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74번 : [한겨레]담뱃값 인상분,쌈짓돈 아니다 |
| 글쓴이: 민중의료연합 |
등록: 2004-09-30 14:39:43 |
조회: 203 |
한겨레 신문에 나온 조홍준 선생님 기고 파일을 첨부합니다.
담뱃값 인상분 쌈짓돈 아니다
정부는 14일 ‘국민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특별법’(이하 재정특별법) 개정안
을 입법예고하였다. 이 개정안은 지역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을 현
행 40%에서 35%로 낮추고, 이를 담뱃값 인상분에서 충당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
다. 이 방안의 문제점을 이해하려면 ‘재정특별법’이 생긴 이유를 알아야 한
다.
2000년 의약분업 제도가 시행된 뒤 이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전국적인 파업이
벌어졌고, 정부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40%가 넘는 의료보험 수가를 인상했다.
이 수가 인상과 고가약 처방 등의 영향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에 빠졌고,
이에 대한 응급조처로 재정특별법을 제정하였다. 이에 근거해서 담배 부담금
을 1갑에 150원씩 인상하여 건강보험 재정에 충당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04년에만 이미 담배 부담금 중 6천억원 이상이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해소하
기 위해 투입될 예정이다.
당시는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지경에 이른 응급상황이었으므로, 담뱃값 인상으
로 마련된 재정을 건강보험에 투입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으나,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건강보험 재정은 지속적인 보험료 인상 등의 재
정안정화 대책으로 올해 당기흑자를 앞두는 등 재정상태가 크게 개선되었다.
따라서 2006년 말까지만 유효한 ‘한시법’인 재정특별법을 개정하면서까지 담
뱃값 인상분을 건강보험 재정에 추가로 투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는 건강보
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줄이겠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담뱃값 인상분을 건강보험에 추가 투입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바
람직하지 않다.
첫째, 형평성에 어긋난다. 흡연은 저소득층에 훨씬 더 흔하다. 따라서 담뱃값
인상으로 마련된 기금은 저소득층이 더 많이 부담하게 되는데, 이를 건강보험
에 투입하는 것은, 전체 국민의 의료비를 저소득층이 부담하는 결과를 초래하
게 된다. 둘째,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성에 장애가 된다. 건강증진기금은 한시
적 기금이며 따라서 정부 재정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진다. 기금에 대한 건강보
험 재정의 의존성이 커지면 건강보험 재정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셋
째, 담뱃값을 인상하는 애초의 목적에 위배된다. 담뱃값 인상은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저소득층에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과 의료시민단체들이 담뱃값 인상에 찬성한 것은,
이 정책이 매우 강력한 금연수단이라는 점, 그리고 담뱃값 인상으로 마련된 재
원을 흡연자, 특히 저소득 흡연자를 위한 건강증진 사업에 사용하여, 이들을
흡연의 질곡에서 벗어나게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건강증진기
금 중 금연사업에 투여될 금액은 25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전체 담
뱃값 인상분으로 만들어지는 재원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제까지 정
부 예산으로 부담하던 사업들이 건강증진기금 사업으로 이관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으로 마련된 건강증진기금은 정부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쌈짓돈
이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개선하고 국민의 흡연율을 획기적으로 낮추
기 위한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2019년이면 우리나라는 고령사회에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현재의 낭비적인 의료체계를 개혁하지 않고는 국가적 재난에 빠
질 수밖에 없다. 또한 60%가 넘는 성인 남자의 흡연율로 인해 초래되는 수조원
에 이르는 의료비와 경제적 비용을 계속적으로 부담한다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다.
따라서 담뱃값 인상으로 마련된 재원은 공공의료 확충을 통해 우리나라 의료제
도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흡연율을 이른 시일 안에 급속히 낮추는 데 우선적으
로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재정특별법’ 개정안은 철회해야 하고, 건강증진
기금 운용계획은 근본적으로 다시 편성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담뱃값
인상이라는 바람직한 정책이 국민의 저항을 받을 수도 있다.
조홍준 의료연대회의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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