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01번 : [진보교육뉴스 29호] 불온한 저의를 드러낸 서울대의 보고서 |
| 글쓴이: 민중의료연합 |
등록: 2004-01-28 12:39:19 |
조회: 323 |
[진보교육뉴스 29호] 불온한 저의를 드러낸 서울대의 보고서
[29 호] (2004. 1. 27)
불온한 저의를 드러낸 서울대의 보고서:
교육불평등의 주범은 평준화가 아니라 경쟁만을 강요하는 시장화 정책이다.
학력세습과 사회계층의 고착화: 부모의 학력⇒부모의 경제력⇒자녀의 학력
지난 1월 25일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입시제도의 변화: 누
가 서울대에 들어오는가?』는 우리 사회에서 부와 학력의 세습이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1970학년도부터
2003학년도까지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의 입학생의 인적사항을 바탕으로 출신지
역, 부모의 직업과 학력이 입학 가능성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하고 있
다. 보고서는 교육제도가 부익부빈익빈의 악순환을 재생산한다는 일반적인 믿
음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을 내놓은 바, 대도시, 특히 서울 강남지역에 살수
록, 부모의 학력이 높을수록, 부모가 고소득 전문직종에 종사할수록 입학률은
뚜렷하게 증가했다. 이는 현재 교육체제가 부와 학벌의 세습에 적극적인 역할
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며, 교육기회의 평등조차 실현하고 있지 못함을
말해준다.
보고서가 목적하는 바에서 밝혔지만 이번 연구는 30년간의 고교평준화 정책이
저소득층의 교육기회를 확대하였는지, 그리고 입시제도의 변화가 교육의 질을
향상시켰는가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위함이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평준화
로 인해 학교에서 우수학생만을 차별적으로 교육할 수 없게 되어 사교육을 받
지 못한 저소득층 학생의 일류대 진학은 더욱 어렵게 되었다. 또한 쉬운 시험
문제를 강조하다보니 학생들의 지능보다는 반복학습이 더욱 효과적이게 되었
다.……쉬운 입시문제는 저소득층에 유리하기보다 재수생과 사교육으로 무장
한 부유층 학생들에게 유리한 제도임을 본 연구 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고 결
론을 내리고 있다. 즉 현재 교육불평등의 원인을 고교평준화제도와 쉬운 수능
제도에서 찾고 있으며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입시제도의 변화보다는 장학제
도의 확충을 통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결론에 따르면 평준화제도가 저소득층의 우수한 학생의 수월성을 높이
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사교육의 혜택마저 누리지
못해 일류대 진학, 나아가 계층상승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입시제도를 변경해도 사교육의 적응력은 금새 이를 따라잡아 사회계층의 고
착화를 막는 데에 별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다.
보고서의 치명적 오류: 평준화가 교육불평등의 원인?
보고서는 부모의 학력과 직업, 입학생의 출신지역과 서울대 입학률과의 관계
에 대한 유의미한 실증자료를 보여주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학력세
습과 사회계층의 고착화 현상에 대해서는 실증적 근거를 제시하였지만 평준화
제도와 입시제도에 대한 변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를 원인으로 들고 있
다. 현재 교육불평등 현상의 원인이 평준화와 입시제도 때문이라면 이들 제도
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평준화가 언제, 어떻게 저소득층
의 우수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를 방해했는지, 그리고 입시제도가 정말 '쉬
운'지, 왜 사교육이 더 잘 먹히는지에 대한 고찰이 전제된 후에야 비로소 이들
을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러한 분석 없이
무리하게 평준화와 입시제도를 원인으로 돌리는 논리비약을 하고 있으며 교육
불평등의 원인을 교육내적인 문제(평준화, 입시제도)로만 국한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교육기회도 확대되었지만 오히
려 사교육비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불평등 정도
는 심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교육제도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정
부 교육정책의 핵심이념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축적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자본의 신자유주의 전략은 무엇보다 사회적 공공부문을 이윤창출을 위한 대상
으로 삼는다. 이에 따라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공교육제도의 비효율성을 문제
삼으며 국민의 기본적 권리이자 인간의 보편적 발달수단으로서의 공교육제도
를 부정하고 시장원리에 따라 재편하고자 한다. 평등성 대신 수월성이, 공공
성 대신 효율성이, 국가의 책무 대신 시장원리가 교육정책의 핵심 이념으로 자
리잡으면서 경쟁의 강화와 계급분리를 통해 교육은 자본이 요구하는 적합한 노
동력을 생산하는 기제가 된다. 이를 위해 초중등교육은 교사간·학교간 경쟁체
제 도입과 교사·학교 평가체제의 강화를 통해 우수한 인력양성을 꾀해야 하
는 것이다.
