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84번 : [기고] '저임금 여성노동자의 날'이 남긴 것 |
| 글쓴이: 민중의료연합 |
등록: 2004-09-03 08:31:08 |
조회: 168 |
인권하루소식9/3
[기고] '저임금 여성노동자의 날'이 남긴 것
지난달 26일 여성부 앞에 간병인,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이 모였다. 최
저임금도 못 받거나 최저임금을 겨우 상회하는 임금을 받는 이들은 여
성들이 이렇게 저임금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제는 여성부에 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신자유주의 속에서 여성이 가장 큰 피해자라는 것은 통계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최저임금 미만인 노동자 중 여성이 64%라니 더
말할 게 뭐 있겠는가. 여성 집중 업종이나 직종은 어김없이 비정규직
이고 저임금이니, 여성이 저임금 노동자층을 이루는 건 자연스러운 결
과이기도 하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 투쟁에 나서면서부터 유독 여성 노동
자가 더 가난하고 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가라는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청소용역노동자가, 간병노동자가, 가사도우미 노동
자가 각자의 문제를 인식하고 투쟁에 나서면서 자기만의 문제가 아니
라 여성노동자 전체의 문제를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노조를 만들고
나서야 최저임금을 겨우 상회하는 월급을 받게 된 청소용역 노동자에
게 24시간 일하고도 최저임금 미만인 간병노동자 문제는 남의 일이 아
니었다. 얼마 안 되는 일당을 떼어 직업소개소에 줘야 하는 일용직 가
사도우미의 사정은 하는 일없이 월회비를 꼬박꼬박 떼가는 유료소개소
에 진저리치는 간병노동자와 다르지 않았다. 여성노동자들을 빈곤 상
태로 몰아넣는 저임금 문제는 여성 노동자라면, 여성노동권 문제를 고
민하는 이라면 우선적으로 제기해야 하는 과제이다.
'저임금 여성노동자의 날' 행사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기획되었고, 불안
정노동과 빈곤에 저항하는 공동행동과 서울대병원 간병인지부, 민주노
총 여성연맹, 고려대 청소용역지부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집회를 기획
할 때만 해도 '비정규직, 빈곤의 문제라면 노동부나 보건복지부에 대해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많았다. 그러나 여성의 비정규
직화, 저임금 문제에는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관행이 복합적으로 영향
을 미치는 것이기에 이를 '여성의 문제'로 보고 해결하고자 하는 관점
이 절실하다. 오랜 시간 동안 여성의 일로 굳어진 청소, 보육, 간병, 상
품 판매, 식당일 등이 대표적인 저임금 직종이라는 사실은 '여성의 일',
'가족영역에서의 일'로 정형화될 경우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
는 현실을 보여준다. 실제 가족 구성원이 생활하기 위해 필수적인 청
소, 빨래, 요리 등의 재생산 노동들이 여성들에 의해 무급으로 제공되
는 상황에서, 미화원, 식당 노동자, 보육교사 등의 노동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언제나 제공받을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루 8시간
꼬박 일하고도 총액 60만원 정도 받는 청소 노동자, 하루 24시간씩 주
6일 근무해도 일당 5만원 밖에 못 받는 간병인의 현실은 이렇게 합리
화돼 왔다.
때문에 저임금 문제는 여성노동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로 현 시기 중요한 여성 현안으로 제기되어야 한다. 여성
과 남성이 평등한 관계를 이루려면 여성의 경제적 독립 없이는 불가능
하다. 하지만 이 땅에서 여성이 그럴듯한 일자리를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아니면 구하기도 힘들고 정규직이라고
해봐야 언제 구조조정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집회
참가자들은 여성 비정규직과 저임금 문제를 여성부의 주요 정책과제로
잡을 것을 요구했지만, 여성부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대며 면담 요청
을 거부하였다. 그러나 여성노동자들은 '저임금 여성노동자 한마당' 행
사를 진행하면서 각자의 상황과 요구를 나누고 저임금 타파라는 공통
의 요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날 우리는 '직업소개소, 용역회사의 중간착취 근절', '일용노동자를
위한 공공직업소개소의 활성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저임금 실태
조사 및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로 내걸었다. 이 요구들은 최근 여성비
정규직들의 투쟁 사례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기에 여러 부분에서 부족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행사는 저임금 여성노동 문제를 고민하는 조직
과 개인이 모여 빈곤과 저임금을 여성의 문제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
미가 크다. 문제는 앞으로이다. 여성의 빈곤과 저임금을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이 더 큰 전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좀더 활발한 논의와 투쟁
이 요구된다. [구미영]
◎구미영 님은 전국불안정노동철페연대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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