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눔연대와 이라크지원연대가 드
리는 소식지입니다.
이라크현지의 모습과 평화나눔연대의 활동모습을 전해드리고자 합
니다.
일방적인 전쟁의 희생자 이라크 민중들을 지원하는 일에 함께 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전쟁이 참혹성은 잔인한 전쟁으로 많은 인명이 살상되는 그 현장에도 있
지만, 전쟁이 끝나고 찾아오는 처참한 일상에도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를 비롯
한 일상을 이루는 근간이 모두 파괴되거나 혼란에 빠진 사이, 힘들어 하는 것
은 민중들입니다.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
그저 정직하고 착하게 세상을 사는 것이 전부였던 사람들에게 전후(戰後)의 모
든 시련이 몰아칩니다.
미군이 점령군 행세를 하면서 주둔하고 있지만 이라크의 치안상태는 별
로 좋지 않습니다. 언론에서는 미군이 은행털이범들을 체포하는 장면들을 보여
주고있지만 현지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
다. 요르단에서 이라크로 들어가는 택시를 타면 중간에 쉴 수가 없다고 합니
다. 멈춰서는 순간 언제 약탈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미군에 많은 범죄
가 발생하는 지역으로의 순찰을 요구하지만 미군측은 묵묵부답이라고 합니다.
현지의 이라크인들은 당연히 미군들을 원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현지에
서는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던)시아파와 수니파가 ‘우리는 하나다’
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이라크의 분열을 조장하는 미군에 대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미군은 이런 시위를 강제로 해산하겠다는 방
침을 발표했습니다. 전쟁은 표면적으로 종료되었지만 아직도 상처는 아물지 않
았고, 그 상처는 언제든 다시 터질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곳곳에 터지지 않은 포탄들이 즐비하고 하루에도 몇군데에서 폭발과 사
상자를 내는 것을 반복하면서도, 거리에 즐비한 쓰레기와 그로인해 질병이 창
궐하는 것을 반복하면서도 그 누구도 그런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라크를 재건하는데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구호물
품등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바탕부터 다시, 함께 가꾸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짧은 글을 통해서 전달할 수 없는 많은 문제들이 이라크의 민중들에게
쌓여있습니다. 의료, 치안, 환경... 그렇지만 이라크의 민중들은 그 아픔을 딛
고 서서히 일어서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지금 해야하는 것은 신이 되어 그들에
게 물품들을 떨어뜨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친구로서 그들과 함께 그들이
두발로 서는 것을 돕는 것입니다. (현지보고 중에서...)
현지의 상황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전쟁후 이라크의 상황은 조금씩 나아
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은 바그다드의 시내중심가
를 비롯한 중심이 되는 일부의 상황일 뿐입니다. 시내에
큰 병원이 있고, 구호단체의 지원으로 충분하지는 않아도 어느정도의 약품을
구비하고 있지만 중심가와 떨어진 빈민가는 교통등의 이유로 접근이 요원하기
만 합니다. 실제로 빈민가의 상황은 매우 급박하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
다. 군데군데 터지지않은 포탄이 눈에 띄고, 쓰레기는 곳곳에 널려
있으며, 상하수도의 파괴로 인해 식수의 오염에 따른 설사병이 심각한 수준이
라고 합니다. 많은 어린 아이들이 오랜기간 설사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
다. 하지만 이런 빈민가에는 치안과 접근성 등을 이유로
큰 구호단체들이 들어오기를 꺼린다고 합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은 그런
곳인데도 말입니다.
평화나눔연대는 이라크 민중속으로 더욱 깊숙히 들어갈 것입니다. 이미
빈민가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평화나눔연대의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이루어집니다. 1. 의약품 지원사업 2. 쓰레기 청
소사업 3. 어린지원사업 평화나눔연대는 이라크 현지에서 이라
크 민중의 친구가 되고, 도움의 손길이 될 것입니다. 한시적인 활동이나마 그
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바탕을 함께 만들갈 것입니다.
