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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번 : [논평] 건강은 상품이 아니다
글쓴이: 사회당 등록: 2002-05-01 21:48:51 조회: 1196
              [논평] 건강은 상품이 아니다 

                               I. 

올해 하반기부터 건강보험 급여대상에 포함될 예정이었던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초음파 검사, 휴대용 인슐린 자동주입기 등 62개 항목
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이 2006년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실은 
4월 30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국민의 정부 국정과제 추진상황 점검 결과」에
서 “건강보험 급여범위 확대 과제는 건강보험 재정 여건상 2006년 보험 재정
이 안정될 때까지 달성이 불가능하다”면서 적용 시기를 연기할 것임을 밝혔
다. 

4월 28일자 언론 보도에 따르자면, 보건복지부는 28일 혈액투석 또는 복막투석
을 받고 있는 만성신부전증 환자에게 혈압강하제, 인산염흡수방지제, 비타민
제, 조혈제 등을 경구용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되고 이 약의 투약일수는 전체 
건강보험 급여 진료일수에서 제외함으로써 제한 없이 연중 급여를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밝혔다 한다. 아울러 신장 이식환자에게는 조직이식거부반응 억제
제, 부신피질 호르몬제, 고혈압 치료제가 보험 급여가 가능한 경구용 필수약품
으로 지정됐으며, 심장이나 기타 장기 이식 환자에게는 조직이식 거부반응 억
제제와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지정했다고 보도되었다. 혹시 이와 같은 필수약품
까지 4월 30일의 국무회의에서 건강보험 급여범위의 확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조정되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괜한 의심일까? 그 사실 여
부를 떠나서 국민이 그런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것 자체에 정부는 아무런 책임
이 없는 일일까? 

5월 1일부터는 의약품 5천 293개가 보험적용에서 제외되는데 약효동등성(의약
품동등성) 시험을 거치지 않은 품목들이라고 한다. 이로써 급여 대상에 포함되
는 의약품은 전체 의약품의 61.7%인 1만 6천 629개로 줄었고, 비급여 품목은 1
만 314개(38%)로 늘어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험재정 절감차원이 아니
라 보험의약품으로서 최소한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라며 “비
급여로 전환된 의약품은 상당수가 생산이 중단됐거나 유통되지 않은 품목”이
라고 말했다고 한다. 신약(新藥)에 비교할 때 품질의 차이가 있는 구약(舊藥)
이나 비교용출 또는 생물학적 동등성을 평가할 때 오리지널 약품과 차이가 나
는 복제약품을 급여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렇게 함
으로써 저품질의 의약품을 만들고 있는 제약회사의 의료계에 대한 로비를 막
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건강보험의 재정파탄 상태를 잘 알고 있는 국민들
로서는 4천 293개의 품목에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의약품들이 혹시 끼워 넣기
로 처리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급여범위에서 무엇이 제외되었는지, 또 급여범위 확대의 대상으로서 무엇이 포
함되었으며 무엇이 빠졌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사회당이 주
장하고 싶은 것은 건강은 상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강은 인권이라는 점이
다.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인권이다.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영위
할 권리를 가진다. 그리고 의료 보장은 이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이다. 

정부가 급여확대의 대상에서 무엇인가를 제외하고자 할 때 논거로 드는 것이 
건강보험의 재정악화이다. 그런데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가 건강보험의 
의료비 때문에 쩔쩔매고 병원가기를 두려워하는 서민, 경제적 약자들에게 있다
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리고 건강보험 재정의 획기적인 개선책은 없는 것일
까? 정부는 아마도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책임을 작년 5월의 정부 종합대책안
에 반대했던 노동계와 사회진보 세력에게 돌리고 싶을 것이다. 어쩌면 김대중 
정부는 급여 확대의 대상에서 어쩔 수 없는 경제 논리 때문에 할 수 없이 몇
몇 품목을 제외시킬 수밖에 없었노라고 아무 거리낌 없이 그냥 담백하게 발표
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무엇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 있는데, 이 나라에는 “돈 없으면 그냥 아
파라”, “돈 없으면 죽어라”라는 냉소주의만이 만연해 있다. 그래서 이제는 
딱 잘라 말해야 할 것 같다. 

                       건강은 상품이 아니다. 
    건강보험 재정파탄은 이 나라 의료부문의 재정구조와 소유구조 때문이다. 
    급여범위 확대가 재정적으로 불가능해진 현 사태의 책임은 김대중 정부의 
                반민중적 보건복지 정책에 돌려져야 한다. 


                            II. 

알다시피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가장 큰 원인은 의료수가의 폭발적인 인상이었
다. 

