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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3번 : 철도파업, 누가어겼나?
글쓴이: 철도인 등록: 2003-07-04 22:05:41 조회: 641

철도 합의, 누가 어겼나? 


-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서 

철도파업이 끝났다. 파업은 마무리되었지만 반드시 규명해야 할 사안이 있다. 대통
령은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하여 몇 차례나 “철도노조가 합의를 어겼다”고 공개적
으로 발언했고, 심지어 도덕성까지 문제 삼았다. 보수언론의 공세와 엇비슷하나, 
상황을 보면 대통령이 이에 대해 확신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철도노조가 합의를 어긴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 

지난 4월20일 철도노조와 정부가 맺은 합의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1.철도의 공
공성을 감안하여 기존 민영화 방안은 철회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2.시설과 운영의 
분리방안과 관련하여 유지보수 기능 등은 운영부문과 통합한다. 3.향후 철도개혁
은 철도노조 등 이해 당사자의 충분한 논의와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
한다.” 

과연 철도노조가 이 합의를 어겼는가 정부의 주장을 모아보자. 첫째, 정부는 민영
화 방안을 철회하고 공사안을 제안하였으나 철도노조가 이제는 공사안까지 거부한다
며 철도노조를 비판했다. 철도노조가 반대한 것이 공사 자체가 아니라 ‘관료적, 
상업적’ 성격을 지닌 정부의 공사화 방안이란 것을 잘 알면서 말이다. 철도노조
는 정부의 공사안 대신 공공적 성격이 강화된 한국방송공사(KBS)와 같은 공사안을 
제안했다. 

둘째, 정부는 철도노조가 시설과 운영의 분리에 동의하고서 번복했다고 비판했다. 
철도산업은 건설·개량·유지보수·운행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종일관 철도노조가 
주장한 것은 건설은 분리할 수 있지만 개량·유지보수·운행은 철도안전을 위해 통합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철도노조의 뜻은 일관됐고, 정부 역시 이를 잘 알고 있
다. 4월20일 정부와 철도노조는 유지보수의 통합에 합의했으나 개량은 이견이 엇갈
려 추후 과제로 남겨진 상태였다. 철도노조가 개량을 분리하는 정부 법안을 반대하
는 것은 당연하다. 

셋째, 정부는 4·20 합의 이후 철도노조가 협의를 해태하였다고 주장했다. 상황은 
이렇다. 4·20 합의 이후 정부, 노동조합은 각각 철도구조 개혁방안 마련을 위한 작
업에 들어갔다. 철도노조는 5월7일 조합원총회에서 4·20 합의안을 인준했고, 5월22
일 공공철도 발전방안 연구용역 자체보고회를 거쳐 30일 정기 대의원 대회에서 노
동조합의 방안을 정했다. 철도노조는 이런 일정을 정부에 알리고 6월부터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정부는 5월28일 철도구조 개혁법안을 확정하여 철도
노조에 통고했고, 6월2일 요식적 공청회를 거친 뒤, 9일 입법발의를 했다. 

넷째, 정부는 사회적 논의를 거쳤다는 근거가 필요해지자 신문광고를 통해 4월30일
의 ‘대통령 주재 철도토론회’를 언급했다. 그 회의에 참석했던 당사자로서 이해
하기 힘든 주장이다. 그 모임은 철도구조 개혁 관계부처 대책회의였다. 4·20 합의
로 기존 민영화 방안이 철회되자 정부 부처 간 이견이 발생했고, 청와대 정책실이 
나섰으나 자체 해소가 안 되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직접 관계부처 대책회
의를 소집했으며, 철도구조 개혁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와 철도구조개혁 심의위
원회 위원 2명 등 철도 전문가를 불렀다. 나는 4월28일 정책실장 주재 관계부처 대
책회의, 4월30일 대통령 주재 관계부처 대책회의에서 소견을 밝혔다. 고속철도와 
일반철도의 통합을 제외하고는 나의 의견은 정부 부처의 주장들과 모두 다른 것이
었다. 정부는 이 회의들은 내부 행사이므로 회의와 관련하여 외부에 알리지 말 것
을 요청했고, 나는 그 요청에 따랐다. 이 회의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회도 아
니었고, 합의한 것도 없다. 

이제 진실을 밝히자. 합의를 어긴 것은 정부다. 정부는 새로운 철도구조 개혁 대안
을 모색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절차를 전혀 밟지 않고 법안을 국회에 발의했으며, 
법안 내용도 일방적이었다. 개량이 운영 부문에서 분리되었으며, 유지보수 사업은 
위탁방식으로 운영부문에 주어졌다. 철도노조가 주장했던 고속철도 건설부채 국가 
인수, 특별 공기업 설립 등은 사회적으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철도파업 과정에서 철도노조는 부도덕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과연 누가 합
의를 어겼나 개혁과 참여의 정부에서 권력의 횡포가 자행되었다. 국민은 알아야 한
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또 밝혀야 한다. 이 부도덕한 마녀사냥의 진원
지가 대통령인지, 청와대인지, 주무장관인지. 대통령에게 제발 요구한다. 철도노조
가 합의를 어긴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왜냐면’ 지면에 공개적으로 밝히기
를. 

오건호/민주노총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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