현재까지의 활동 상황보고 (정리)
청소 사업
일단 5개의 빈곤지역(알까마리아, 알슈와다, 알라하세, 알우바이디, 알마
시텔 - 팀의 모든 지역 사업은 이 5개 빈곤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에 쓰레
기 집하장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대충 앞으로 2-3일 안에 마무
리가 될 것이며, 이후에는 그 지역에 다시 청소를 하는 식으로 진행할 것이
다. 알까마리아 뿐만 아니라 알슈와다와 알우바이디(이 두 곳은 이전에 쓰레
기 치우는 일을 하지 않은 지역)도 청소를 할 계획이다.
아이들 사업
식량 지원은 지난 9일부터 아이들 식량을 지원하는 사업에 들어갔다. 제
일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10일 단위로 5000불씩 7월말까지 5회에 걸
쳐 지원하기로 했다. 역시 5개 빈곤지역의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임. 일
단 알마시텔 헬스센터 책임자인 아마르가 분유를 일괄 구입해서 5개 지역 헬스
센터에 나누어주고, 각 헬스센터에서 각 지역의 아이가 있는 가정에 나누어주
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참고로 말하면 각 가정을 방문해서 나누어주는 것
은 불가능하고, 이곳 주민들은 전쟁 전부터 배급을 받기 위해서 무슨 증명서
를 가지고 있다. 그 증명서에는 가족 구성원들의 수와 나이들이 적혀 있는데,
각 헬스센터에서는 그 증명서를 가지고 오는 가정의 리스트를 작성해서 아이
들 식량을 나누어주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 도서관과 놀이터 만들어주고 학교 만드는 사업도 지금 진행 중이
다. 그런데 처음 계획에 차질이 있다. 처음에는 동네에 들어가서 빈집 찾아서
만들려고 했는데, 그게 완전히 불가능해서 일단 알마시텔 헬스센터에 하나 잘
만들기로 했다. 사실 이 문제는 현지인들의 의견을 크게 존중하고 따른 건데,
일단 빈곤지역 동네에서 아이들 놀이방을 만들만한 공간을 구하기가 불가능하
다. 그렇다고 집을 사거나 임대할 수는 없는 노릇. 각 지역에 있는 헬스센터
가 그나마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둘째
는 일단 이라크에서는 아이들 놀이나 공부는 완전히 뒷전이라는 점이다. 사실
알마시텔에 하나 만드는 것도 그나마 이 지역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 조금 열
린 태도를 보여서 가능한 건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어른들이 아이들 방학
하면 대부분 일을 시키지 그런 공부방에 보내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일단 알
마시텔 헬스센터에 하나 만들어서 잘 운영하고, 이걸 다른 지역에서 보고 배워
서 하나씩 늘려가자는 것. 기왕 만드는 거 잘 만들어 줄려고 생각 중이다. 생
각보다 예산도 조금 들어갈 것 같다. 일단 만들고 난 다음에 운영 계획도 세워
져 있다. 조만간 초등학교 방학이라서 임시 학교 같은 걸 운영할 계획이다.
이곳 초등학교가 21일 기말고사인데 종이가 없어서 시험을 못 본다. 5개
지역에 있는 15개 초등학교에 기말고사를 위한 종이를 공급하려면 7500불이 든
다.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천주교 평화연대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의
료, 식량(어른들), 청소 사업 등에도 지원할 예정이다.
뉴바그다드 지역 사업 말고 한 두 곳 더 지원을 생각하고 있다. 전체 재
정 규모를 보고 판단할 예정인데, 하나는 살람의 누이가 살고 있는 시골 마을
초등학교(500명정도)에 학용품을 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해피 훼밀리라
는 아동극하는 단체를 지원하는 것. 자세한 내용은 팀 회의를 거쳐서 정할 예
정이다.
의약품지원 사업은 보건의료 단체연합, 한겨레 등과 함께 이미 수차례
진행하였으며, 그 진행내용은 보건의료 단체연합, 한겨레신문 등을 통해서 확
인하실 수 있습니다.
전쟁을 막기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일
어났고, 그 전쟁이 끝났습니다. 그러나 전쟁의 상처는 쉽게 극복되지 않습니
다. 이런 이라크인들의 상처를 함께 아파하고 일어서고자 현지에서 평화나눔연
대를 결성하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종전과 반전평화팀의 해소에 따라 한국이라
크반전평화팀 지원연대는 해소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지금 평화나눔
연대와 함께 이라크의 민중들을 지원하는 이라크 지원연대로 다시금 활동을 재
개하고 있습니다.
