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번 : 민중의료연합의 해산을 알립니다 |
| 글쓴이: 민중의료연합 |
등록: 2006-02-06 13:29:02 |
조회: 8072 |
동지 여러분, 안녕하세요.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대표 최용준입니다.
늦었지만, 새해 인사 드립니다.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에게 건강과 행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새삼스럽게 펜을 들었습니다. 슬픈 일보다는 기쁜 일,
노여운 일보다는 즐거운 일로 만나야 할 터인데, 반갑지 않고 아쉬운 일로 인
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저희 민중의료연합이 오는 2월 11일 총회를 마지막으로 해산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저희가 해산에 이르게 된 경과를 간단하게 말씀 드리고자 글을 쓰게 되었
습니다.
민중의료연합은 지난 1993년 8월 <보건의료 정치조직 건설을 위한 의료인 연대
>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후 1995년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으로
이름
을 바꾼 이래 올해까지 14년째 활동하였습니다. 그 동안 적지 않은 활동가들
이 민중의료연합을 거쳤고, 그보다 많은 수의 활동가와 조직이 저희와 함께 연
대하였습니다.
저희는 회원 수가 많지 않은 작은 조직이지만,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조직
이 되어 헌신적이고 열정적으로 운동에 참여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출범 초기에
는 운동사회 내외로부터 이유 없는 조소와 비난을 받기도 하였고 조직 내부적
으로도 분열을 거듭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회원들의 헌신과 열정은 그런 어
려움을 이내 이겨냈습니다. 또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외부의 여러 운동 조직,
활동가들과 함께, 보건의료정치운동, 대병원운동, 공공보건의료, 민중연대투
쟁, 노동보건운동, 공공병원투쟁, 글리벡투쟁, 의약품접근권, HIV 감염인의 인
권, 의료산업화저지투쟁 등 우리 운동의 쟁점을 발굴하고 제기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하였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물론 저희에게 바로 그만큼의 잘못과 한계
가 있었을 것입니다.
저희는 2001년을 고비로 내외 조건의 큰 변화를 맞게 되었습니다. 진보운동의
구심 형성이 불명료한 상황이 지속되었고, 다수 회원들의 활동 조건이 점차 크
게 바뀌면서 회원의 재생산이 되지 않고 안정된 조직 활동이 어려워졌습니다.
물론 긍정적 변화도 있었습니다. 노동자건강사업단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로 발전하여 독립하였고, 운동사회 성폭력 문제에 대한 바른 시각을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공공병원투쟁과 HIV 감염인의 인권 문제라는 새로운 운동 쟁점
도 제기하였습니다. 나아가 조직을 둘러싼 내외적 조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
응하고자 2002년부터 조직 발전 논의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전망을 함께 모색하려던 노력은 성과
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2002년부터 2년간 지속된 조직 발전 논의가 적극적 대
안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2004년 총회를 준비하면서는 조직 해산 문제가 처음
으로 제기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저희들은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여
현재의 조직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활동력을 유지하려고 하
였으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2005년 하반기에 다시금 조직 전망에 관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논의를 전개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였으나 이 역
시 이행되지 못하였고, 마침내 올해 정기총회를 준비하면서 조직 해산을 결정
하였습니다.
이로써 저희가 조직 해산에 이르게 된 경과를 간단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이 짧
은 글이 저희의 13년 활동의 공과를 종합하고 새로운 내일을 설계하는 데 부족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저희 중 누군가는 조직 해산에 이르게 된
원인을 '좌표의 상실'과 '동력의 부재'로 요약하기도 하였습니다만, 그것이 그
대로 우리 운동의 교훈으로 새겨지기는 힘들 것입니다.
어떻든 이제 민중의료연합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소식을 전해들은
활동가들도 해산 사실을 대단히 아쉬워하였고 결정을 재고할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한 아쉬움은 지금껏 민중의료연합을 삶의 중요한 터전으로 삼
았던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돌이키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아
쉽지만, 해산을 작별이라고, 끝이라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새로운 시작은 과거
의 끝남을 전제하는 것이고, 현재에 대한 비관은 미래에 대한 낙관을 준비하
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동지 여러분. 우리 다시 만납시다.
2006년 2월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대표 최용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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