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93번 : [진보교육뉴스 31호] 대학교육비 인상의 정치경제학 |
| 글쓴이: 박주영 |
등록: 2004-02-25 16:41:17 |
조회: 174 |
[진보교육뉴스 31호] 대학교육비 인상의 정치경제학
[31 호] (2004. 2. 24)
대학교육비 인상의 정치경제학
항상 예고된 등록금 투쟁
새학기를 앞두고 대학가는 등록금의 인상을 예고한 대학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학생과의 팽팽한 긴장으로 인해 벌써부터 심상찮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올해
도 어김없이 국공, 사립대학을 막론하고 평균 10%에 가까운 등록금 인상을 예
고한 가운데 학생들은 학생회를 중심으로 학교측과 직접 협상에 나서거나 대학
간 연대기구를 구성하여 사회적 합의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과거와는 달리 등록금 문제는 더 이상 대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
다. 그도 그럴 것이 등록금 자율화 조치 시행이후 1990년부터 2001년까지 12
년 동안 대학 등록금은 해마다 꾸준히 인상을 거듭해왔는데 인상률은 평균 10%
를 웃돌았다. 게다가 최근 3년간 소비자물가는 10.7% 오른 반면, 같은 기간 국
공립대 등록금은 28%, 사립대는 21%나 올랐다. 지난 IMF 위기 당시인 98년과
99년에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억제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해마다 물가인상률보
다 2~3배 높게 등록금을 올린 결과 1인당 등록금은 10년 사이에 3배로 껑충 뛰
어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학교육의 양적 확대·보편화는 오히려 교육비의
가계부담을 더욱 증가시켰고 이에 따라 부모님이 소를 팔아도, 학생이 아르바
이트를 해도 크게 올라버린 등록금을 감당하기엔 너무나 빠듯하다. 대학진학률
이 80%에 이르는 지금 등록금의 문제는 단지 학생과 그가 속한 가정의 문제만
이 아닌 전민중의 문제인 것이다. 더군다나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대학을 다니
는 와중에도 이제는 취업을 위한 각종 과외를 해야하는 형편이다. 정부와 자본
은 현재 실업의 위기를 대학생 개인의 능력부족과 대학교육의 문제로 돌리면
서 취업비용까지 개인에게 추가로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대다수의 대
학생들은 취업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비싼 과외비의 지출도 불
사하고 있으며 기업은 비용감소와 항상적인 실업군 유지를 위해 이를 적극 활
용하고 있는 입장이다.
한편 직접적 이해 당사자로서 등록금 인상에 저항하는 대학생들의 움직임도 사
뭇 양상이 달라 보인다. 봄꽃이 만발하는 3, 4월에 교육환경개선 정도를 요구
하는 등록금인상 정당성 확보투쟁으로 한 해 학생회사업의 시발을 알렸던 과거
의 방식에서 이제는 대학인의 교육권과 생존권 확보의 차원으로 등록금 문제
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꾀하고자 하는 시도도 발견된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
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여전히 대학생의 등록금 투쟁은 학교
당국와의 협상으로 몇 %를 깎았나하는 성과로 귀착된다. 게다가 학생대중들에
게 청년실업문제를 가지고 다가가는 것은 아직 힘겨워 보인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 교육비의 민중전가
대학들, 특히 사립대학은 해마다 물가상승을 등록금 인상의 대표적 요인으로
든다. 하지만 이미 지적했듯 이제껏 대학은 물가상승률보다 2~3배 높게 등록금
을 인상해왔다. 이외에도 갖가지 이유를 대며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
장하지만 사실 설득력이 별로 없다. 사립재단은 예산편성과 집행과정이 불투명
할 뿐만 아니라 등록금 인상의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도 못한다. 게다가 수
천억원씩 이월적립금을 쌓아두고도 교육환경투자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이
렇게만 본다면 사립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해야할 합당한 명분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은 왜 올라갈까?
전통적으로 공공성의 기반 위에 서있는 유럽의 대학들과 달리 남한의 대학은
역사적으로 공공성이란 것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1970, 80년대를 거치면서 경
제규모의 성장과 함께 중등교육기회의 확대가 이루어진 만큼 고등교육에 대한
요구도 확대되었다. 이러한 요구는 굉장히 복합적인 바, 소수의 엘리트를 육성
하고자 하는 국가적 요구와 질 높은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수급받으려 하는 자
본의 요구와 고등교육의 수혜로 신분·계층 상승을 꾀하려는 노동자계급의 요
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대학교육의 양적 팽창이 이
루어진다. 1980년도에 대학생수가 6십만명 정도에 불과하던 것이 2000년이 되
면 3백만명을 넘어서게 된다. 그에 비해 전체 대학수는 1980년도 237개교에서
2000년도 355개교로 늘어나 학생수의 증가폭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하지만 국
가는 대학의 양적 확대를 통해 노동계급의 교육기회 확대와 계층상승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듯 하면서 그에 따르는 비용은 고스란히 개인에게 떠넘겨버렸
다. 2003년 현재 전문대의 경우 사립대학의 비율이 90%, 4년제 대학은 85%에
이르고 있어 국가가 고등교육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성조차 포기하고 개인에게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출하게끔 정책적으로 유도해온 결과이다. 대학교육의 양
적 확대와 함께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돈벌이를 꾀하려는 부실한 사학들이 난립
하여 오히려 대학교육의 질은 하락하는 한편, 과잉산업예비군을 양산하여 사회
진출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자본은 값싼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
기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대학생들은 입학시 등록금 때문에 울고, 졸업시 취업
비용 때문에 두 번 울 수밖에 없다.