알마시뗄 헬스센터 약국앞
이라크 지원연대와 현지의 평화나눔연대와 함께 이라크 전쟁의 상처를
함께 보듬고 더 이상 전쟁으로 인한 아픔이 이 땅에서 사라지도록 함께 합시
다.
<2003-06-18 수요일>
오늘도 아침에 알 마시뗄로 갔다. 오늘부터 공사가 시작되었다. 창문에
단 창살을 모두 없애달라고 어제 얘기했고 오늘 갔을 때는 창살이 모두 뜯겨
나가 있었다. 도서관 바닥과 연못 바닥을 정돈해야 하는데 흙먼지가 너무 굳어
서 오늘은 물을 뿌려두고 축축해지면 내일쯤 다시 할 계획이다. 상래는 도서
관 안에 넣을 책상과 책장을 만들 나무를 보러 나무가게에 잠깐 다녀왔다. 내
일부터 연못에 드리울 그늘을 위해 벽 세우는 공사를 시작한다. 최혁 팀장은
청소, 벽에 페인트칠하기, 천정에 팬 달기, 전기공사를 위해 460불을 아마르에
게 주었다. 청소나 도서관을 칠하는 일은 우리도 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아
마르는 여기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주는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더
조정해 보아야 한다. 한가지 특히 고려할 것이 있다면 한국에서 닷새면 끝낼
일을 여기선 무려 두 주가 넘게 걸린다는 거다. 날이 너무 더워 오후엔 거의
일을 못하기도 하지만 많은 것이 신이 동의하느냐에 달려 있으니 우리가 재촉
한다고 될 일이 아닌 것이다. 인샤알라(신이 동의한다면)! 함두릴라(신께 감사
를)!
최혁 팀장과 수사님들, 살람은 도미니끄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라파엘 병원
을 방문했다. 라파엘 병원은 5월 중순경 한국 보건의료연합과 반전평화팀이 약
품을 전달하려고 한번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오늘 수사님들은 천주교 평화연
대에서 모은 성금 일부를 라파엘 병원 수녀님들께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에서도 큰 병원엔 사회복지과가 있는데 여기서 가난한 이들의 병을 고치고 약
품을 지원하는 것처럼 라파엘 병원에서도 그렇게 쓰시라고 드리고 온다 하셨
다. 대신 수녀원과 병원 운영비로 쓰지 말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고 석일웅 수
사님이 말씀하셨다.
도미니끄 수도원에는 이라키 수녀님이 마흔, 외국인 수녀님이 여섯 분 계
시는데 수녀원과 병원에서 일하는 이들은 모두 무슬림이란다. 무슬림 사회를
바깥에서 볼 때에는 아주 닫혀 있고 다른 생각하는 이들을 배척하는 것처럼 보
이지만 여기 와서 보니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아마르 같은 종교 지도자
들은 처지가 다르니 예외로 두지만 살람이나 알리만 하더라도 자기들이 술을
마시지 않을 뿐이지 ‘코리안 미네랄 워터(참이슬 팩 소주)’를 마시는 우리더
러 한번도 뭐라 한 적은 없다. 우리 동료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히잡으로 머
리를 가리지 않는 여인들은 대부분 크리스챤인데 이들이 살아가는 데도 그다
지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오후에 우리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김재복, 석일웅 수사님과 최혁 팀
장, 살람이 병원에서 나와 전쟁피해지역 사람들을 만나러 가던 길, 대통령궁
앞을 지날 때 두 명의 이라크인이 미군의 총에 맞아 죽었다. 대통령궁 앞에 미
군이 줄지어 총을 겨누고 서 있고 그 앞에 철조망 너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
면을 수사님이 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오셨다. 우리는 비디오 카메라
액정 화면으로 숨죽여 그 광경을 보았다. 흰 옷에 묻은 죽은 이의 핏자국, 총
탄에 움푹 패인 나무, 사람들이 어지럽게 이리저리 다니고 한 사내는 이것이
도대체 미국이 가져다 준 자유냐, 이게 바로 미국이 갖다 준 민주주의냐고 울
부짖고 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 보니 이런 것이었다. 전쟁 뒤 석달동안 전직 군인들
이 월급을 한 푼도 못 받은 채 실직 상태에 있다. 미군은 경찰, 교사, 의사에
게는 월급을 주는데 군인들에게는 월급을 주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
은 오로지 월급이다. 전직 군인들은 오늘도 월급을 달라 시위를 하러 대통령
궁 앞으로 모였다. 우리에겐 가족이 있다. 월급을 달라! 월급이 없으면 어떻
게 먹고 사느냐, 우리는 총도 없이 맨 몸으로 왔다! 이 사람들은 오직 한 가지
를 요구하러 그저 모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미군은 이 사람들 가운데 두 명을
총으로 쏘아 죽였다. 시위를 시작하기도 전에 말이다! 비디오 속의 한 아저씨
가 아랍어로 뭐라 말한다. 살람이 옆에서 영어로 통역한다. “부시, 블레어,
사담은 모두 똑같이 죄인이다!”
