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련칼럼21]  공무원 연금. 개정인가, 개악인가?

성은미 (민의련 정책실)
2000년 11월 27일

연금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목적을 갖는다. 첫째, 노인의 빈곤 감소, 둘째, 위
험 분산이 그것이다. 그러나 연금제도는 이 두 가지의 목적만으로 투명하게 규
명되지 못한다. 즉, 연금제도는 그 나라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설계되어 있
으며 현재 한국과 같이 국민연금과 특수직 연금이 구분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 
제도의 도입 시기와 목적이 특수하게 설정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양한 이해관계와 목적의 혼재 속에 현재의 공무원 연금이 놓여 있
다. 그렇다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 연금은 어떠한 것인가? 과연 전국
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왜 공무원 연금의 개악이라고 주장하며 시민단
체들은 이들을 이익집단이라고 비판하는 것인가? 

1. 공무원 연금의 현 문제는 무엇인가

공무원 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도 '재정 고갈'의 문제이다. 현재 공무
원 연금은 국가와 공무원이 7.5%씩 부담하고 있다. 여기서 국가가 7.5%를 부담
하는 이유는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사용주'이기 때문이다. 상식적으
로 공무원 연금의 재정 고갈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공무원의 위
치는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고, 국가 역시 일반 기업처럼 기여를 회피할 가능
성이 적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공무원 연금의 재정은 고갈되었
을까? 

이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행자부에서도 인정하듯이 
IMF 이후 진행된 대대적인 공공부문 구조조정으로 인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연금 수급권자가 증대하였기 때문이다. 둘째는 재정관리의 문제로, 행자부와 
전교조의 입장이 대치하는 부분이다. 즉, 전교조의 경우 정부가 공무원 연금 
기금 운용을 방만하게 진행하였기 때문에 현재의 재정 고갈이 발생한 것이라
고 주장하는 반면, 행자부의 경우 기금 운용의 문제가 아니라 공무원 연금 설
계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행자부는 공무원 연금이 공무원과 정부 모두 선진국
에 비해 낮은 기여률·높은 급여수준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의해 
재정고갈 시기가 앞당겨진 것이 사실이지만, 언젠가는 재정고갈을 맞이할 수밖
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낮은 기여률·높은 급여수준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고갈 가능성은 단순
히 공무원 연금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역시 가지고 있다. 이것은 연금이라는 제
도 자체가 가지고 있는 내적인 한계, 즉 퇴직 이후를 위한 기여에 의한 생애소
득의 이전(transfer)이라는 측면에서 재정고갈의 가능성은 '경제가 꾸준히 성
장'하고 이것이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는 한 태생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공무원 연금을 둘러싼 논쟁을 바라보
는 데 있어 연금이 존재하는 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문제인 연금 설계로 인한 
재정 고갈의 문제는 공무원 연금 논쟁의 현재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 부족함이 
있다. 

따라서 현재의 공무원 연금에 있어 보다 기본적인 문제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연금 수급권자의 증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으로 현재의 공무원 연금
의 논란에 접근할 때 이제 공무원 연금에 대한 전교조의 주장은 단순히 연금 
급여액을 중심으로 한 이익집단의 투쟁이라기보다는 자본의 이해관계, 즉 세계
적 금융자본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전 사회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
용을 공무원들에게 전가시키려는 의도에 대한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2. 시민단체들의 비판

2-1. 공무원 연금은 과도한 특혜인가?

시민단체들은 현재의 공무원 연금이 과도한 특혜라고 주장한다. 여기서의 과도
한 특혜는 국민연금에 비추어볼 때 그러하다. 실제적으로 국민연금과 비추어
볼 때 공무원 연금은 과도하게 특혜를 받는 부분이 있다. 즉, 급여액 산정에 
있어서 최종 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것, 65세 이상이 아니라 근무기간에 따라 
연금 급여를 받는 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공무원 연금을 무엇이라고 규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 연금은 전교조나 행자부 모두 인정하듯이 국민연금과 같은 '연금'의 성
격보다는 퇴직금과 연금의 혼합형태라고 할 수 있다. 즉, 공무원들은 일반 기
업과는 달리 퇴직금이 거의 없으며 전교조가 주장하듯이 일반 기업과 같이 높
은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금'의 틀을 통해 퇴직금과 연금을 제공
하는 것이 바로 공무원 연금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틀에서 현재의 공무원 연금을 바라볼 때, 이들은 과도한 특혜를 누리
고 있지 않다. 또한 현재와 같이 전교조가 공무원 연금의 개정을 놓고 반대 입
장을 벌여나가는 것은 공무원 역시 자신의 생활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라는 측면에서 타당하다. 

다른 한편 시민단체들은 공무원 연금 수급자 중에서 연금을 수급함과 동시에 
다른 곳에 고용되어 있어 이중으로 소득을 획득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면서 공
무원 연금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러
한 예에 포함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며 이러한 예로 공무원 연금 그 자체
에 대한 형평성을 문제시할 만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2-2. 공무원 연금에 대한 국가부담 증대는 세금의 증대로 이어지는가?

시민단체의 다른 비판은 그 이유가 어찌 되었던지 간에, 불을 보듯 뻔한 공무
원 연금의 재정 고갈을 국고지원으로 충당할 경우 이것은 일반국민들의 세금 
증대로 이어진다는 데 대한 것이다. 물론 논리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 연금과 같이 그 대상 범위가 제한적일 경우 국가부담을 증대시키는 것
이 오히려 저임금 노동자들의 세금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러나 현재 조세 사용에 대한 사회적 의제가 형성되어 있는가, 조세제도의 개혁
은 불가능하기만 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다시 말해, 국고지원이 늘어났을 때 현재의 예산 사용의 사회적 의제를 통해 
세금 증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며, 조세제도의 누진적 적용과 투명
한 조세제도를 통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세금 증대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 역
시 열려 있다는 점이다.

3. 공무원 연금 개악인가, 개정인가? 

현재의 공무원 연금 개정안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개악이다. 즉, 공무원 연금
의 태생적인 문제, 즉 연금제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은 마
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도입된 배경과 상황 속에서 공무원 연금 개정안
은 자본의 구조조정 비용을 공무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무원 역시 노동자라는 측면에서 볼 때 현재의 공무원 연금 개정안은 이들의 
생활권을 위협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 연금 개악에 대한 전교조의 투쟁이 이익집단의 활동으로 오해받
지 않기 위해, 그리고 이후 투쟁의 발전을 위해 몇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지
점이 있다. 그것은 우선, 국가를 대상으로 하되 그 적용 범위가 협소한 공무
원 연금을 중심으로 투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집단'류의 비판에서 자
유롭기 위해서는 전 사회적인 분배 구조에 대한 비판, 조세제도에 대한 비판
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공무원 연금 개악 저지 투쟁을 매개
로 하여 자본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에 대한 공세적인 투쟁
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그것이다. 

* 이 글은 민의련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