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뉴스 20호] 대학평준화에 반대하는 주장이야말로 기득권 세력의 인
기에 영
[20호] 대학평준화에 반대하는 주장이야말로 기득권세력의 인기에 영합하는
것 (2003-08-13)
| 이 글에 대한 의견 쓰기 |
교육현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망발하는 정운찬 총장
지난 7월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서울대는 사
회를 리드할 정예의 지도자를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학서열 철폐를 주
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종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하여 교육개혁을 열망하는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정총장
의 학벌주의 발언직후 학벌없는사회, 범국민교육연대(준), 전교조, 교육학생연
대 등 30여 교육·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총장의 학벌주의 망언을 강력
히 규탄했다.
정총장은 인터뷰에서 교육을 사회복지 수단을 보는 사람을 포퓰리스트라고 말
하며, 자신은 포퓰리스트가 아니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정총장은 고교평준화
에 대해서도 18세까지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라며, 고교입시의
부활이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미래를 제대로 설계할 수 있고, 일류대에 들어오
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총장이 대학서열 철폐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포퓰리즘적이라고 말한
것은 학벌사회를 극복할 수도 없거니와, 극복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이 있기 때
문이다. 더군다나 정총장의 이러한 생각은 현재의 교육현실을 제대로 파악하
지 못한데서 기인한다. 교육의 불평등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가난할수록 교육
의 기회가 차단되고, 일류대학에 들어가기 힘들다는 것을 논증하고 있다. 뿐
만 아니라, 정총장이 말한 것처럼 고교평준화가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것
이 아니라 오히려 대학의 서열화가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하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진지
하게 탐구할 수 없으며, 단 한번의 시험으로 미래가 모두 결정되어 버린다. 초
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일류대학입학을 자신의 인생목표로 설정해야 하며,
많은 아이들이 성적을 비관하고 자살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것이 현재의 교육
현실이다.
대학평준화 주장은 현 교육시스템의 파행과 낭비를 해결하자는 주장이다
'대학서열 철폐' 주장은 한국 교육시스템의 본질적인 모순을 제대로 꿰뚫어 보
고 있기에 가능한 주장이다. 한국 교육시스템은 초등학교를 입학한 사람을 기
준으로 중등교육까지는 99%이상 보편화되어 있다. 그럼에도 대학이 서열화 되
어있어 초등학교때부터 입시를 준비하는 과도한 경쟁시스템이 되고 있으며, 수
능 전체 응시자의 5%만이 진학할 수 있는 소위 '일류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한 해 30조가 넘는 과도한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낭비시스템이다. 어렵사리 대
학에 입학했다 하더라도 경쟁은 줄어들지 않는다. 신규채용이 줄고 고학력실업
이 구조화되어 노동시장에 의해 대학교육이 종속되기 때문이다. IMF 이후 실업
이 증가되자, 고등교육부문에서의 사교육비 지출이 중등교육 못지 않게 증가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막대한 등록금과 사교육비를 지출하고도 대졸자의 취업 불안정성은 증
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의 사회적 역할인 지식생산 기능이 마비되고 있
다. 대학교육과 상관없이 토플, 토익 공부에 열중하고 고시에 매달려 젊은 인
생을 낭비하는 학생들은 많지만,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 속에서 학문
을 접근하려는 학생은 극히 드물고, 이러한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교수들
도 극소수다. 노동시장이 대학교육을 종속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대학에서 사
회에 필요한 지식을 제대로 생산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
다. 대학은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대학 서열화를 철폐하고 대학평준화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대학평준화는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지난 6월 25일자 <한겨레신문>은 올해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한 지방대생의 숫
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는 서울·수도권 대학과 지방대간에 서
열화 구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방 사립대학들은 입학생들이 해마다
줄어들어 교수들이 외판원처럼 학생 유치에 직접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방 어
느 고등학교에서는 '잡상인 및 교수 출입금지' 라는 웃지 못할 표어도 눈에 띤
다고 한다.
지방대학 위기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간 연합체제 구축방안'을 제시하고 있
다. 운영되지 못할 정도로 부실한 대학은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
재의 지방대학 구조조정은 그나마 지방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사립대학과
국립대학들을 연합체제로 구성하여 지역에서 독점적 지위의 획득을 목표로 하
고 있다. 특히 지방 국립대학의 축소는 위험한 발상이다. 사립대학이 80%에 육
박한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망해가는 지방대학을 살리는 길도 대학평준화
방안이 유일한 대안이다. 우선 국공립대학만이라도 단일한 체제를 만들어 서
로 교류하고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 또한 대학이 기초학문
중심의 교육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이렇게 생산된 지식이 대학이
기반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평준화를 실시하는 것만이 한국사회가 살길이다
흔히들 대학평준화가 실시되면 대학의 하향평준화가 이루어 질 것이라는 생각
을 한다. 그러나 현실을 보자. 대학은 이미 질적하향이 진행중이다. 대학은 단
순히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과정일 뿐이고, 취업을 위한 '따로' 교육의 유행으
로 사회적 자원이 낭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은 파행이 되어가고 있
다.
대학의 역할은 사회 전체의 이익에 공헌할 수 있는 지식생산과 인력생산이 핵
심이다.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대학개혁과 사회개혁을 통해 중등교
육이후 바로 취업을 준비하고 싶은 사람은 직업교육을 위한 다양한 고등교육기
회를 주어야 하며, 대학은 기초학문을 통해 지적유산을 배우고 창조해 나갈
수 있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 즉, 대학 서열화를 폐지하고 고등교육체제를 전
면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우선 국공립 대학만이라도 통폐합 및 평준화 하여
각 대학들이 지역사회에 필요한 공공적 지식과 인력을 생산하도록 해야 하며,
온갖 비리와 비민주성의 온상인 사립대학을 대학평준화 체제속에 편입시켜야
한다. 그럴 때만이 한국 교육을 살릴 수 있는 길이 보일 것이다.
[ 관련기사 ]
정운찬 총장 인터뷰 “盧정부 학벌 철폐운동은 포퓰리즘”<동아일보> 7. 22
"학벌철폐 주장이 포퓰리즘인가" <오마이뉴스> 7. 31
지방대 M&A 급물살…충남대·천안공업대 내년 통합 <중앙일보> 7. 24
호남 국립대 5곳 '연합대학체제' 구축 <한국일보> 7. 3
| 이 글에 대한 의견 쓰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