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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0번 : 급증하는 무보험자-미국건강보험의 현실
글쓴이: 펌 등록: 2003-12-09 12:31:28 조회: 666
최근 미국에서는 의료제도 개혁의 방향을 둘러싸고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지
난 11월 22일 미국 하원은 부시정부와 공화당이 추진한 처방약 지원을 중심으
로 하는 (노인)의료보장제도(Medicare) 개혁안을 220 대 115로 아슬아슬하게 
통과시켰다. 상원도 11월 25일 이를 54대 44로 통과시켰다. 1965년 Medicare
가 처음 도입된 후 가장 큰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공화당은 “드디어 우리
가 해냈다”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민주당 측은 ‘의료보장제도 와해의 출발
점’이라고 격렬히 반대했다.  

   현재 미국 보건의료제도가 직면한 큰 문제로는 첫째, 무보험자가 급증하고 
있다. 둘째 의료비 급등과 이에 따른 민간건강보험의 보험료 인상이 고용주나 
노동자 모두에게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고, 병이 났을 때 보험으로 치료해
주는 급여범위도 축소되고 있다. 셋째, 국가재정 지원의 약화로 (노인)의료보
장Medicare)과 극빈자 대상 의료부조 (Medicaid)도 취약해지고 있다. 몇 차례
에 걸쳐 미국 의료제도의 문제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먼저 의료보험 미가입자 문제를 살펴보자. 미국 국세조사국(Census Bureau)
의 조사발표에 의하면 2002년 현재 전체 미국 주민의 15.2%인 4천3백6십만명
이 의료보험 미가입자(the uninsured)이다. 이들은 의료보험 미가입자이면서 
(노인)의료보장과 (빈민)의료부조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 국민의 수
와 거의 맞먹는 사람들이 완전히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미국은 철저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신봉자답게 기본적으로 민간 의료보험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는 강제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따라 민간 
건강보험(health Insurance)에 가입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하
려면 비싼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민간 건강보험 가입자는 대상자
의 62%에 그치고 있다.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대책으
로 미국 정부는 국가의료 프로그램으로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자 등 만성질환
을 앓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보장제도(Medicare), 빈곤선 이하의 계층
을 대상으로 의료부조제도(Medicaid)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Medicare 및 
Medicaid 수혜를 받고 있는 사람은 전체 국민 2억8천만 명 중 약 7천만 명으
로, 전체 국민의 약 25%가 국가에 의해 의료보장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런데 공
적 의료보장의 가입기준, 즉 노인이나 장애인이 아니고 소득도 빈곤선 이하가 
아니면서 의료보험료를 부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무보험자
로서 4천만명 이상으로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보험 미가입자는 인종별로 큰 차이가 난다. 백인은 10.7%,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은 20.2%, 아시아계 18.4%, 라틴계 32.4%로서 남미에서 온 사람
들 중에 무보험자가 많다. 이민노동자 등 비시민권자는 43.3%가 무보험자이
다. 나의 친척 한 분도 이곳 사립대학과 고등학교에 자녀를 공부시키고 있는
데, 자녀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에 들어 있지만 본인은 비싼 보험료
를 감당하지 못해 무보험자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무보험자는 2001년 14.6%에서 2002년 15.2%로 한 해만에 2백4십만명이나 늘
어났다. 이렇게 무보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실업률이 2001
년 4.7%에서 2002년 5.8%로 올랐기 때문이다. 민간건강보험은 회사에서 75% 정
도의 보험료를 부담하므로 실직자들은 자기 소득만으로는 민간건강보험에 가입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둘째, 건강보험료가 올라서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들
이 점점 회사부담 민간건강보험 가입혜택을 노동자에게 제공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고용주지원(employer-sponsored) 건강보험료는 최근 3년간 두 자리
수씩 인상되어 현재 4인 가족을 대상으로 할 경우 연간 보험료가 본인 부담으
로 2,412달러(월 평균 201달러, 24만원), 회사부담 6,656달러(월 평균 555달
러, 67만원) 합계 9,068달러(월평균 756달러, 90만원)에 달한다. 정말 엄청난 
액수이다. 셋째, 많은 회사들이 노동자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본인 보
험료 부담분의 인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두 단기간에 쉽사리 해결
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요인이므로 내년에도 무보험자수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
된다. 

   여기서 뉴욕타임스에 보도된 무보험자의 사례를 살펴보자(스태파니 스트
롬, “중산층에게 건강보험은 사치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2003년 11
월 16일자).

   무보험자 대부분은 공식 기준으로 볼 때 빈곤자도 아니고 실업자도 아니
다. 소기업 노동자, 하위직 공무원, 일하는 독신여성, 임시직, 계약직이다. 
“당신과 나처럼 생기고 당신과 나처럼 입고 좋은 근사한 차를 타고 괜찮은 집
에 살면서 월 1000달러의 보험료를 낼 수 없는 사람을 강타하고 있은 것이
다” 라고 택사스주 휴스턴을 관할하는 해리스 카운티 입법담당관 킹 힐러씨
는 말한다. 이제 건강보험료 부담은 중산층의 문제가 되었다. 건강보험료를 내
고 나면 최저임금 이하 밖에 집에 가져오지 못하는 것이다. 남부 캘리포니아에
서는 7만명의 슈퍼마켓 노동자들이 건강보험 혜택 축소에 반발해 수주일간 파
업을 했다. 

   이민자가 많고 저임금 서비스직이 다수인 택사스주에서는 4명 중 1명이 무
보험자이다. 여기에다 최근 주정부 재정 지원 약화로 9월에는 국가 및 주정부 
지원 보험에 가입한 50만명의 아동들이 치과, 안과, 대부분의 정신과 치료혜택
을 상실했고, 2005년까지 17만명의 아동들이 보험을 잃을 전망이다.       

