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련칼럼14] 전국사회보험노조를 사수하라!  

2000년 7월 14일

일순간 의료보험 개혁투쟁의 선봉부대가 조직폭력배 집단으로 전락하였다. 어
느 누구도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 흔한 지지 성명서 한 장 
나오는 곳이 없고, 몇 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방문을 오
는 곳 하나 없다. 이렇게 사회보험노조는 고립무원(孤立無援) 상태에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모두 알다시피 이런 상황은 지난 6월 30일 전국사회보험노조 파업 현장에 공권
력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행 사태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노조가 해
도 너무한 것 아니냐"라는 인식 혹은 "일단 현 노조 집행부가 물러나야 어떤 
식으로든 지지를 표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는 정세 판단을 보편적으로 하
게 되면서, 여타 사회단체들조차 선뜻 연대의 손길을 내밀기를 꺼려하게 된 것
이다.  
사회보험노조의 주장이 어떤 것이었는지, 정부의 공권력 투입 과정이 어떠했는
지, 사측의 반응과 움직임은 어떤 것이었는지는 온데 간데 없고, 오로지 노조
의 폭행 사실과 이런 노조에 대한 비난만이 난무하고 있다. 
정부의 공권력 투입 과정에서 노조측이 사측에 대해 어느 정도 폭행을 한 것
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폭행의 원인과 정도에 대해서는 사측과 노조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아직 뭐라 단정을 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반영된 언론보도가 나가게 되고 모든 상황은 사회보
험노조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떤 경우이든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대해 폭력을 행사한 것은 잘못된 것
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사회보험노조는 비록 우발적으로 벌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물리력 행사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쌍방이 
얼굴을 맞댄 상태에서 벌어진 우발적이고 개인적인 폭력 행사는 부도덕하며 비
이성적인 것이고, 국가권력과 사측에 의해 조직적으로 행해진 폭력 행사는 아
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인가? 
노조측의 잘못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경찰
력 투입이 이루어지기 전부터 노조측의 물리력 행사가 이루어졌다고는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노조측의 협상 요구에는 전혀 응하지 않으면서 경찰력 투입
을 요청한 사측과 이런 사측의 요청에 부응한 정권의 폭력 행사가 이번 사태
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측과 정권의 폭력 행사를 당연한 것이
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우리는 공권력을 동원한 조직적인 폭력을 문제삼
지 않을 수 없다. 사측과 정권의 일상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에 우리의 문제의
식이 무뎌진 것은 아닌지 다시금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롯데호텔노조와 사회보험노조 파업에 대한 진압은 공권력을 동원한 사측과 정
권의 가혹한 폭력 행사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 단지 진압 과정에
서 노조측에 의한 우발적인 물리력 행사의 유무에 있어 차이가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6월 30일 이후의 사측과 정권에 의한 탄압은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폭력 행사 부분에 대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근본 자체를 침해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사측은 협상 과정에서부
터 "무쟁의 선언"과 "핵심부서 노조원 자격정지"를 요구하면서 자주적인 노조
운동을 부정하였다. 이런 사측의 요구는 노조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6월 30일 이후에는 노조측의 우발적인 물리력 행사를 빌
미삼아 사회보험노조를 유린하고 있다. 이미 김한상 위원장 등 노조 지도부와 
시■도 본부장 등 27명이 파면됐고, 8명이 해임 조치됐다. 이밖에 김상구 노
조 쟁의국장 등 14명은 정직 조치됐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 
사회적 여론이 불리하게 형성되었다고 해서 자주적 노조운동이 유린당하는 상
황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부, 이데올로기 생산수단, 그리고 
경찰과 군대, 이 모든 것을 자본가들이 소유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노동자■민중의 연대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한 운동조직이 정말 어려울 때 민
중적 연대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개별적으로는 약할 수밖에 없는 우리 운동
의 미래가 어떻게 보장될 수 있겠는가? 현재 사회보험노조를 향한 정권의 탄압
은 사회보험노조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회보험노조
가 힘을 잃게 된다면 과연 향후 의료보장투쟁을 힘있게 전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건강보험공단이 노동자■민중의 이해에 복무하는 방향으로 운
영되도록 누가 강제할 것인가?
우발적인 물리력 행사에 대한 책임은 묻더라도 의료보험 개혁투쟁의 선봉부대
였던 사회보험노조는 사수되어야 한다. 그들의 자주적인 노조운동을 적극적으
로 옹호해야 한다. 이는 자주적인 노조운동의 정신을 살리는 길인 동시에 향
후 전개될 의료보장투쟁의 미래를 살리는 길이다.   
의료보험통합에는 전혀 무관했거나 오히려 반대했던 인사들이 의료보험통합 기
념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던 바로 그 시간에, 10년 이상 의료보험통합
운동을 주도해 온 사회보험노조원들은 강제진압으로 피를 흘리고 갈비뼈가 부
러진 채 경찰서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10년 동안 의료보험통합을 이루기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해왔던 우리를 의료
보험통합 전날 개, 돼지 취급하면서 끌고 나갔다"라는 한 사회보험노조원의 울
분에 찬 외침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