<표> OECD 회원국 공.사부담 고등교육비 비율, 1998 (단위:%)
공부담
사부담
한국
16.7
83.3
미국
46.8
53.2
영국
62.7
37.3
프랑스
85.5
14.5
독일
92.1
7.9
일본
41.7
58.3
스웨덴
89.3
10.7
호주
56.1
43.9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더해 정부의 재정지원 방식은 등록금의 인상을 더욱 부
추기고 있다. 상위권 대학은 연구중심대학으로 선정하여 집중지원을 해주면서
나머지 대학에게는 소위 '특성화'란 이름의 구조조정을 강제하며 도태시키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은 곧 '차별과 배제'에 다름 아니다. 상위권 10개 대학
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이 전체 보조금 총액의 40%에 이른다는 사실은 '선택과
집중'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대학교육의 확대를 오로지 시장에만 맡긴 결과
대학의 운영을 전적으로 등록금에만 의지하는 부실한 사학들이 난립하게 되었
으며, 이들 대학들을 포함하여 지방대나 비상위권 대학은 정부의 지원조차 받
지 못한 채 재정난에 처해 등록금의 인상은 곧 대학의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
린 상황이다. 정부는 한정된 자원을 대폭 지원하면서 대학교육기회의 확대를
꾀한다는 명분도 얻고 소수대학에 대한 집중지원을 통해 국가 엘리트를 양성하
면서 나머지 대다수 대학생들은 고학력 실업자군으로 편입시켜 안정적인 노동
력 재생산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자신의 정책 실패를 전혀 책임지려 하지 않는 가운데,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대학을 더욱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마치 재정위기의 책임
이 대학 자신에게 있다는 듯 정부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충실히 따르라거나
기업과 손잡고 열심히 돈을 벌라고 하고 있는 게 파렴치한 정부의 모습이
다.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사립대학뿐만 아니라
국공립대학도 산학협력단이라는 수익사업이 자유로운 특수법인을 설립할 수 있
으며 학내에 학교기업을 차려 기업체와 함께 장사도 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재정난과 청년실업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며 대학들에게 사실
상 강제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지원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대학이라
고 이를 따르지 않겠는가. 산학협력단의 실효성과 교육적 의미는 다 제쳐두
고, 산학협력단이 본격적인 지적재산권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초기자본
이 엄청나게 들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될 것이며, 학
교는 실업난의 해소와 학교발전이데올로기를 들어 등록금을 인상하려는 명분으
로 삼을 것이 뻔하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지방대 육성방안도 마찬가지로 지
방대학 위기의 해결책이기보단 산학협력이나 각종 구조조정을 통해 자구노력
을 하는 대학은 살려주면서 그렇지 않은 대학들은 과감히 시장에서 퇴출시키겠
다는 계획으로 지방대에 대한 재정지원을 미끼로 지방대학교육을 더욱 왜곡시
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국립대라고 해서 예외일 순 없다. 정부가 끈질기게 추진하려고 하는 '국립대운
영특별법'은 국립대학의 회계제도를 사립대학의 그것과 비슷하게 바꾸려는 것
이다. 기존의 국고회계와 비국고회계를 통합하여 국립대학에게 독자적인 예산
편성·운영권을 줌으로써 국립대학의 등록금 인상은 충분히 예상된다 하겠다.
등록금 인상 요인은 또 있다. 바로 교육개방이다. 교육개방의 원칙이 되는
GATS 협정이나 투자협정 조항들은 '비차별'과 '의무이행부과 금지'조치들을 담
고 있다. 이는 외국자본에 대한 차별로서 국내자본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제한
하는 원칙으로 외국대학과 국내대학이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
워 국가보조금을 철폐하려는 압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교육개방이 된다하
더라도 외국의 유명대학들이 굳이 남한에 들어올 리는 만무하고, 장사를 목적
으로 하는 대학들만 들어올 것이 뻔한 터에 이들 대학의 등록금은 상당히 비
쌀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이들이 국내 대학교육의 근간을 잠식해가면서 교육
비는 전반적으로 상승될 것이 뻔하다.
