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창원 두산중공업에서 한 노동자가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고통받다가
분신자살 하셨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그 소식은 바로 우리 가족의 이야
기같았기에 슬픔은 배가 되었습니다. 저희들 남편과 가족 역시 회사측의 손해
배상과 가압류로 인해 1년 가까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니 얼마 전 노
동부 특별조사반에서 두산중공업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를 확인했다고 하던데,
그 부당노동행위라고 하는 것이 한진중공업에서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진중공업에서 사람이 죽기 전에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해제하도록 하고 저희
가족들도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이렇게 진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2002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발단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희 남편들은 부산시 영도구에 위치한 한진중공업에 다니는 노동자입니다. 그
런데 11개월 정도 전부터 부동산과 임금에 대한 가압류니, 손해배상이니 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인지... 너무나 당황스럽고
막막해서 여기저기 알아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한진중공업 회사와 노동조합이 지난 2002년도 정리해고문제로 대립했
던 것이 발단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작년에 나이 드
신 분들을 중심으로 교육발령대상자를 정해놓고 컴퓨터 교육이며, 리포트를 제
출하게 했다고 합니다. 나이 50안팎의 늙은 노동자들에게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그렇게 교육을 시키고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을 살
리고자 회사와 이 문제를 논의하려고 했으나, 회사에서는 묵묵부답이었으며,
교섭자리조차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로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는 원직복직, 징계해제는커녕 오히려 노동조합의 활동에 발목잡기 위해 7억 4
천 4백여 만원의 금액을 가압류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에 손해배상과 가압류라니요! 이래서야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
을 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어떻게 그 많은 돈이 책정이 되었는지는 일언반
구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한진중공업 회사는 살판났답니다.
2월 17일자 신문에 한진중공업은 8,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스위스의 MSC(3
척)사와 독일의 오펜사(2척)로부터 3억8,000만달러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그러
면서 "올 수주목표를 상향조정하고 고기술·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와 건조에 역
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올 들어 지금까지 수주한 배만 해도 12
척 7억 1,000만 달러나 된답니다.
그리고 지난해 당기순수익만 239억원이라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주주총회를 통
해 주식 5% 현금배당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배는 수주하기만 하면 그냥 하늘에서 떨어집니까?
다 한진중공업 사원들이 피땀흘려가면서 만들기 때문에 이렇게 수주하는 것 아
닙니까? 그런데도 한진중공업에서는 돈 많이 벌었다고 자화자찬하며 즐거워합
니다. 그 즐거운 자리에 왜 저희같은 사람들은 끼워주지 않는 겁니까?
IMF때 다들 같이 허리띠 졸라 메고, 내일은 오늘보다는 나을 거라며 그래도 회
사를 믿어야 한다며 남편 독려해가며 억척스럽게 살았습니다. 우선은 회사가
살아야 우리도 산다고 정말 그렇게 믿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보답은 정리해
고와 손배·가압류로 돌아왔습니다.
가족들의 생활이 파탄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저희 가족들은 1년 가까이 압류된 임금으로 가족생계가 무척 힘이 듭니
다.
월급이 압류되어 한달 월급이 고작 15만원정도 지급됩니다. 학생들 한 달 용돈
도 아니 한 달 책 값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한 달을 살라고 합니다.
저희 가족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우선은 아이들 학원부터 끊었습니다. 그
리고 아이들 우유를, 그리고 지금은 갓난쟁이 분유 값과 기저귀 값을 고민해
야 합니다. 매일 밥을 지을 때마다 간당간당한 쌀통을 보며 한숨을 지어야 합
니다.
아이들은 친구들이 피아노다 태권도다 하며 학원을 다닐 때 아무도 없는 놀이
터에서 혼자 놀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추운 겨울 날 휑한 놀
이터에 혼자 놀고 있을 아이를.. 아이들이 무슨 죈가 싶어 부모 가슴은 찢어집
니다.
지난 11개월동안 저희들은, 지금보다 조금 넓은 집을, 내 차를, 자식들의 교육
을 위해서 쥐꼬리만한 월급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서 조금씩 모았던 돈을 다
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것은 적금 통장이 아니라 마이너스 통장
의 금액과 카드 현금 서비스 독촉 고지서뿐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가족대책위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월 17일부터 한진
중공업 정문 앞에서 출근시간대에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하고 있습니다. 출근
하시는 조합원들께서 처음에는 외면하시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격려의 말씀을
전하기도 하십니다. 또 지역에 계신 여러 단체에서 오시기도 하셔서 여러 가지
로 힘이 되곤 합니다. 출근 시간대의 선전전이 춥고 힘이 들지만, 어떻게든 회
사가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해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열흘이 넘게 출근시
간 선전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관리자라는 사람이 며칠 전부터 아침에 나와 저희들을 보면서
협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나오지 말라", "이건 집시법 위반이
다", "오늘 끝내지 않으면 내일은 다 잡아가두겠다"는 등의 망발을 서슴치 않
고 있습니다.
저희는 집회가 뭔지도 잘 몰라 집시법이란 게 뭔지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그
법으로 저희들을 잡아 가두겠다고 합니다. 그래도 학교 다닐 때 배운 사회책에
서는 우리나라는 '집회·결사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
건 단지 법에서만 존재하는 건가요? 그리고 당장 밥줄이 위험한데 무엇이 불법
이고 집시법은 또 무엇이란 말입니까?
그리고 부당한 정리해고를 당하게 생긴 조합원들을 지키는 것은 노동조합의 의
무가 아닙니까? 자신들의 조합원을 지키겠다는 것이 왜 손해배상·가압류가 붙
을 만큼의 잘못이란 말입니까? 짧은 저희들의 소견으로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
습니다.
또 회사는 노동조합과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는 것이 의무가 아닌가요? 만약 그
렇지 않다면 노동조합이 있을 필요도 없겠지요. 왜 교섭에 잘 나오지 않는 회
사보다 노동조합이 저희 남편이 잘 못을 했다고 하는 겁니까?
왜 평생을 바친 일터를 지키겠다는 저희 남편과 노동조합을 벼랑끝으로 몰기
만 하는 겁니까?
솔직히 저희들은 너무 무섭습니다.
창원 두산중공업에서 한 노동자가 손배·가압류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
국 분신자살하였습니다. 지금처럼 가다간 한진중공업에서도 사람 죽게 생겼습
니다. 한진중공업에서도 누군가가 죽어야 저희들을 돌아보실건가요? 사태가 악
화되기 전에 조속한 조치를 취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일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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