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7번 : [진보교육뉴스 30호] 교원평가제도를 둘러싼 논란을 경계한다 |
| 글쓴이: 민중의료연합 |
등록: 2004-02-11 16:26:17 |
조회: 495 |
[진보교육뉴스 30호] 교원평가제도를 둘러싼 논란을 경계한다
[30 호] (2004. 2. 10)
교원평가제도를 둘러싼 논란을 경계한다!
교사에 대한 집단적 왕따
지난 2월초 안병영 교육부장관이 '학교교육 정상화 촉진대회'에서 밝힌 '공교
육 정상화 방안'은 공교육 정상화 해법과는 거리가 먼 채 쓸데없는 논란을 불
러일으키고 있다. 이날 안병영 장관은 교원평가 도입, 선지원 후추첨제 확대,
수준별 이동수업 확대 등의 '방안'을 내놓은 바, 평준화 정책에 대한 논란에
이어 교원평가제도를 놓고 또 한 차례 지극히 비정상적인 논쟁구도가 벌어지
고 있는 양상이다.
안병영 장관의 발언이 있은 직후 학부모 단체와 교장단은 즉각 교원평가제도
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고, 일부 교사들은 '떳떳하게 받아들이자'는 과감성
을 보여주었다. 이와 함께 대다수 언론들도 교원평가제도에 적극 동조하는 논
조의 기사를 내보내는 등 가히 교사에 대한 '집단적 왕따'가 이루어지고 있
다. 정작 공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간 당사자인 교육부는 논란의 핵심에서 한
발 비껴선 채 학부모, 교장단 등 교육당사자들이 공교육 부실의 모든 책임을
교사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는 형국이다. 기왕에 사교육이 부흥기를 누리며 "학
원 강사보다 노력 안 하는 교사"라는 비난까지 받는 마당에 평가체제까지 도입
하겠다니 현장의 교사들은 더욱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셈이다.
교원평가제도 도입의 논리
교원평가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단연 '평가를 통한 교
육의 질 제고'를 근거로 든다. 여기엔 교직사회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효율성
을 추구한다는, 이젠 '상식'이 되어버린 경쟁논리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평가를 통해 '부적격 교사'나 '기피 교사'를 퇴출시키고, 교육수요자인 학생
과 학부모의 평가권과 선택권을 보장하며, 각종 인센티브로 교직사회를 활성화
시킨다는 계획은 교사의 질 향상을 통해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고 공교육의 정
상화를 꾀하겠다는 데까지 나아간다.
물론 학생들에게 (성)폭력을 일삼거나, 뇌물을 주고받는 소수의 '부적격' 교사
들이 있으나 이들은 평가가 아니라 징계의 대상이며, 이러한 소수 교사들을 걸
러내기 위해 상시적으로 평가체제를 운영하자는 것은 그들의 논리대로 하자
면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부적격·기피' 교사를 판가름하는 기준
은 무엇이며, 그런 교사는 도대체 누가 만들어 내는가? 이들이 말하는 '부적격
·기피'교사는 입시교육에 부적합한, 즉 입시준비를 제대로 해주지 않고 수업
시간에 반전평화수업이나 정보인권수업을 하려는 교사들을 말할 뿐이다. 곧 학
교와 교사는 학생들이 조금 더 경쟁력있는 대학에 입학하도록 적극적으로 가르
쳐야 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는 교사는 '부적합'하기에 퇴출
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상시적인 평가기제를 통해 '부적격·기피'교사
를 걸러내면 이제 학교는 '입시전문 강사'가 포진된 '입시전문 학원'으로 전락
하고 만다. '부적격·기피'교사의 퇴출은 학교교육의 정상화가 아니라 학교교
육의 입시기관화일 뿐이다. 교육부의 말마따나 학교교육이 사교육을 흡수해야
한다고 할 때, 학교를 학원처럼 입시준비를 잘 시켜주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길인가? 그렇다면 중등교육기관은 단지 좋은 대학을 가
기 위한 발판일 뿐인가?
다음으로 '학부모와 학생이 참여하는 교사평가를 통해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
을 해소하자'는 주장을 살펴보자. 이는 소위 '교육소비자론'과도 맞닿아 있는
논리로 교육상품의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평가권과 선택권을
보장하라는 시장주의적 논리이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러한 수요자논리가 학생
과 학부모의 '민주적 참여'라는 형식으로 포장되어 '학교자치의 확대'라는 주
장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는 일부 교원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바이기도 한
데, '바람직하고 올바른' 교원평가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교장선출보직제의
도입과 함께 학생과 학부모가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다면평가제도가 시행되는
학교자치의 전면적 실현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러한 '올바른 교원
평가제도' 주장은 대다수 교사대중이 헷갈려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교육을 '상품'으로 간주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
자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가 계속되는 한 공교육제도의 기본이념은 곰비임
비 썩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소비자로서가 아니라 민중
교육권의 주체로서, 이들의 참여는 교사평가제도가 아니라 공교육의 강화에,
보편적 교육권의 확보에 보태져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전면적인 학교자
치의 확대이지 자칫하다가는 '민주적 참여'와 '자치'를 빌미로 '돈깨나 쓰는'
학부모들의 입김만 세질 뿐이다.