   케빈 톤튼(41세)은 3년전부터 건강보험 무보험자가 되었다. 그는 잘나가던 
이른바 닷컴 회사에서 건강보험이 제공되는 높은 봉급을 받다가 1998년에 해고
되어 지금까지 여러 회사에 계약직으로 근무해왔는데 보장수준을 유지하기 위
한 보험료를 부담할 만한 소득을 올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럭저럭 지내다가 
올해에 넘어져서 병원에 가야 했는데 바륨 엑스레이값이 130달러, 방사선과 의
사 진료비가 70달러였다. 의사는 다른 검사도 지시했지만 그는 그 비용을 치
룰 능력이 없었다. 엑스레이 결과가 나오면 병원에 가야 하는데 그는 그대로 
견디기로 결심했다. "나는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이 된 셈이다."    

   파도(29세 여성)는 "무보험이란 9살짜리 딸의 천식치료용 흡입기를 살 것인
가, 딸의 생일선물을 살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딸
은 지난 해 국가 보조 보험혜택을 잃었고 파도는 흡입기에 대해 보험이 있을 
경우 지불하면 되는 5달러 대신 80달러를 지불했다. 파도는 공무원이지만 집
세, 자동차 할부금과 보험료, 전기수도가스 등 설비비용에 1200달러가 들
어가고 나면 200달러로 식비와 자동차기름 기타 생활비를 해결해야 한다. 지방
정부가 싼 건강보험을 제공해도 그녀는 가족 대상 보험의 경우 내야 하는 매
월 275달러의 본인 부담 보험료를 부담할 능력이 없다. 치과병원에서 그녀에
게 이를 빼야겠다고 했지만 그는 추가로 들 비용이 무서워 이 빼는 것을 주저
하고 있다.

   로렌드 스티븐슨은 남편 빌이 2년전 월드콤에서 일자리를 잃은 직후에는 실
직자 대상보험인 월 900달러 보험료의 Cobra 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료가 매
월 1200달러로 높아지자 포기해야 했다. 그의 9학년(중학교 3년) 아들이 테니
스하다 다쳐 외과치료를 받아야 했을 때 어머니는 아들을 극빈자들이 이용하
는 지역의 비영리 건강클리닉으로 데려가서 병원에 갔으면 지불했어야 할 400
달러 대신 20달러만 지불했다. "나는 서류를 작성하면서 울었습니다. 아들을 
이곳에 데려오다니 너무나 당혹스럽습니다." 그녀 또한 고혈압 치료와 호르몬
제 복용에 매월 50달러를 지출해야 한다.

   이혼하고 아들과 함께 사는 어머니인 캐롤 존스튼은 심지어 병원 방문비용
도 감당하기 어렵다. 그녀는 보건부서에서 일하다가 지난 5월 일자리를 잃었
고 그후 500-600곳에 지원서를 냈지만 아직 실직 중이다. Cobra 보험에 들면 
매월 214달러가 드는데 이것은 그가 받는 실업보험금 1,024달러의 5분의 1이
나 된다. 그러나 집세, 자동차, 기본경비, 전화 등의 비용만 해도 그의 소득
을 능가한다. 그녀의 16살짜리 아들은 정부의 재정삭감으로 교육과 정서장애
의 치료에 필요한 보험을 상실했다. 그렇다고 존스튼씨가 의료부조 수혜자격
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녀의 소득이 자격기준에 비해 소득이 너무 높기(?) 때
문이다. 그녀 자신 가슨 한 쪽에 두개의 낭종, 다른 가슴에 세 개의 낭종이 있
지만 하나만 제거수술을 받았고 나머지는 돈이 없어 검사받을 수도 없다. "도
움을 받기 위해 내가 이라크에 가야 하나요? 그들은 그곳 사람들에게 쓸 870억
달러가 있지 않습니까." 미국 의회가 최근 부시행정부가 제출한 이라크 군비
와 재건비용으로 870억달러를 승인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무보험자 증가로 병원 응급실은 엄청나게 붐빈다. 응급실을 통해 병원에 들
어온 사람들은 지불능력을 묻지 않고 무조건 치료해야 한다는 법률 규정이 있
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 병원은 응급실 환자들을 공공병원으로 신속하게 보
내기 때문에 공공병원도 골치를 썩인다. 극빈자를 위한 클리닉도 붐빈다.  

   달라스 인근 지역 교육청 서기인 이르마 알레라노의 경우 교육청은 자신에
게는 매월 35달러의  보험료를 내면 보험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나머
지 가족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지 않아서 그의 남편과 세 아이(16세, 15세, 13
세)는 현재 무보험자이다. 남편의 직장은 조그만 조경회사인데 보험혜택이 없
다. 가족 보험료로 2년전에 매월 269달러를 냈는데 작년에 339달러로, 금년에
는 무려 780달러로 높아졌는데 이것은 매달 내는 주택구입융자금 상환액보다 
많은 돈이다. 그녀의 소득은 월 2,800달러내지 3,200달러로 중산층에 속하며 
정부 지원 보험에 가입할 자격 기준을 넘는다. 그의 아이들은 학교스포츠 때
문 다쳐 외과 치료를 받기 위해서 극빈자 대상 클리닉에 갔다. 병원이었더라
면 100달러를 냈어야 할 것인데 25달러만 냈다.    

   현재 한국 정부와 의료계에서 추진 중인 민간의료보험 도입이 어떠한 결과
를 초래할지 눈에 선하다. 가난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중산층들도 정신 
바짝 차리고 이를 저지해야 할 것이다.


장상환(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 경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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