이런 일은 다시 일어나선 안되지만 앞으로 셀 수 없이 생길 것이라 우리
는 예상한다. 군인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불안한 일이겠지만 꼭 군인이 아니더
라도 미군의 폭격으로 입은 피해는 누가 어떻게 갚아줄 수 있는지. 폭격으로
집이 무너지고 많은 사람들이 다쳤어도 제대로 고치고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
이 허다하다. 바그다드 바깥쪽 알 후리야 마을에 사는 살람의 친구들 가운데
도 집이 부서지고 폭탄의 파편이 몸 속에 박혀 아직도 빼내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했다. 한 마을이 통째로 그렇다.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밤에 모여 이런저런 얘길 하다 우리가 이라크로 들어올 즈음 해서 일어난
몇 가지 변화를 다시 짚어보게 되었다. 엊그제 기술대학의 알리에게도 들은 얘
긴데 미국의 유대인들과 이스라엘 사람들이 집값을 두 세 배씩 높게 쳐서 집
을 사들인단다. 살람도 그 비슷한 얘길 한 적 있다. 또 미군이 움직이는 이라
크 노동청에서는 유은하 팀원이 일하던 다르 알 하난을 비롯한 사회복지시설
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학교는 운영을 중단시켰으며, 독립된 NGO들의 활동에
도 걸림돌을 두는 것이다. 노동청에서는 이런 시설들에서 봉사하는 여러 NGO들
을 조정할 회의를 계획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미군이 개입한다고 한다. 이런
시설들에 가서 일하려면 노동청의 허가를 뜻하는 그린카드를 받아야 된다. 이
런 까닭에 우리는 다르 알 하난에서 활동하고 싶은 뜻을 사실상 접었다. 우리
는 이라크 사회를 지배하려는 미군의 계획이 이제 눈에 띄게 드러난다고 생각
하고, 그럴 것이라 짐작하고 알면서도 너무 불안하다. 우리는 이런 변화를 좀
더 체계적으로 살피기로 했다.
<2003. 06. 10. 화요일>
최혁 팀장은 집(?)에 오니 그동안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지 몸
이 좋지 않았다. 오늘 하루는 집에서 쉬기로 하고 하운, 동화, 상래, 지영이
어제에 이어 ‘현지 적응훈련’를 계속하기로 했다. 10시에 아부 알리 아저씨
와 알리가 차를 몰고 왔다. 우리는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과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알마시뗄 헬스 센터로 가서 터를 실측하기로 했다.
상래가 가져온 줄자는 가로 세로 2.5센티미터의 아주 작은 휴대품이다.
길이가 1미터밖에 되지 않아서 집과 마당을 재려면 몇번씩 볼펜으로 표시를 해
야 했다. 동화와 하운이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둘레를 재었다. 그 모습이 안됐
던지 알리가 소년에게 부탁해 센터에 있는 좀 긴 자를 가져오게 했다. ‘모르
타다’라는 열두어살쯤 돼 보이는 소년이 4.5미터짜리 줄자를 가져와 일이 한
결 수월해졌다. 모르타다는 지영에게 빨간색과 파란색 볼펜 두 자루를 선물로
주었다. 펜은 ??, 파란색은 아즐란, 빨간색은 ???이라고 부르는 것이라 가르
쳐 주면서.
