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72번 : [진보교육뉴스 49호] 모순덩어리 2005 수능, 문제는 시험이 끝나고 난 후 |
| 글쓴이: 민중의료연합 |
등록: 2004-11-17 00:51:18 |
조회: 161 |
[진보교육뉴스 49호] 모순덩어리 2005 수능, 문제는 시험이 끝나고 난 후
[49 호] (2004. 11. 16)
모순덩어리 2005 수능, 문제는 시험이 끝나고 난 후
7차 교육과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2005년 선택형 수능시험이 코앞으
로 다가왔다. 교육운동단체들이 7차 교육과정과 그에 연계된 2005 수능시험의
구조적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EBS 수능강의에
서 시험을 출제하겠다고 까지 협박을 하며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작년의
수능 오답 시비에 비하면 올해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조차 감히 예상할 수 없
을 만큼 사태는 복잡해질 수 있다.
모순투성이 2005 선택형 수능
7차 교육과정은 수준별·선택형 교육과정이다. 하지만 어설픈 자율과 선택권
의 부여가 실제로는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국영수 중심
의 입시과목의 강화와 기타 과목의 배제를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7차 교육과
정에 의해 치러지는 이번 수능에서는 국영수를 중심으로 하되 탐구영역에서만
선택이 가능하다. 이러한 선택형 수능은 교육과정의 파행적 운영을 조장하고
있는데, 국영수의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고, 문/이과는 사회/과학탐구 하나만
선택하면 되므로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을 편법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학교에
서는 국·영·수·과·사를 중심으로 한 극단적인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수능시
험에서는 불필요한 음·미·체 등의 교과는 대폭 축소되었고 상대적으로 국·
영·수의 비중은 한층 강화되었다. 또한 언어영역은 60문항에 100점, 외국어영
역은 50문항에 100점인데 반해, 수리영역은 30문항에 100점이 배정되어 수학
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이렇게 수·영·국 중심으로 출제되는 2005
수능시험은 고교 1학년 과정은 내신으로 반영하고 2,3학년의 심화선택과목을
중심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난이도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학생들의
학습부담은 전혀 줄지 않고 사교육비 지출은 결코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 결
국 2005 선택형 수능은 7차 교육과정의 취지와는 달리 선택권을 전혀 보장하
지 못하고 오히려 국영수 중심의 왜곡된 교육과정을 더욱 조장하여 학교를 학
원화시킨 셈이었다. 애초 7차 교육과정 자체가 학교교육의 파행을 조장하고 있
는 상황에서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겠다고 도입한 2005년 수능은 그 취지조
차 못 살린 채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수능시
험이 끝난다고 해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는 시험이 끝난 후
다.
예상되는 파국…교육부 어떻게 책임지려나
EBS 수능강의가 사교육비를 감소시켰다고 사기를 치는 교육부는 급기야 이번
수능시험에 EBS 수능강의 내용을 출제하겠다는 자살극을 연출하고야 말았다.
EBS 수능강의에 대한 학교현장의 반응은 차가우리만치 싸늘하다. 최근의 한 조
사에 의하면 EBS 수능강의가 학교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경감, 교육기회불평
등 해소뿐만 아니라 수능성적이나 학교성적 향상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실효성 없는 대책을 가지고 교육부는 수능시험과 연
계한다고까지 했으니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두고볼 일이다. 교육부의 협박대
로 실제로 EBS 수능 강의에서 시험문제가 나온다고 해보자. 많이 나오면 많이
나오는 대로 문제고, 적게 나와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많이 출제가 된다
면 아예 국가가 시험문제를 가르쳐주고 시험을 본다는 비판이 나올 테고, 어차
피 EBS에서 시험문제 다 나올 거 뭣하러 수능시험을 보나 하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적게 나온다면 애초 약속을 어겼다며 교육부가 소송에 휘말
릴 가능성도 있다. 소송의 가능성은 또 있다.
2005 수능에서는 영역과 과목을 임의로 선택하게 되므로 각 응시자의 수와 특
성이 다르다. 따라서 이들 과목간의 난이도를 비슷하게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여 원점수 대신 표준점수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표준점수는 동일 과
목 응시자 집단 내에서의 상대적 위치를 알려주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과목간
난이도의 차이나 응시집단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표준
점수는 난이도보다는 응시집단의 규모와 특성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농후하
다. 지난 9월에 치러진 모의평가에서 수리 '가'형을 선택한 학생은
27.3%, '나'형을 선택한 학생은 72.7%로 지나친 편중현상을 보였으며 최고 표
준점수에 있어서도 '나'형이 18점이나 높게 나왔다. 즉 '가'형의 원점수 평균
이 '나'형의 원점수 평균보다 높게 나와 상대적으로 '가'형 응시자가 표준점수
에서 불이익을 당한 셈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단순히 '가'형의 난이도
가 '나'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웠다고 판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출제범위
도 넓고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가'형은 수학에 자신있는 학생들을 중심으
로 소신있게 응시한다. 따라서 점수대가 상대적으로 높고, 문제가 어려운 만
큼 응시자들간의 점수격차가 벌어져 표준편차가 높게 나온다. 하지만 출제범위
가 좁은 '나'형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응시를 함으로써 '가'형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대에 학생들이 집중 분포한다. 따라서 소신있게 '가'형을 지원한 학
생들은 표준점수에서 '나'형을 응시한 학생들보다 절대로 불리할 수밖에 없
고, 응시생이 많이 몰리는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된
다. 결국 학생들은 좀 더 유리한 점수를 얻기 위해 마치 로또복권을 사듯 치열
한 눈치작전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특정 과
목으로 학생들이 몰리면서 표준점수는 더욱 신뢰를 할 수 없게 되고, 난이도보
다는 '어려울 것이다' 혹은 '쉬울 것이다'라는 예상에 따라 응시집단의 특성
이 달라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표준점수 가지고는 난이도 보정이나 공
정성 시비를 해결할 수 없음을 정부도 인정하여 백분위점수를 추가로 제공하겠
다고는 하나 어떤 점수제건 변별력이나 공정성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왜
냐하면 수능은 결국 학생들의 서열을 매기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만약 수능출제위원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그의 전공과 성향을 통하여 어떤
문제가 나올 지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따라서 출제위원의 명단과 성향
을 분석하기 위한 첩보전이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 결국 실력보다는 정보력
에 의해 당락이 좌우되는 일이 생길텐데, 실제로 지난달부터 정부 웹사이트에
외국어 영역 출제관련자가 자료수집을 위해 미국에 다녀온 출장보고서가 공개
되어 해당 직원의 이름과 소속, 연락처가 무차별적으로 알려지는 사건이 발생
했다.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직원에게 접촉하여 도서목록을 알아내려는 로비활
동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대국민 사과와 장관 용퇴가 해결책
결국 2005 선택형 수능은 7차 교육과정의 파행, 그리고 교육과정과의 모순으
로 인해 파국이 예상되는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가 더 이상
의 파국을 막으려면 피해를 감추려 하지말고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한
다. 그리고 수능 이후에 벌어질 사태를 책임지고 장관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
다. 이번 기회에 이러한 모순들을 더욱 심화시킬 2008 대입안은 전면 재논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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