이렇듯 공공성에 바탕을 두지 않은 채 사적자본에 의해 양적으로만 기형성장
한 남한의 대학교육은 국가의 빈약한 교육재정구조에 기반한 채 버텨왔으며,
정부는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려하지 않고 거꾸로 자신의 책임을 민중에게 은폐
·전가하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추진한 결과 대학교육기회의 확대는 오히
려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낳았으며, 교육비의 민중전가와 교육불평등의 심화
로 귀결되고 있다.
등록금의 문제는 공공성의 원리로
이렇게 보면 현재 등록금의 문제는 단지 돈 몇 푼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교육
의 철학과 원칙 그리고 교육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등록금을 인하하
거나 동결하라는 요구만을 가지고는 구조적이고 복잡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더군다나 등록금 책정과정에 학생들의 참여나 사회적 합의를 보장하
는 민주적 운영에 대한 요구나 예결산을 공개하고 등록금 인상의 합리적 근거
를 제시하라는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현재 등록
금의 폭등은 개별대학의 비민주적·폐쇄적 운영에도 어느 정도 기인하지만 보
다 근본적으로는 대학교육을 공교육체제로 수렴하지 않고 시장경쟁원리에 맡겨
버린 국가의 정책방향에 기인한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보다 교육재정의 확충
을 국가에 요구해야 하며, 공공성의 원리로 대학을 개혁할 것을 주문해야 한
다. 비정상적으로 규모가 커진 사립대학의 비율을 줄이고 점차 국공립대학으
로 전환해야 하며 국공립대학은 평준화를 실시하여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교
육권을 고등교육에까지 확장하고, 교육기회와 내용을 평등화하며, 대학서열체
제를 없앨 수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를 실패자로 내몰고, 특정집단의 이해관
계에만 좌우되는 현행 대학교육의 파행을 혁파하고 진정한 공교육 체제로 흡수
·수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대학교육의 모순을 짊어지고 있는 대학인들은 노동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위해 스스로 비싼 교육비를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결단이 필요한 게 아니라 국
가가 대학교육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으려 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필요
하며, 누구나 차별없이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또
한 실업난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더 많은 사교육비의 지출을 강요하는
정부의 정책 실패를 꿰뚫어 보고 사회진출의 확대를 보장하도록 촉구해야 한
다.
[관련 기사]
수입은 '축소' 지출은 '뻥튀기', 사립대 예산편성 '엉망진창' <유뉴스> 2. 24
■ 형식논리조차 무지한 비평준화론자들
"입시제도의 변화: 누가 서울대에 들어오는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무리하
게 평준화 정책의 실패를 지적했던 서울대 교수들에 이어 신자유주의 교육담론
의 진원지인 KDI 마저도 최소한의 형식논리조차 무시한 채 견강부회식으로 평
준화제도를 공격하고 있다. KDI는 지난 2월 23일 보고서의 전문을 공개하지 않
은 채, "고교평준화정책이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실증분석"이란 연
구결과를 발표하고, 비평준화정책이 평준화 정책에 비해 성적 상승 효과가 있
음을 밝혔다. 이에 따라 경제일간지들을 중심으로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 KDI
의 발표내용을 그대로 보도했다.
보고서 전문을 공개하지도 않은 채 연구결과만을 달랑 발표하고, 일부 언론사
는 사실검증도 하지 않은 채 앵무새처럼 발표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는 보도행
태는 연구결과의 논리적·실증적 정합성 여부를 떠나 발표의 저의가 불순하다
는 혐의를 벗을 수 없으며, 이는 이미 알려진 대로 KDI와 보수언론의 평준화
죽이기 공작이다.
더군다나 연구방법에 있어서는 고1 학생이 2학년으로 진학한 이후 어떻게 성적
이 변화했는가를 살펴본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고1 학생과 고2 학생을 비교하
여 성취도 향상결과를 측정한 것으로 드러나 억지논리로 평준화를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KDI는 지난 2월 19일에도 전경련과 함
께 "중등교육 개혁 실천방안"을 발표하면서 평준화제도를 깨는 각종 학교제도
의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
시장주의자들의 공격이 지나치게 거센 탓일까. 현재 논쟁의 양상은 오히려 교
육부가 나서서 이들의 극단적 주장을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 보고서
의 발표후에도, 이번 KDI의 발표후에도 교육부측은 일일이 해명자료를 내보내
면서 현행 평준화 제도의 유지를 고수하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하지
만 정부는 속도조절만 하고 있을 뿐 기본적으로 초중등교육마저 시장화 정책
을 추진하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지자체 "지역인재 확보위해 특목고 설립필요" <이데일리>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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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 학교 선택권 줘야" <중앙일보> 2. 20
교육과정평가원 해명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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