그러는 사이 헬스 센터에 들어와 있는 미군 두 명이 우리가 뭘 하는지
보려고 왔다. 한참을 쳐다보다 갔다. 나중에 물어보니 미군은 사흘 전부터 헬
스센터에 들어와 있었다. 가난한 이라크 민중들에 대한 미국의 통치가 시작되
었다.
그 사실은 알누르 시각장애인학교에 가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알누르
시각장애인학교는 다르 알하난이라는 장애아동시설과 함께 유은하씨가 ‘시설
의 복구와 정상화’를 위해 힘써 일하던 곳이다. 유은하씨와 함께 일하던 살람
은 매니저에게 우리를 인사시켜 주고는 하운에게 알누르에 접근해온 미군 이야
기를 들려 주었다. 하나는 장애인들에게 구호품을 지급하는 일을 살람더러 도
와달라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구호품 상자를 보러 갔다. 상자 안에는 쌀, 설
탕, 차, 기름, 몇 개의 깡통들이 있었다. 가운데서 이 물건들 몇 가지를 슬쩍
하는 사람들 때문에 장애인들이 제대로 전해받을 수 없는 문제가 생겨서 믿음
직한 살람이 이 일을 해 주기를 원하는 것이었다. 살람도 자세한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 한다고 해서 정확한 사정은 다음에 살펴보기로 했다.
다른 하나는 빈 사무실 하나를 미군이 빌려 쓰겠다고 한 일이다. 자세
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지역책임자와 미군이 만나는 장소로 그 사무실
을 쓰겠다는 뜻인 것 같았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기다리는 줄이 2-3
킬로미터에서 몇십 미터로 줄어든 것, 노동청(ministry of work)에서 학교, 헬
스센터, 고아원, 장애인시설 따위를 관리하고 필요 물품을 나눠주겠다며 창구
단일화를 요구한 것(알마시뗄에 미군이 들어온 것과 알누르에 미군이 접촉해
온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이 며칠 사이에 갑자기 일어난 변화들이다. 우
리는 이런 변화를 좀더 폭넓게 살펴야겠다고 생각한다.
오후엔 ‘국경없는 통신회사’에 들렀다. 프랑스 엔지오인데 주로 분쟁
지역에서 활동하는 엔지오들을 위해 전화, 인터넷 같은 통신환경을 제공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모양이다. 두시부터 일곱시까지 일하다 얼마 전부터 열
한시부터 여섯시까지 문여는 시간을 늘렸다. 우리는 한국에 소식을 보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거의 문닫을 때쯤 가서 이미 시간이 지나 있었고 마음이 급
하니 될 일도 안됐다. 아무튼 ‘국경없는 통신’은 소리나지 않게 정말 필요
한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내일 다시 가서 밀린 소식들을 보내야지.
국경없는 통신에서 나와 정토회 이상환씨가 머무는 수하드 아줌마의 사
무실에 가서 약품을 싣고 알마시뗄에 갔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들은 이미 퇴근
하고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라데’ 거리에서 ‘차이’(차)를 마시
고 ‘나르길라’(물담배)를 피웠다. 차이는 홍차와 비슷한데 설탕을 아예 들이
붓다시피 해서 마신다. 조그만 유리컵에 접시를 받치고 넘치도록 따라준다. 숟
가락을 컵에 꽂아 두었지만 젓지 않고 그냥 마셔도 무지 달다. 나르길라는 달
콤한 향이 나는 담배다. 연기가 나니까 담배라고 하는데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도 나르길라는 좋아한다. 여기 사람들은 여러가지 냄새를 느끼는 모양이지
만 무엇이 사과향인지 꽃냄새인지 우리는 잘 모르겠다. 우리 옆에는 이라키 청
년들이 왁자하게 모여 앉았다. 우리를 보고 “쏘라, 쏘라”하며 사진찍는 흉내
를 낸다. 우리는 디지털로 몇 장을 찍어 보여 주었다. 재미있어한다.
가라데는 아주 활기찬 거리였다. 이 청년들을 보고서는 두달 전에 전쟁
을 겪은 나라 사람들이라 느끼기 어려웠다. 바그다드에 온 지 사흘째, 우리가
본 것은 아주 작은 것들에 지나지 않겠지만 낯선 우리가 느끼기에도 이 곳 사
람들은 빠르게 삶의 자리를 되찾아가고, 다져가고 있다.