본디 자본주의에서 교육은 첨예한 계급간 갈등이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현재 평준화 제도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은 후기중등교육으로서 고등학교 교육
의 성격과 위상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교육체제에서 사회계층의 분화가 본격적
으로 이루어지는 시기는 고등학교 진입단계이다. 고등학교 교육은 사회적 지
위 획득과 직결되는 대학진학을 위한 중간통로로 인식되고 있으며 고등교육은
하층계급에게는 자녀의 지위상승을 위한 디딤돌로, 상층계급에게는 자녀에게
현재의 사회적 지위를 상속하려는 지렛대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고등교
육기회의 획득을 판가름하는 중등교육체제의 형식과 내용을 놓고 치열한 계층
간 갈등이 전개될 수밖에 없으며, 그 한 가운데에 평준화 제도가 놓여있는 것
이다. 일반적으로 계층별로 선호하는 중등교육의 유형은 서로 다른데, 하위계
층은 공적자금으로 운영되는 학교를 선호한다. 또한 보다 확대된 교육기회를
원하기 때문에 경쟁적이고 서열화된 학교체제를 선호하지 않으며 기술·직업교
육뿐만 아니라 보편교양교육을 제공받기 원한다. 반면 상위계층은 엘리트교육
을 선호하여 대중교육과 분리된 복선형 학제를 지지하고, 사회경제적 배경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쟁선발체제를 선호한다. 따라서 상위계층의 입장에서 보
자면 현재 고교평준화 제도는 학교 선택권을 박탈하고 엘리트 교육을 제한하
고 있으므로 자신의 지위 대물림에 있어 결코 유리하지 않은 제도일 따름이다.
한편 갈수록 복잡·다양화되는 입시제도는 근본은 건드리지 않은 채 외형의 변
화만을 거듭한 결과 대학서열에 맞춰 전국의 학생들을 일렬로 세우는 역할만
을 하고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전형방식이 복잡해지고 대학마다 반영비율과
방식이 다양화됨에 따라 입시상담의 사교육에 대한 의존은 거의 '본능적'이
다. 그리고 '다양화와 특성화'를 명분으로 '통합교과를 소재로 사고력을 요구
하는' 수능시험은 학교교육과정과 별개로 출제되고 있어 그 난이도와는 상관없
이 사교육이 잘 먹힐 수밖에 없으며 보고서가 주장하는 바와 달리 문제의 난이
도가 상승하면 사교육 의존도는 더욱 커지게 된다. 현행 입시제도가 가진 이러
한 근본적 한계는 무시한 채 학교를 무능한 것처럼 몰아가며 학교붕괴를 부추
기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평준화 해체라는 불온한 목적을 드러낸 보고서
결국 사교육이 잘 먹히는 입시제도와 경쟁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시장주의 교
육정책이 오히려 교육불평등을 강화하고 있으며 뚜렷한 근거없이 평준화에 탓
을 돌리는 것은 단순한 논리 비약을 넘어 상위계층의 계급분리욕구를 드러내
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작년까지 평준화 제도에 대한 숱한 논란을 겪으면
서 상층계급은 평준화를 해체하고자 하는 집단적 욕망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바 있다. 이들은 최소한의 사회통합전략(교육기회균등, 사회적 위화감 완화)마
저도 포기한 채 평준화 해체가 야기할 여러 사회적 병폐들에 대해서는 입을 다
무는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특정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하
는 평준화에 대한 공격은 상당히 '비정상적'이다. 이들이 내뱉는 주장은 형식
논리상으로 맞지 않을뿐더러 무책임한 주장만을 남발하고 있어 이데올로기적
선동으로 대중을 오히려 현혹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평준화 제도가 붕괴
되어 교육권의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될 집단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준화가 교육불평등을 유발한다'는 서울대의 보
고서는 이들 계층에겐 상당히 약한 고리로 작용하게 된다. 그나마 자신들과 같
은 계층에게 교육기회의 양적확대에 기여해왔다고 믿었던 평준화 제도가 이젠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에 현혹되는 순간 평준화 제도에 대한 신뢰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고 만다. 따라서 보고서는 그저 교육불평등에 대한 실증
적 분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근거로 평준화 제도를 공격하고, 교육불평
등의 직접 피해자 계층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공세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겠
다.
