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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7번 : [인권하루소식5/1]남성·비장애인 중심성을 드러낸 법원의 판결
글쓴이: 민중의료연합 등록: 2004-05-03 19:13:00 조회: 155
남성·비장애인 중심성을 드러낸 법원의 판결
 

정신지체 2급 장애 청소녀를 5년간 성폭행한 남성에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
다. 판결의 요지는 '때리거나 협박한 사실이 없어 성폭력 범죄의 처벌 조건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이른 것으로 판단되지 않고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재판부가 말하는 '항거불능' 상태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
국 
재판부가 인정하는 성폭력이란 '정조관념이 투철한 순결한 여성이  목숨걸고 
저항했지만 어쩔 수 없이 당한 사건'이라는 대단히 가부장적 가치관이 내포돼 
있음을 다시금 확인케 한다. 이 소녀는 가해자가 '어머니와 오빠를 때렸던 것
이 기억나서 무섭고 겁이 나 반항하지 않았고, 어떤 해악을 가할지 두려워 소
리지르지 않았다'고 분명히 진술하고 있다. 
 
이 소녀가 진술하는 성폭력의 경험은 '성폭력'이 아니란 말인가! '저항' 정도
를 
잣대로 삼는 재판부의 기준은 성폭력을 경험한 모든 여성에게 목숨을 내놓으
라는 것과 다름없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여성이 경험하는 성폭력은 '권
력'이라는 구조화된 성별(젠더)관계 속에 놓여 있다. 이 사건의 경우도 가해자
(어머니 내연의 남자)와 소녀의 관계는 저항할 수 없는 위계가 존재한다. 이러
한 상황에서 왜 저항하지 않았는지를 묻는 것은 성별화된 성폭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주의 시각이다.
 
게다가 재판부는 이 소녀가 정신지체 2급 장애인이지만 읽고 쓰는 능력이 있
고, 강간·낙태의 의미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성교육에 대한 이해능력이 있었
던 사실을 들어 '항거불능' 상태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인지능력
이 
있는 것'이 곧 '특정상황에서의 대처능력' 이라는 재판부의 이해방식은 정신지
체장애에 대한 몰이해이다. 이번 판결은 정신지체를 지닌 여성장애인의 특성
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재판부의 '비장애인 중심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재판부의 무죄판결로 성폭력 가해자는 거리를 활보하게 됐고, 피해여성은 이
중, 삼중의 고통 속에 빠지게 됐다. 사법부는 말로만 '인권의 보루'를 논할 것
이 아니라 성폭력 사건 및 장애인에 기본적인 이해부터 바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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