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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9번 : [신문기사]국민연금 반대를 다시 생각하며..
글쓴이: 알리미 등록: 2004-06-02 11:10:38 조회: 185
한겨레 5월 27일 25면

국민연금 반대를 다시 생각하며 
 
국민연금 제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국민연금에 관해 사실에 기
초한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기보다는 추측과 다양한 ‘설’들에 의해 여론이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조직적인 국
민연금 흔들기라는 의문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이 왜 많은 국
민의 비난과 분노의 대상이 되어가는 것일까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나는 
두 가지 문제점이자 해결의 시발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국가에 대한 기
본적인 신뢰 문제다. 과거 국민에게 국가는 통치자이며, 섬김의 대상이 아니
라 군림의 대상이었다. 그런 국가가 몇십년 기여를 받아서 몇십년 후 ‘나의 
노후’에 매월 생활비를 줄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그것은 여느 선진국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연금의 원리일 뿐이지만 우리에게 그것은 의심의 대상이
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연금기금은 몇십년 후에 다 ‘고갈’된다고 한다. 
이 정도면, 국민연금 기여는 모두 세금이며, 국가가 또한번 국민의 귀한 돈으
로 장난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일정기간 기여 후 평생 연금을 준다는 것이
며, ‘고갈’이라는 말을 풀어 해석하면 연금은 계속 유지되지만, 연금의 재
정 방식이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현 세대 노동계층의 기여금이 현 노인세대 
연금 지급으로 사용되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으
로 전환된다는 사실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고갈’이 연금 미지급으로 이어
지는 사태는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우며,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판
단된다. 이런 사실을 뒤로하고 일부 국민은 차라리 그 돈으로 사적 보험을 가
입하는 것이 좋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급여를 낮추고 기여를 높이겠다는 정부 개혁안은 국민의 불만
을 증폭시켰다. 물론, 국민의 불만은 이중적이다. ‘고갈’이 지금까지 국민연
금을 반대해온 주요한 이유였음에도, 적립기금 안정화를 꾀하는 개혁안에 대
해 반대하는 것은 역설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의 자의적인 연금개혁은 
문제가 있다. 현행 30년 기여를 했을 경우 자신의 평생 평균임금의 45%를 받
는 상황에서 개정을 통해서 급여가 40% 밑으로 내려갈 경우 빈곤선에도 미치
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개정보다는 일부 기여율의 상향 조정과 함
께 적극적인 재정지원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현 급여율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
이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국가의 책임성을 보여주는 방안이 될 것이다.

둘째 문제점으로는 국가와 국민들 간의 의사소통을 지적하고 싶다. 현재 국민
이 품고 있는 대표적 오해 중 하나인 국민연금 급여가 사적 보험 연금보다 못
하다는 것은 국민과 정부 사이 정보의 불균형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1988년
부터 시행된 이 제도가 국민에게 지금까지 전혀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심지
어 일부 네티즌들은 이 제도의 출발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의해서라고 믿
고 있다) 현재와 같이 표류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얼마나 국민을 단순한 정책 
실행의 대상으로만 보아 왔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국민과 함께 토론하
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보여주어야 할 때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고령화 현상은 놀라운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점차 
국민연금이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
스러운 대목이므로,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결단해야 한다.

최영준/영국 바스대학 사회정책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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