<2003. 5. 18. 유은하>
소위 이곳에서의 자원봉사를 하시겠다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색내
기, 와서 건물에 단체 스티커 붙이기 식의 활동을 하려면 제발 오지 마십시
오. 그게 이라크를 정말 돕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하루 종일, 적어도 2주일 이상의 시간의 시간들을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목
욕 시키고, 밥을 먹이고, 상처난 몸에 약을 발라주고, 놀아주고, 안아주고,
말 상대가 되어주고, 직원들과 함께 교제하고, 정말 겸손하게 섬길 사람이 아
니라면 오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또 하나, 제발 단체의 이름 걸고 경쟁적으로 오지 마십시오. 모르겠습니
다. 다른 데 가는 건 제가 뭐라 할 수 없겠는데, 적어도 Dar Al Hanan과 Al
Nur 및 어제 방문한 Al Najat 고아원 등 장애 고아원 시설에, ‘이번 팀은 무
슨 교회팀, 이번 팀은 어디 팀’ 이런 식으로 자기 단체나 교회 이름 드러내
지 마십시오. 권해 드리고 싶은 것은, 정말 자원하는 분들이 여러 곳에서 모여
서 적어도 2주 이상의 교육 및 합숙 훈련 등을 거쳐서(KAC에서 평화 훈련 등
을 받는 게 아주 좋겠지요), 아름다운 한 팀을 이뤄서 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
다. 와서 아무 말 없이 그저 섬기고 사랑하고 같이 지내면서 기독인으로서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낫지, 지금 한국에서 오는 식으로 자원봉사가 진행된
다면, 한국인에 대한, 기독인에 대한 인상은 나빠질 것이 분명합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필요한 상황들을 계속 보고하겠습니다만, 이번 일은 쉽
게 할 일이 절대 아니라는 것, 그냥 단기선교 가듯이 하면 더 상황이 안 좋아
질 뿐이라는 걸 명심해 주셨음 좋겠습니다.
제가 좀 과격하게 말씀드려도 용서해 주십시오. 만일 위의 상황들이 안
지켜진다고 생각할시, 저는 기독인뿐 아니라 어떤 자원봉사자도 제가 있는 곳
에서는 받지 않겠습니다. 안 오느니만 못하다고 봅니다. 그런 사람들과 같이
있느니, 저도 그냥 철수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이라크는 아프가니스탄이 아닙
니다. 이라크는 거지 나라가 아닙니다. 그들은 스스로 나라를 복구할 수 있는
의욕과 힘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을 도와
서 ‘함께’ 그러나 그들이 전면에 나서서 일하게 돕는 것이지, 외국인 단체들
이 돈을 앞세워 우르르 몰려들어와서 그들의 일을 빼앗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
은 정말 끔찍한 일이고, 이라크를 정말 식민지로 만들어 버리는 일입니다. 따
라서 지금 해야 할 것은 현지인 동역자들을 찾아내고 그들로 일하게 동기부여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스스로 운동하게 해야 합니다. 외국인들이 떠나도 이라
크는 이라크여야 합니다.
얼마 전 한국분들을 만났을 때 그분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라크 전이 났을 때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아프가
니스탄을 잊지 마세요. 아프가니스탄은 아직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라
고 했어” “그러게 도와준다고 할 때 순순히 들을 것이지 튕기긴 뭘 튕겨? 좀
더 당해봐야 해.”
제가 이 대화를 듣고 얼마나 놀랬는지 아십니까? 좀더 당해봐야 한다
뇨… 이라크에도 그런 식으로 일하실 작정이십니까? “미국한테 덤벼서 이 꼴
을 당한 거야. 우리가 너네를 도와주는 거니까, 고분고분해지라구. 안 그러면
안 도와준다?” 이게 정말 도와주는 겁니까? 전쟁에 동의하고 협조한 것만으로
도 정말 부끄러워하며, 이라크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다녀도 시원
찮을 판에. 도대체 우리는 뭘 하고 있는 겁니까?!
흥분해서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좀 쉬어야 하나 봅니다. 제가 진정
하도록 기도해주세요.