<표 1> 최근 의료수가 인상내용 
--------------------------------------------------- 
   수가인상시기        수가인상율         재정부담증가액 
--------------------------------------------------- 
1999년 11월 5일         9.0%                 3,956억 원 
2000년  4월 1일          6.0%                 2,246억 원 
2000년  7월 1일          9.2%                 9,262억 원 
2000년  9월 1일          6.5%                 4,257억 원 
2001년  1월 1일          7.08%               4,700억 원 
--------------------------------------------------- 
       계                   43.9%(복리)          24,421억 원 
--------------------------------------------------- 

의료비 총지출액 중에서 본인 부담비율도 한국은 55%로서 프랑스 19%, 독일 
12%, 스웨덴 8%, 이탈리아 7%, 영국 6%와 비교할 때 턱 없이 높다. 그런데도 
김대중 정부는 작년 5월의 종합대책안에서 외래 소액환자 본인부담금을 40.6% 
인상하여 4천 500원으로 하고 2003년부터 환자 본인부담 30% 정률제를 실시하
고자 하였다. 여기에 덧붙여서 보험급여 범위의 축소와 환자 본인 부담부분에 
대한 보충적 사설의료보험 도입이 거론되었다. 김대중 정부의 종합대책안은 실
로 사회의 어떤 부문에서도 예외를 두지 않으려는 수미일관한 신자유주의적 정
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에게는 어려운 숙제 중의 하나였던 건강보험 재정의 건실화
는 사실 매우 간단한 두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 하나는 보험 재
정의 조달 방법에 사회적 연대의 원리를 도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의
료기관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질적으로 강화하여 의료부문의 소유구조에 공공부
문을 확장하는 일이다. 

사회적 연대의 원리는, 1) 의료보험비에 대한 기업 부담률을 OECD 선두 국가들
처럼 75% 정도로 인상하고, 2) 국고지원 50%를 법제화하되 조세 개혁을 통하
여 사회적 소득재분배의 원리를 도입하고 국고지원의 대상에 대해서도 소득수
준에 따라 누진적인 차등을 두며, 3) 보험료 중에서 수혜자 분담액에 대하여 
정률제 대신에 상한선이 있는 누진제를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연대의 원리를 건강보험 재정 조달의 원칙으로서 도입한다면 건강보험
의 재정 상태는 상당히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건강
보험 재정이 항구적으로 안정된다는 보장은 없다. 재정조달 방법의 혁신뿐만 
아니라 현행 의료체제의 소유구조에서 공공부문을 확장하는 정책도 건강보험
의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하다. 

<표 2> OECD 주요국가 민간병상 점유율 (1998년 기준) 
------------------------------------------------------------- 
국가      |   민간소유 병상 수  |  전체병상 수  |  비율(%) 
-------------------------------------------------------------- 
한국                 215.000                     236.387            91.0 
미국                 709.000                  1,061.688             66.8 
일본              1,336.796                  2,082.572             64.2 
뉴질랜드              9.387                      23.685             39.6 
프랑스              175.831                    498.929             35.2 
오스트리아         22.176                      72.078             30.8 
멕시코                27.446                    103.662             26.5 
포르투갈              8.688                      39.936             21.8 
체코                     8.554                      91.230           9.4 
터어키               10.126                     164.887              6.1 
영국                  10.852                     249.800             4.3 
핀란드                 1.381                      40.096             3.4 
폴란드                 5.080                    205.248              0.2 
---------------------------------------------------------------- 
              자료: OECD Health Data 2000.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은 전체 의료기관의 91%가 상업적 의료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공 의료기관이 적어도 전체의 5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의료
체제가 재편되지 않는 한에서는 상업적 의료체제에 내재한 의료수가 인상의 위
험은 통제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주요 원인이 의료수가
의 인상에 있는 만큼 정부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조성 방법을 담배 값에 붙
는 간접세의 형태뿐만 아니라 소득누진적 직접세의 형태로 확대하여야 할 것이
고, 이렇게 조성된 기금으로써 공공의료기관을 추가 건립해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의 재정 상태가 위에서 말한 두 가지 경로를 통하여 안정된다면 환자 
본인부담을 전면적으로 철폐하고 100% 의료보장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인 부담부분은 사회보험의 원칙에 어긋난다. 이 부분에 대하여 고액의 사설의
료보험제도를 허용하려는 발상도 마찬가지로 사회보험의 원칙에 어긋난다. 
100% 의료보장은 그런 방식을 통하지 않더라도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단지 
정부가 경제적 약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이다. 병원 자본과 제약 회사의 이익의 관점에서 현행 의료 체계를 개선하려
면 어떠한 해답도 없다. 안 그래도 정리 해고와 비정규직의 양산을 통하여 
1997년 경제 위기에 따른 고통을 전담하고 있는 노동자, 서민, 경제적 약자들
은 더 이상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따른 부담을 넘겨받을 능력이 안 되기 때문
이다. 그런데 능력 안 되는 사람들은 병들면 해고되고 몹쓸 병들면 앉아서 죽
기를 기다려야 하나? 사회당은 딱 잘라서 말하겠다. 한국 사회가 그런 사회가 
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III. 

                                      그래서 사회당은 주장한다. 

                                       건강은 상품이 아니다! 
                  100% 의료보장! 전(全)범위 보장! 본인 부담금 전면 폐지! 
                                            당장 실현하자! 

한국 사회,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집안에 누워 있는 환자들이 모두 길거리
에 나와서 장송곡을 부르며 마지막 행진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2002년 5월 1일 
                                               부대변인 이자영

정규표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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