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뉴스 13호]
[13호] 포퓰리즘을 필요로 하는 신자유주의 정권 출범을 앞두고 (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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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면 사람들은 '그래도 뭔가 나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마련이다. 그래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집권 초반을 지
켜보곤 해왔다. 전교조도 그런 기대감 속에서 새 정권의 출범을 대해온 것이
사실이다. YS정권 때는 해직교사가 복직되었고, DJ정권 때는 합법화가 이루어
졌다. 물론, 이런 것들은 정권이 준 선물이라기보다는 민중의 땀과 눈물과 고
통의 결실들이었고 그 불완전함은 이후 투쟁 과제를 남겨놓곤 하였다.
포퓰리즘을 필요로 하는 신자유주의 정권
노무현 정권은 어차피 노급의 계급적 이해를 담지 않을 것임이 뻔한 부르주
아 정치집단에 불과하지만,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탓에 대중적 인기몰이 책으
로 정권을 유지해 나갈 수밖에 없음도 사실이다. DJ의 신자유주의 정책노선을
계승하면서도 신자유주의의 파괴성에 대한 폭넓은 불만을 대중영합적이면서도
계급대립을 희석시키는 제스츄어로 무마해가려 들 것이다.
노무현의 지지층은 여러 집단이 느슨하게 결합된 형태이다. DJ같은 정치권
내 家臣 그룹도 없다. 그래서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평이 벌써부터 나온다.
계층적으로는 제중간계층-NGO, 세대적으로는 낡은 정치를 거부하고 이미지를
쫓는 '젊은 세대', 자본의 분파 가운데는 신자유주의적 경제합리화의 완성을
바라는 벤처 및 월가의 신흥자본가, 그리고 노동자, 농민도 상당수 노무현을
선택했다.
정치, 사회적으로는 '변화, 개혁'에 대한 갈망과 이회창 집권(수구세력의 재
집권)에 대한 공포가 노무현 당선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노무현의 당선은 정책과 노선에 대한 면밀한 판단에 근거한 계급적 선택
의 결과는 결코 아니다. 80년대 반독재민주화운동의 세례를 받은 386의 얼치
기 진보의식-노무현이 그래도 (이회창보다는) 진보적일 것이다-도 노무현에게
표를 몰아주는데 큰 몫을 했다. 신자유주의의 직접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노
무현에 건 기대도 있었다. 노무현 지지는 반이회창 정서와 노무현 개인의 개혁
적 이미지에 대한 선호 및 아직 진보정당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 현실의 한계에
서 연유한다. 따라서 노무현의 지지기반은 이념적, 계급적으로 그 성격이 분명
하지 않기에 언제든 분열되고 이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계급적 성격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는 노무현 정권의 보수성과 신자유
주의적 성격이 아직은 대중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단계이다. 신자유주의 정책노
선의 선회를 바라는 이들과 지속적인 신자유주의적 합리화에 기대를 거는 이들
이 모순적으로 결합된 지지기반의 성격은 노무현 정권이 '포퓰리즘'적 모습을
나타낼 가능성을 엿보게 해준다. 즉, 계급이 아닌 지지대중의 복합적 성격 때
문에 대중의 요구를 완전히 뭉개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단호하게 추진할 처지
는 못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낙관은 금물이다. 이념적으로 보았을 때 DJ
의 세계화, 정보화 노선을 그대로 따르고 있고 경제 정책에 있어서도 고스란
히 DJ의 신자유주의 노선을 따른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되 그 단
호함은 다소 결여된 포퓰리즘적 모습을 띨 가능성이 높다.
예상되는 교육 정책 기조
교육정책의 기본 컨셉에서는 DJ 정권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 예측되지만 이를
철저히 '고수'하는 모습이라기보다는 수정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듯
하다. 교육 부문은 여론을 관망해가면서 시장화냐 공공성 강화냐의 기로에 서
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 공약의 기본컨셉은 자율과 다양이며 주요 슬로건은 '자율과 다양성을 통
한 희망의 교육', '머물고 싶은 학교', '신뢰와 존경받는 교원', '학벌사회를
실력사회로', '획일적인 교육을 다양성 교육으로', '타율적인 학교를 자율적
인 학교로'이다. '공교육 강화'가 결코 그 기본기치로 자리잡고 있지는 않다.
