부문인데, 여기에 우수 인력이 가는 것은 문제다."라
고. 필자는 이것이 공무원 한 개인의 관점이 아니라, 그 동안 정부의 관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의 복지보다 수출지상주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1977
년 의료보험이 시작될 때, 국민 총생산대비 기본 진료비 비율이 0.16%에서 
1997년에 0.032%(보건의료정책연구소 자료)로 1/5로 꾸준하게 축소되어 온 것
을 어떻게 설명할까? 산업화를 통해서 한국 경제가 그동안 발전을 해온 이면에
는 모든 분야에서 이와 같은 인위적 억제와 통제가 있었다고 필자는 생각한
다. 

의사를 양성하기위해서는 기본적으로 11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의대 6년동안 
이수하는 학점수는 일반 4년제 대학의 1.5배가 아니라 두배 이상이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 배우는 지식의 양이 압도적인 것은 생명의 소중함과 의학의 방대
함 때문이다. 보통 의대에서 1-2년간의 임상실습을 함에도 추가로 5년의 수련
의, 전공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환자의 생명에 최선을 다하기위해서다. 또 새
로운 의학 지식을 계속 얻지 않고서는 의사로서 현상유지를 하기도 어렵다. 의
사가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무형의 서비스다. 약을 처방하지 않는 것은 약
을 처방하는 것만큼이나 똑같은 지식과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약을 처방하
지 않아도 약을 처방한 것과 똑 같이 지식의 활동을 인정하고 보수를 인정한다
면, 의사들이 약을 많이 쓸 이유도 별로 없다.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수의 의
사들이 자기 자신이 아플 때, 약을 잘 먹으려하지 않는 것은 의대 내내 약의 
부작용에 대하여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우기 때문이다. 의사가 예전부터 주장
한 것은 전문가의 지식으로 행해지는 결정에 대한 보수였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아서 약에 마진을 붙여서 약을 처방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한 것은 정부의 수
가 정책이었다. 그것을 왜 진작부터 시정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본다면, 폐업을 
왜 진작부터 하지 않았느냐는 이야기와 같다. 내내 이야기해 보아야 정부는 들
은 척도 하지 않았으니까. 

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계속 정부와 언론에서는 의사들의 집
단 이기주의가 문제라고 말한다. 현재 의사집단에서 주장하는 것을 집단이기 
주의라고 매도하는 것에 필자는 동의할 수 없다. 수가가 외국의 십분의 일, 이
십분의 일을 받고도 그동안 집단행동 한번 해보지 못한 집단이 무슨 집단이기
심이 그리 많겠는가? 그러나, 의사들이 주장하는 바가 집단이기주의라고 가정
해보자. 그러면, 어느 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지 않는단 말인가? 요즘 정
부와 언론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중의 하나가 ''시장의 힘''이다. 시장의 힘
이란 시장의 참가자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닌
가? 그 시장의 힘이 타인의 이익만을 위해서 희생하는 가운데 생기는 힘이란 
말인가? 우리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 문제는 그 집단의 주장에 대한 
합리성을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의사는 의료서비스 제공의 중심자다. 의사가 간호사나, 약사처럼 4년간 과정
만 마치면 바로 현업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
력을 지식의 누적과 훈련에 바치는 것은 의료서비스 제공의 중심자로서 생명
에 대한 최종 판단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전문가로서 의사의 주장을 ''집단 이
기주의앞에 절대로 굴복하지 말 것''으로 말한다. 의사들이 굴복시켜야 할 집
단이란 말인가? 그렇게 밀어붙인 의약분업덕택에 약화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
고, 정부의 강변에도 대체조제, 임의조제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의사
폐업과 관계없는 일이다. 처음부터 이와 같은 현실의 지적이 의사폐업 발생의 
주요한 이슈인데도, 현 의약분업체제 아래에서는 잘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전
문가의 의견이 간단하게 집단이기주의로 치부되고 의료시스템의 문제가 의사폐
업의 결과인 것처럼 몰고간다. 간단한 감기는 약국에서 치료할 수 있는 일이라
는 이야기가 당연하다는 듯이 나온다. 도대체 간단한 질환인지, 중환 질환인지
는 누가 판단하는가? 암도 처음에는 경한 질환처럼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흔
한 일이다. 이런 접근 방법으로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황폐화되는 것은 시
간문제다. 

망가진 경제시스템의 복구에 100조 이상의 돈을 부어 넣고, 추가로 30조 이상
의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대신 복지국가를 내세우
는 정부가 정부수립이래 한번도 투자한 적이 없는 의료시스템에 3조를 투자한
다고, 거부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개혁피로증에 걸리게 
한 정부가 모든 악의 근원을 의사때문으로 선전하여 국민들의 스트레스 해소대
상으로 의사들을 증오의 대상과 희생양으로 몰아가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고 생각하는 것인가. 