이런 식의 교원평가는 각종 인센티브와 유인책를 미끼로 교직사회를 실적주의
에 매달려 끝없는 경쟁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실적이란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가'이며 이에 따라 교사들은 자신의 교육활동에
대해 혼란과 방황을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가는 곧 교사노동의 통제
이렇게 본다면 교원평가제도는 그들이 내세우는 의도와 달리 전혀 공교육의 내
실화와 관련이 없음이 드러난다. 교육부 장관의 발언은 정부의 교원정책의 핵
심으로써 교원노동유연화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미 내부적으로 교
원정책 추진방향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선 '교원평가제도 마
련', '교원 자격/임용제도 다양화'를 추진한 후, '교사대 통폐합', '계약직 교
사제 확대', '교원 지방직화', '교원 정년 폐지' 등의 복안을 갖고 있다. 따라
서 교원평가제도의 마련은 교원노동유연화의 기초가 되는 토대로써 중요한 의
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평가제도가 도입되면 교사노동의 자율성은
심각하게 침해받고 상시적인 통제가 가능해지며, 교사노동의 유연성이 커지면
서 노동의 불안정화는 심각해진다. 교원노동의 상시적이고 다양한 방식의 통제
를 통한 노동 유연화 정책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서 실업난의 가중으로 상대적으로 직업적 안정성을 지닌 교직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고 있어 임용고사라는 좁은 문을 겨우 통과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으
며 이미 기간제 교사, 순환근무 교사, 복수전공 교사, 시간강사 등 다양한 형
태의 교사노동이 존재한다. 이렇듯 치열한 경쟁기제를 통해 걸러내는 한편, 유
연한 노동력 관리로 교사노동에 대한 통제력을 장악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본
질이 이러함에도 교사평가를 거부하는 입장을 교육의 질 향상을 외면하고 개혁
의 흐름을 거부하는 시대에 뒤떨어졌다거나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는 비난이
퍼부어지고 있다.
아직 정부가 구체적인 교원평가제도에 관한 정책을 내놓지도 않은 상황에서 금
새 본질이 드러날 조잡한 말 한마디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모든 비난의 화살
이 교사에게 쏟아지는 이러한 비정상적 상황을 어찌 이해해야 할까. 평준화에
대한 공격에서 드러났듯 현재의 논란은 공교육제도의 해체를 열망하는 기득권
세력의 이데올로기 공세의 성격이 짙다. 교육부는 말 한마디 던져놓고 뒷짐
진 채 싸움터에서 한 발 물러나 공교육과 교사대중에 대한 기득권세력의 무차
별적 공격을 묵인방조하고 있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바른' 교원평가제도는 기만이다
기실 교사의 교육활동을 단기간에 양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
직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이참에 '올바른' 평가제도를 도입
하자거나, 교장선출보직제를 얻어내자는 주장이 야금야금 자리를 잡아가고 있
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자. 현재 교육문제의 핵심은 절대로 교사평가가 아
니며, 오히려 공교육제도에 무차별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는 보수세력에 대한
준엄한 평가가 내려져야 한다. 소신있는 교사들을 '부적격·기피' 교사로 낙인
찍는 현실, 대학서열화와 그에 따른 입시경쟁의 심화로 학교를 기피하고 사교
육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하는 현실, 평준화제도를 해체하려는 음모가 판치는 현
실이 엄연히 온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교원평가를 얘기하는 것은 제도
의 실효성을 따지기 이전에 그 의도부터 의심해봐야 한다.
따라서 현재 교원평가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자칫 '그렇다면 어떤 평가제
도가 되어야 하는가'에 관한 논의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이러한 논란
은 정부의 정책실패를 교사에게 돌리면서 여타 산적한 교육문제들을 왜곡시키
고 은폐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뿐이다. 교육부는 교원평가제도를 도입하기도 전
에 벌써부터 교육주체들 간의 갈등을 조장하면서 정작 득을 보는 것은 공교육
제도를 무너뜨리려는 기득권 계층이다. 우리는 오히려 현재의 비상식적인 교육
병폐를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로 사회적 의제를 전환해야 한다.
현 교육모순에 대한 책임을 교사에게 떠넘긴 채 자신의 실책을 감추려 하는 정
부의 기만성을 폭로하고, 생산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서열화의
철폐와 대학평준화 도입, 입시제도의 개혁과 학교교육의 정상화, 평준화의 전
국화 등 보편적 교육권의 확대와 공교육의 정상적 운영이 시행될 때라야 비로
소 교원평가에 대한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관련 기사]
“公교육 체질개선 반신반의”, <경향> 2. 3
좋은교사운동의 입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입장
참교육학부모회의 입장
교장선출보직제와학교자치실현연대 성명서
교장선출보직제와 학교자치 전문가 토론회 : 교원평가를 중심으로
■ 수도권 지자체의 평준화 죽이기 공모
서울시와 경기도가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의 설립에 집요하다 싶을 만큼 집착
을 보이면서 서울과 경기도의 평준화 제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평준화 제도를 둘러싸고 계급갈등이 예고되는 바, 수도권 지역에서의
특목고·자립형사립고 설립 저지 투쟁은 향후 평준화 싸움의 분수령이 되는 중
요한 고리이다.
지자체 '이상 열병' 번진다 <한겨레> 2. 10
'특목고 유치' 지역민엔 '독' 될 수도 <한겨레> 2. 10
서울시, 특목高유치 적극 나선다 ‥ 전담조직 신설 <한국경제> 2. 9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