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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8번 : [한겨레11/1]기업도시법, 의료 사유화 정책의 표본
글쓴이: 민중의료연합 등록: 2004-11-02 14:13:59 조회: 160
한겨레11/1 '왜냐면' 기고문입니다.-기업도시법 
 
 
기업도시법, 의료 사유화 정책의 표본 


 
최근 건설교통부는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복합도시 개발특별법’(일명 기
업도시법) 제정안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때마침 대통령은 시정 연설에서 기
업도시 건설 등을 뼈대로 하는 ‘뉴딜형 종합 투자계획’을 수립해, 경기 활성
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결연한 의지에도 이를 바라보
는 눈이 곱지만은 않다. 이미 민주노총 등 13개 사회단체들은 기업도시법에 대
한 반대 성명을 내놓았다. 
이들의 반대성명 내용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업도시법은 국가의 공공서비
스 기능을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한 대목이다. 정부가 밝힌 기업도시법안은 
자족성 강화와 생활여건 개선의 명목으로 병원과 학교의 설치상 특례를 인정하
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기업, 곧 영리법인이 병원 등을 설립하는 것을 허용
한 셈이다. 의료기관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기업도시법안의 내용은 두 가지
다. 첫째, 시행자가 도시 개발과 동시에 의료기관을 설립하되 개설할 때에는 
비영리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원칙으로 한다. 둘째, 시행자가 특수목적 병
원을 설립·운영하되 잉여금 일부를 도시 개발과 지원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
다. 

문제는 법률안의 내용이 서로 모순적이어서 정책의 일관성을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영리법인 의료기관 설립 허용 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연하
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허용하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고, 커진 의
료비 부담 때문에 사보험에 대거 가입할 것이며, 사보험이 자리잡으면 기존 건
강보험의 급여 수준이 개선되지 않을 것은 뻔하다. 국가가 보호해야 할 건강조
차 개인에 맡기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


기업도시법안은 시행자의 의료기관 설립과 개설시 비영리 법인으로의 전환 원
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비영리 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은 현행 의료법의 관련 규
정과 다를바 없는 것이다. 그것이 ‘특례’가 되려면 의료기관 개설 때 비영리
법인으로 전환한다는 원칙을 바꿔야 한다.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허용하겠다는 
얘기다. 나아가 특수목적 병원의 잉여금 유출 허용은 그 자체가 영리법인 의료
기관 설립을 용인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영리법인을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눈
을 피하면서 실제로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의 조정안도 같은 의도를 내비친다. 조정안을 보면, 영리법인 의료
기관 설립은 허용하지 않지만 사업 시행자는 법인과 별도로 부대사업을 수행하
여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은 기업이 의료기관 근처에 목욕탕이나 
유료 주차장을 지어 돈을 버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일로서, 이미 그 자체
로 ‘특례’가 될 수 없다. 이렇듯 법안이 지닌 문제가 너무도 명백하기 때문
에, 정부는 애초 태도를 바꿔 기업도시 내 영리법인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추론의 근거는 첫째, 정부가 이번 정기 국회에 제출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실질적으로 국내기업
의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법인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고 있으며, 둘째, 경제자
유구역법의 투자유치 제도를 국내기업에 포괄적으로 적용하기 곤란하다면서 기
업도시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특정지역이나 정책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지역특구 등 정부의 주요 정책들에서 일관성 있게 발견된다. 정부
는 기회가 있으면 공공의료를 확충하겠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영리법인 의료
기관 허용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 정책이 국민 건강에 당장 어
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허
용하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고, 커진 의료비 부담에 대처하기 위
하여 사람들은 사보험에 대거 가입할 것이며, 일단 사보험이 자리를 잡으면 기
존 건강보험의 급여 수준이 개선되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결국 나라가 
보호해야 할 기본권인 건강조차 전적으로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맡겨버리는 상
황이 올지도 모른다. 정부의 의도적인 사유화 정책으로, 그러지 않아도 부실
한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는 이제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기업도시법
은 의료 사유화 정책의 표본인 셈이다. 


최용준/의료연대회의 정책위원, 한림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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