실제로 서울대측은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연구결과에 대해 언론이 어떤 관점으
로 해석하더라도 문제삼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가 발
표된 이후 조선일보가 '평준화후 저소득층 더 불리' 라는 표제를 달아 평준화
제도에 대한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동안 꾸준히 평준화의 해
체와 고교입시 부활을 주장해왔던 정운찬 총장의 의중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공교육 정상화의 길
이번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듯이 우리 사회의 학력세습과 불평등의 고착화는 이
미 심각한 수준이며, 이는 교육을 통한 기회균등의 보장과 공교육의 정상화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사고력 측정을 빙자한 수능시험과 복잡한 대입전형
방식은 사교육비 지출을 강요하고 있으며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지닌 계층에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더군다나 2005학년도부터 실시되는 선택형 수능은 사
교육에 대한 구매욕을 더욱 자극할 것이 뻔하다. 그리고 근거없는 평준화에 대
한 공격은 자신의 입맛에 맞게 공교육제도를 뜯어고치려는 소수 상위계층의 이
기적 탐욕일 뿐, 결코 교육불평등 현상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
들'의 말마따나 다양한 학교설립을 통해 평준화를 해체한다면 이미 부유층 자
녀들이 독점하고 있는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의 입학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
이며, 이에 따라 사교육비는 더욱 증가할 게 뻔하다. 따라서 저소득층의 교육
기회는 대폭 제한되며 교육불평등 현상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것이
다.
[관련 기사]
고소득 전문직 자녀 서울대 입학률 16배 <한겨레> 2004. 1. 26
'사교육 힘'으로 학력세습 <경향> 2004. 1. 26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보고서 원문보기
■ 교과와 교사 구조조정
올해부터는 초중고 모든 학년에 7차 교육과정이 전면 적용되고, 2005학년도부
터는 선택형 수능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음미체 교과뿐만 아니라 선택과목, 그
리고 해당 교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수준별·선택형 교과과
정은 평준화제도에 대한 보완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바, 학교교육의 다양화를
통해 평준화의 허점을 메울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선택형 교육과정은 학교
선택제로 가기 위한 수순이다. 선택형 수능제도는 학교교육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며 평준화의 해체를 통해 학교선택제의 정착을 시도하고 있다.
교과구조조정, 복선형 학제 등 교육과정 개편 움직임과 더불어 교원정책의 변
화도 함께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교원자격·양성임용 제도를 다양화
한다는 명목으로 교·사대 통폐합, 부적격 교원 퇴출, 계약직 교사제 확대, 교
원정년폐지 등의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7차교육과정 제대로 <한겨레> 2004. 1. 19
교사 열정을 지피자 <한겨레> 2004. 1. 20
사교육비 실태조사 및 경감방안 연구, 교육부
2004학년도 초중등교육 주요업무계획,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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