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1번 : 집단요양투쟁에 돌입하며 |
| 글쓴이: 현자 집단요양 신청자 일동 |
등록: 2003-04-09 07:26:32 |
조회: 248 |
집단요양투쟁에 돌입하며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은 현장을 만듭시다
하루 하루가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저희들은 그동안 먹고살기 위해 현대자동차에 들어와 주야 맞교대를 하면서 열
심히 일만 해왔습니다. 하루의 반나절을 회사에서 보내고, 쉬는 날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손이 저려오기 시작하였고, 손목이 아프고, 어깨가 아프고, 목이 찌
릿찌릿 해지고, 허리도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워지고, 다리도 제대로 걷기 힘
들 정도로 아파왔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아프기 시작한 것이 보름에 한 번
씩, 일주일에 한 번씩, 나중에는 매일 저리고 쑤시면서 아파왔습니다.
처음에는 나만 그런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다 그러려니 하면서 참았습니다.
몸이 아프면 파스 사다가 붙이고, 부황도 뜨고, 집사람에게 주물러 달라고도
하고, 사우나도 가고 하면서 참았습니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면서 일하고 있
다고 하길래 저희들도 남들처럼 그렇게 참으면서 일만 해왔습니다.
"차라리 팔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월차 내고 병원에 찾아가 진찰도 받아보았지만 병명도 제대
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만 받다 오면 몇 시간 몸이
개운해집니다. 그러나 다음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면 통증은 또 덥쳐옵니다.
근무시간에 반장에게 허락을 받고 물리치료실도 몇 번 찾아가 보았습니다. 물
리치료실 찾아가면 물리치료 받고 좀 쉬다가 다시 일하러 들어옵니다. 그렇게
다시 현장에 들어오면 1~2시간 지나서 또 통증이 옵니다. 물리치료실 찾아가
는 것도 야간에는 포기해야 하고, 주간에도 조.반장 눈치와 작업자들 눈치 때
문에 자주 찾아가지도 못합니다.
너무 아프지만 어떻게 제대로 치료받을 수도 없고 완전치 치료될 수도 없어서
저희들은 "차라리 부러지기라도 했으면 이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을텐데" "차라
리 팔이 없었으면 이런 고통은 사라질텐데"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근골격계 질환이라는 것과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치병 아닌 불치병 환자처럼 고통스러워하면서 일을 해야 했던 저희들은 언제
부터인가 현장에서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아픈
게 근골격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검진을 받으니 산
업의학과 전문의가 근골격계 질환이라고 했고, 적절한 치료와 요양을 취하면
나을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정말 저희들에게는 희망과 같은 소리였습니다. 그동안 고통스러우면서도 어떻
게 해볼 방법을 찾지 못했던 저희들은 병명도 시원하게 알게 되었고, 불치병
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여러 가지
권리도 알게 되었고, 다른 많은 사업장에서도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해서 이미
요양도 받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자신이 생겼습니다.
저희들은 당당하게 투쟁을 선택했습니다
처음에는 노동조합에서 하는 검진도 아니고 회사의 눈치도 보이고 해서 망설이
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이 너무도 고통스러워했던 문제를 해결할 방법
을 알게 되었는데 그 방법을 마다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당당하게 투쟁으로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고 우리의 생명을 지
키기로 하였습니다. 그동안 회사나 주위에서 여러 가지 회유와 협박도 있었습
니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한 길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이제 집단요양투쟁에 돌입하면서 저희들은 더욱 당당하게 우리의 권리를 쟁취
하기 위해 투쟁할 것임을 밝혀 둡니다.
전원 산재승인 쟁취를 목표로 투쟁하겠습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해서 산재승인이 안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이 없었
던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주위에서도 그런 이유로 저희들은 흔들리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단 투쟁에 들어선 이상 저희들은 목표는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전
원 산재승인을 쟁취하는 것'입니다. 저희들은 최근 여러 사업장에서 전원산재
승인을 쟁취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자신감을 갖습니다.
전원 산재승인 쟁취를 위해 저희들은 저희들이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다할
것입니다. 회사나 노동조합에 기대는 것도 아니고, 근로복지공단에 구걸하는
것도 아니고, 투쟁으로 돌파하겠다고 결의한 이상 우리의 선택은 당당하게 목
표를 쟁취하는 것입니다.
한시하청 투입 등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은 절대 안됩니다
저희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한시하청이 들어오고 노동조건이 변화하지 않는다
면 저희들이 투쟁하는 의미는 크지 않습니다. 저희들 중에는 산재요양 경험이
있었지만 현장으로 복귀한 이후 현장이 별달리 바뀐게 없어서 다시 재발해 고
통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희들이 요양과 치료를 받고 나서 다시 현
장으로 복귀하였을 때 저희들이 돌아가는 현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저희들은 다
시 고통스럽게 일을 해야 합니다.
저희들만이 아닙니다. 지금도 현장에는 무수한 노동자들이 고통스럽게 일을 하
고 있으며,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한 더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을 참
아가면서 일해야 합니다. 이런 비참한 우리의 현실을 바꿔내야 합니다.
저희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하청이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직영이 투입
되어야 한다고 저희들은 주장합니다. 그리고 현장에 적정인원을 확보하고, 단
협에서 정당한 권리를 완전히 쟁취해야 합니다. 이러한 요구들을 쟁취하기 위
한 투쟁에 저희들은 함께 할 것입니다.
비정규직 동지들과 저희들은 함께 투쟁하고 있습니다
이번 집단요양투쟁에 들어가는 저희들 중에 비정규직 동지들이 포함되어 있습
니다. 저희들은 같은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면서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모두
고통스럽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노동자가 같은 고통에 시달리
고 있다는 것과 그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당하게 투쟁에 동참했다는 것을 확인
한 이상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번 투쟁에 함께 하는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하나의 노동자이
고, 하나의 동지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이나 회사가 함께 투쟁을 벌이고 있는 비
정규직 동지들에 대한 불법적 탄압을 자행한다면 저희들은 공동의 투쟁과제로
삼아 당당히 맞서 나갈 것입니다.
정규직 및 비정규직 노동자 여러분!
이제 근골격계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저희들은 투쟁은 단지 요양
은 받아내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당당한 권리를 쟁취하고 숨쉴 수 있는 현장
을 만드는 것입니다. 저희들은 그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저희들의
투쟁과 함께 현장투쟁으로 함께 나아갔으면 합니다.
2003년 4월 9일
근골격계 직업병 집단요양 신청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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