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50번 : '강제수용'이 노숙자 대책인가 |
| 글쓴이: 민중의료연합 |
등록: 2005-01-26 19:17:55 |
조회: 157 |
인권하루소식1/25
◐ 류정순의 인권이야기 ◑
'강제수용'이 노숙자 대책인가
지난 22일 서울역 화장실에서 노숙자 2명이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발
생했다. 서울역 건물을 새로 지은 후 공안원들의 단속이 더욱 심해진
데다가 작년에 문모 씨가 공안원의 구타로 사망함에 따라 노숙인들의
공안원에 대한 반감과 불신 수위가 높았다. 이러한 가운데 경기불황으
로 인해 노숙인이 증가되었는데도 당국은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
았고, 겨울이 되자 공원에서 생활하던 노숙인들이 추위를 피해 실내로
들어옴에 따라 역사 안 노숙인의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겨울이 되면 매일 밤 동장군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노숙인들이 따뜻한
역사로 몰릴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만약 서울역사에 너무 많은 노숙
인들이 머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다면 정부는 당연히 사전에 노숙
인들이 갈 곳을 마련해 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반대로 단속만을 해대
는 상황이다 보니 서울역사에는 노숙인과 공안원의 실랑이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참에 하루에 두 명씩이나 동료들이 죽었고, 그 사인이
공안원의 구타라는 소문이 돌자 동료를 잃은 슬픔이 분노로 변한 것은
이해가 갈만하다.
더욱이 경찰이 철저한 현장검증을 하지도 않은 채 서둘러 시체를 옮기
려 했을 때, 노숙인들은 경찰이 사실을 은폐할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소지가 충분히 있었다. 따라서 경찰은 노숙인들을 진정시키고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경찰은 설득과정을 생략한 채
물리적인 힘으로 노숙인들을 제압하고 시체를 옮겨 결국 이러한 처사
가 노숙인들의 슬픔을 분노로 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되었고, 격분한 일
부 노숙자들이 역 대합실 집기를 던지며 거세게 항의하는 불상사로 이
어졌다.
이틀 후에 경찰은 숨진 2명이 공안원의 구타 때문이 아니라 각각 간경
화와 폐렴 때문에 숨졌다고 발표했다. 설령 사인이 구타가 아니라 병
사였다 하더라도, 최저생계의 사회적 보장이 법적으로 약속된, GDP
규모가 세계 12위인 국가에서 하루에 두 명씩이나 병원이 아닌 화장실
에서 죽어갔다는 사실은 시민들의 '치료받고 죽을 권리'조차 제대로 보
장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서울시는 노숙인들을 강제로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개선은커
녕 '강제수용'을 하겠다는 반인권적인 발상을 내놓았다. 강제수용이란
바로 감옥에 보내겠다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죄도 없는 사람을 가두
어 두는 법적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얼어죽으나 맞아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지이고, 한데 잠을 자는 것보다는 감옥이 더 나은 극한상황에
처한 노숙인이 행여나, 어차피 강제수용이라는 감옥에 갈 바에야 한풀
이라도 하고 가겠다고 마음먹는다면 무슨 짓을 못할까?
서울시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인 '치료받고 죽을 권리'마저
실현하지 못하고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서 죽은 친구를 잃은 슬픔과 분
노에 찬 노숙인들을 강제로 수용하겠다는 발상으로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당장 서울시가 해야할 것은 책임을 통감하고 서둘러 노숙
인 복지제도 개선책을 내놓는 것이다. [류정순]
◎류정순 님은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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