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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6번 : "우리 자식도 배우게 해주세요"
글쓴이: 민중의료연합 등록: 2004-07-27 14:20:38 조회: 143
인권하루소식7/27
"우리 자식도 배우게 해주세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 어머니의 소원은 한결같다. 때론 각박한 세상살이에 
그 소원의 내용이 다양해지고 때때로 무게중심이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 내 어머니의 이뤄지지 못한 소원은 평생을 짓누르는 한이, 
우리 가족의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되었다.
 
둘째 언니를 낳고 1년이 지나서야 어머니는 언니가 뇌성소아마비로 평생을 살
아야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혼자서는 제대로 걸을 수 없고, 항상 누군
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어머니는 그것이 마치 자신의 잘못인 양 언니
에게 죄스러워했다. 그러나 어머니를 더욱 힘겹게 했던 것은 제대로 가르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언니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일반학교 입학을 거부당했
고, 2년간의 특수학교 생활을 강요당해야했다. 언니를 일반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어머니는 '수치스러운' '애원'을 마다하지 않으셨고, 생활의 여유는 모
두 
포기하셔야했다. 어머니의 억척으로 언니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고 중
학교를 진학할 수 있었지만, 고등학교의 문턱은 결국 넘지 못했다. 만만치 않
은 세상 속에서 언젠가 혼자 서야할 언니를 위해 더욱 더 많이 주고 싶었던 어
머니의 소원은, 마음으로나마 자유롭게 걷고 싶었던 언니의 꿈은 '교육현장'에
서 무참히 짓밟혔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장애인의 52.3%가 초등학교 졸업이하의 교육밖에 받지 
못했으며, 학령기(3~17세)의 장애인 24만 명 중 75%가 본인의지와는 무관하
게 교육현장에서 소외되고 배제돼있다.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선 부모가 '보조
교사'가 되어야하고, 소풍을 수련회를 가는 일은 '다쳐도 학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가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상급학교로 갈수록 적은 특수학
급
의 수는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이사냐' '학업포기냐'에 대한 선택을 강요하
고, 
장애교육에 대한 빈약한 투자는 더욱 빈곤한 부모들의 주머니를 강탈한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한 교실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
정을 배우며, 함께 교육받고 성장하는 통합교육은 너무 요원한 꿈일 뿐이다. 
이런 참담한 현실은 장애를 가진 한 인간을 '인격체'가 아닌 동정과 시혜의 대
상으로, 때론 사회의 치부나 부담스러운 존재로 전락시킨다. 또한 '역경을 딛
고선' '인간승리'라는 수식어를 통해 장애를 가진 이들의 성공의 당락은 마치 
가족과 장애를 가진 이들이 쥐고 있는 양 떠들어댄다.
 
내 어머니의 이뤄지지 못한 소원,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배우고 싶다는 처절
한 절규는 단식농성이라는 외침으로 오늘로 22일째 국가인권위원회의 복도 한
켠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비정상'이라는 인식 앞에, '효
율'과 
'경제'이라는 미명 앞에 철저히 짓밟혀 온 장애인들의 몸부림치는 절규가 어
디 
22일이랴! 
이번만큼은 승리하기를, 꼭 승리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유해정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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