다음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라크지원연대 홈페이지로 가시면 더욱 많은 내용을 보실 수 있
습니다. 클릭!!
<5월>
□ 수입 10,000$ (한화 1250만원)
- 기타 수입 840$(현지에서 직접 수입 : 개혁국민정당)
□ 지출 11,170$
□ 지출 내역
* 현지 guide 비용(차량 포함) 1070$
- 세부 내역 : 아마르&아부알리 770$ (25$*14일(2주)=350 + 30*14일(2주)
=420)
살람 200$(주당 100$*2주)
차량 타이어 수리비 100$
* 집세 780$
- 세부 내역 : AL RABEE Apt 180$(30$*6일)
집 렌트비 600$
* 통신비 1050$
- 세부 내역 : 수라야 위성전화 구입 800$
수라야 전화카드 250$(개당 42~43$)
* 국경 택시비 650$(총 3회)
* 지원 사업비 6550$
- 세부 내역 : 뉴바그다드 청소 4500$(트럭3대, 불도저1대 렌트비(1일)
150$*30일)
청소 일꾼 임금 및 방역 사업 지원 100$
다알하난(장애아 보육시설) 지원 1000$
전쟁범죄보고서 작성 관련 사업 950$
기타 의료 사업 지원 250$
<6월 중간보고>
: 6월 10일 현재까지
□ 수입 38,950$
- 2차 전달 16,000$ (한화 약 1962만원)
- 3차 전달 22,950$ (한화 약 2819만원)
□ 지출 10,215$
□ 지출 내역
1. 준비 지출
* 국경 택시비 250$
* 생필품 구입 300$
* 기타 잡비 50$
2. 현지 지출
1) 집세1100$
2) 가이드 및 차량 210$(알리, 아마르) 100$(살람)(6월 첫주분)
3) 살람(알누르, 다르알하난 관련) 3000$
4) 1차 분유구입비 5000$
5) 수라야 카드 5장 205$
1. 청소사업 관련
* 5개 빈곤 지역에 쓰레기 집하장 15개 설치비 - 개당 150$*15개=2250$
* 알까마리아 청소 사업 관련 비용(미정)
- 5개 빈곤 지역에 쓰레기 집하장을 만들고 난 후 반전평화팀은 알까마리
아 지역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잔여 쓰레기 치우는 사업과 쓰레기 봉투 나누어
주는 사업을 전개할 예정임. 정확한 사업 시기와 비용은 아직 미정임.
2. 아이들 지원 사업 관련
* 알마시뗄 도서관 및 놀이터 건설비 5000$
- 책장 개당 40*10개 = 400
- 의자 2.5*80개 = 200
- 책상 20*10개 = 200
- 놀이시설 4개 = 3000
* 알까마리아 도서관 및 놀이터 건설(미정)
3. 아이들 식량지원 사업 관련
0세-6개월 0.30$*8개(한달) = 2.4$*1000(5개 빈곤지역 아이들 수) = 2400$
6개월-3세 0.60$*8개(한달) = 4.8$*1000(5개 빈곤지역 아이들 수) = 4800$
* 7월 말까지 10일 단위로 5회에 걸쳐 지급하기로 하고, 6월 9일 1차
5,000$ 지원* 반전평화팀의 공식 활동 시한인 7월 말까지 5회에 걸쳐 아이들
식량 지원을 하기로 함. 전체 예산은 25000$
4. 전쟁범죄 및 피해 보고서 작성 관련 이라크 여행 사업 관련
* 대략 7월 10일 ~ 15일경부터 일주일 또는 10일간 이라크 전쟁 범죄 기
록 및 보고를 위해서 이라크 남부와 북부 지역 등을 여행할 계획임.
* 관련한 세부적인 계획은 사전 조사 후 6월말까지 확정할 예정임.
* 예산은 대략 최소 5000$ 정도로 예상됨.
이라크 평화와 이라크민중 지원을 위한 연대 (이라크 지원연대)
Solidarity for Iraq Peace & Iraqi People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44-22 호성빌딩 5층 02)784-4482
iraqpeace at hanmail.net
담당자(사무국) : 염창근 (016-9299-3309) corights at hanmail.net
성금계좌 : 국민은행 400401-01-
038883 염창근(이라크 성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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