의사집단을 적으로 몰아 굴복시키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우리나라의 의
료시스템은 황폐화되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의료시스템이 망가지면, 의사들
은 의사를 안하면 그만이다. 의사집단을 아무리 몰아도 그들이 의사밖에 할 일
이 없다면, 의사들을 밀어붙이고 굴복시켜서 사회적으로 기능을 유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사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세가지다. 첫째 끝까지 한국의 의사집단으
로 남아서, 올바른 의료시스템의 구축에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의사들을 ''굴복''시키겠다고 했으니까, 필자는 현재로서는 잘 모르겠다. 두 
번째는 외국으로 가는 것이다. 수십년동안 한국의 의대는 어느 대학교를 막론
하고 가장 성적이 좋은 사람이 들어갔다. 그리고, 의대의 교육과정은 한국의 
사회 시스템중에는 매우 드믈게(?) 미국의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덕분
에 한국의 의사들은 임상의학측면에서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경쟁력있는 집단이
다. 미국 의사 자격시험에 한국의 의대 졸업생들이 합격하는 것은 그리 어려
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의사개인의 임상진단과 치료 능력에서도 미국과 비교
하여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의료시스템을 제외하면, 임상환자에 대한 차이
도 대부분이 열악한 자원과 환경에서 기인할 뿐이다. 세 번째는 한국에서 의사
를 그만두고 전직하는 것이다. 개인의 경쟁력은 충분히 생존하고도 남는다. 인
적으로 우수한 집단이 하루에 15시간씩 일을 하면서 훈련받은 경험과 지식은 
사회의 어떤 분야로 진출하던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요즘 벤처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하지만, 이미 의사들은 몇 십년 동안 벤처기업인 이상으
로 열심히 일을 해왔다. 특히나 건강에 관심이 많은 한국 국민을 생각할 때, 
생명보험, 건강관련 식품산업, 제약업 어느 곳에 가더라도 경쟁력을 가진다. 
한 예로 의사가 생명보험설계사가 되면 소비자에게는 누구보다 신뢰가 있을 것
이다. 

정부가 의사를 ''굴복''시킨 후, 의사들이 의사집단에 그대로 남아 있을까? 현
재 40세 이하의 의사들이 전체 의사의 절반을 넘는다. 대부분이 두 번째 세 번
째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의대생들이 선배들이 전직을 하는데도 의대를 다닐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미 가장 합격선이 높았던 의대를 들어왔던 그
들이 아닌가? 당연히 다른 대학으로 다시 들어갈 것이다. 그사이 의료 서비스 
제공의 중심에 있던 의사들의 공동화가 사회문제로 등장할 것이다. 제대로 된 
의사 한명을 양성하는 데 10년 이상이 걸리니까, 사회적으로도 수적인 면에서 
의사수를 회복하는 데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또 남는
다. 기존의 의대생들이 사라진 그런 의대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전
보다는 자질이 떨어질 것이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대부분 의사의 자
질에 기대는 것이다. 그러기에 의사 한명 한명을 양성하는데, 그렇게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닌가. 황폐한 의료시스템아래에서 임상 의학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희망한다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그리고 뒤이어 들어온 그들도 처
음부터 기대할 수도 없는 명예와 정상적 진료로 생존이 불가능한 망가진 의료
시스템아래에서 어떤 행동을 보일 지는 생각하기도 싫다. 

또 다른 방법은 요즘에 정부와 시민단체가 합창하는 의료시장개방이 있다. 이
렇게 황폐한 의료시스템에서 선진국의 의료진이 진출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 
차체가 황당하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다. 한국을 가장 선호할 한국의사들이 떠
나는 한국에 어떻게 선진국의 의료진이 들어오리라고 생각하는지, 도대체 의료
시스템에 대한 기본 이해라도 하고있는지 의심스럽다. 한국에 들어오는 의료진
이 있다면, 동남아에서다. 현재 한국의 의사국가고시에 동남아국가 의대 졸업
자들이 시험응시를 한다. 그런데 그들은 거의 합격되지 않는다. 이것이 현실이
다. 동남아에서 대량으로 수입하는 의료진의 수준에서 우리나라 의료수준은 몇
십년이 후퇴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때가면 다시 정부, 언론은 의
사들의 자질이 형편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할 지 모르겠다. 왜 요즘은 허준 같
은 뛰어난 능력의 의사가 없느냐고 의사들에게 몰아세울지 모르겠다.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지식정보화를 말한다. 지식정보화사회가 되려면 지식
의 가치는 존중되어야 한다. 가장 전문화된 지식인집단의 주장을 이기주의 주
장으로 간주하는 사회에서 지식의 가치가 존중될까. 의사집단을 이렇게 대하는
데, 어느 지식인 집단인들 무사할 수 있을까? 

전문가집단을 굴복해야될 집단으로 간주하고, 그들의 주장을 집단이기주의로 
모는 사회.복지국가의 구호는 있되 내용은 간데 없고, 복지의 중심인 의료시스
템은 황폐할 대로 황폐해지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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