교육부문 공약의 구성을 보면 교육주체의 불만 및 교육문제 완화를 꾀하는 정
책이 다수를 차지한다. 교원정책, 입시문제, 사교육비부담, 교육 여건, 교육불
평등에 대한 공약에서 나타난다. 이것들은 줄곧 거론되어 온 이슈들이므로
그 '진의'와 '추진력'이 문제가 될 것이다. 또한 '불평등'에 대한 불만과 이
에 대한 위기의식은 교육복지라는 개념으로 표현되고 있긴 하나, 소외 계층에
대한 '시혜성' 정책으로 땜질하려 들 공산이 크다. 입시 등 경쟁 격화에 대한
문제 지적 방식은 교육주체들과 유사한 듯 보이나 해결방안으로 내놓은 정책
은 DJ정부의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공교육내실화 정책에서는 공교육을 완전한 경쟁체제화 하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다. 문제가 될 부분은 고교평준화이며, 이에 대해서는 현행 유지 +
보완이 기본입장이지만, 보완론은 본질적으로 해체론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에 안심해선 안 된다. 학교 형태를 다양화하고 학생 선택권을 확대한다고 밝히
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공약 상에서는 자사고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
어서 '뜨거운 감자'라 여기고 있음이 역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추진을 백지
화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대학부문'에서는 '경쟁력' 제고 담론이 확실히 강세
여서 대학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고삐를 스스로 늦추길 기대하긴 어렵
다.
요컨대, 공약만 보아서는 전교조의 주장을 그래도 많이 수용한 듯 보이지만,
기조에서 큰 양보는 없다. 개별 정책들을 낮은 수위로 수용했다는 의미이다.
앞서 살펴본대로, 고교평준화에 대한 애매한 입장이 그러하고 계약직 교원에
대해서도 '신분보장' 정도만 언급하고 있을 따름이다. 교장 임용에 있어서도
외부초빙, 보직제 등 '다양화'하겠다고만 한 상태여서 선출보직제를 적극 추진
할 의사는 크지 않다 하겠다. 7차에 대해서도 '수정고시' 등의 구체적 언급은
전혀 없고, 그저 '전면 개편'이라는 말로 어물쩡 넘어간다. 교육개방을 '대
세'라 못박고 있는 건 심각한 문제이다.
전반적인 정책 추진의 추이에서는 시장화 + 개방화를 급속하게 추진하는 모습
을 당분간은 띠지 않겠지만, 마찬가지로 공교육 질을 제고하는 정책도 그 모습
을 빨리 드러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망의 태도를 유지하다가 이후 논쟁
이 불거지게 되면 차기 정권은 시장화냐, 공교육강화냐의 갈림길에 놓일 수밖
에 없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교육노동운동진영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노동, 민중운동 진영이 처해 있는 현실은 노무현 개인의 개혁적 이미지에 기
대어 너그럽게 지켜봐주는 여유를 부릴 처지가 못된다. 교육부문을 보자. 신자
유주의 정책전개의 결과로 교육평준화정책은 이미 타격을 입은 상태이며, 교육
을 자본의 먹잇감으로 만들고 교육주권을 유린할 교육개방이 준비되고 있다.
정보의 집중적 수집으로 인권침해와 교사의 노동강도 강화를 가져올 전일적 통
제, 감시체제가 그 본질인 NEIS가 현장에 진입하려 들고 있다.
빠르게는 3월 교육개방 및 NEIS 추진 경과를 통해 새 정권의 교육에 입장이
드러날 것이다. 평준화 문제나 자립형 사립고, 계약직 확대 등은 관망하면서
속도를 조절해서 진행될 것이므로 이 문제만으로는 '혼돈의 소지'가 있다. 전
교조가 새로운 정치지형 속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NEIS문제에서 우선 단호함
을 보여야 한다. 만약 어정쩡한 입장(유보나 프로그램 개선) 표명 수준에 그치
거나 의제화조차 안 될 경우 대대적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음을 새로운 정권,
그리고 조합원 대중에게 분명히 하면서 전교조 새 지도부도 출발해야 한다.
부르주아 정치집단에 무원칙적으로 기대는 행위는 기회주의로 빠지게 마련이
다. 역사가 노동운동, 민중운동 진영에 남긴 교훈은 그들에게 기대기보다는 대
결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단결의 원칙을 지켜내야 한다라는 사
실이다. 새 정권의 출범을 앞둔 지금 교육노동운동진영은 냉철한 정세 판단과
자기 혁신으로 '신자유주의 저지와 공교육강화'라는 절체절명의 목표를 향한
공세의 칼끝을 날카로이 해야 한다.
우려되는 건, 전교조 내부에 노무현 정권에 대한 기대심리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인데, 포퓰리즘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성격
을 드러내는 한편(환상 깨기), 공세적으로 압박을 해 들어가야 한다(공교육 강
화를 교육노동운동진영의 방향성으로 삼아 결집하기). 전교조가 초반에 '봐주
기식'의 입장표명을 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닫는 것이 중
요하다. 노무현 정권은 힘의 관계 속에서 언제든 방향 선회할 가능성을 내포
한 정권임을 분명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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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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