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32번 : 물의 사유화에 맞선 가난한 이들의 싸움 |
| 글쓴이: 민중의료연합 |
등록: 2005-02-22 12:28:04 |
조회: 160 |
인권하루소식2/22
[배경내의 인권이야기] 물의 사유화에 맞선 가난한 이들의 싸움
"시장이 물 팔 때 농민은 피 마른다!"
최근 경남 밀양에서는 생수공장 건립 철회를 요구하는 농민들의 저항이 몇 달
째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자연의 선물인 지하수를 이용해 농사를 짓고 목을
축여온 농민들이 생수공장이 건립될 경우 지하수가 고갈될까 우려하는 것은 당
연한 일이다. 게다가 생수공장 임원진에 시장의 가족까지 포함된 사실이 알려
지면서 시장이 공유자원인 물을 내다팔아 자기 배를 불린다는 비판까지 나오
고 있는 실정이다.
물을 상품으로 내다팔아 이윤을 챙기려는 생수기업과 공유자원인 물을 지키고
자 하는 주민들 사이의 싸움은 밀양에만 있지 않다. 지난해 경남 산청에서도
생수공장 확장 공사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일어난 적 있다. 생수공장이
들어선 이래 인근마을에서는 질퍽했던 논이 물기 하나 없는 마른 밭으로 변할
정도로 물이 말라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물을 더 퍼 올리겠다고 하니 농
민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두 번씩이나 맞는 셈이 됐다. 흐르는 물을 퍼 올
려 병에 옮겨 담는 수고만으로 기업들이 배를 불리고 있는 사이, 가난한 농민
들은 식수를 얻기 위해 계곡까지 물을 뜨러 다니고,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지
하 몇 백 미터까지 땅을 파내려가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항공(주)이 제주도에서 뽑아 올린 생
수의 시장판매를 허가해줄 것을 제주지사에 요청했다가 도민들의 반발에 부딪
혀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 이미 제주에는 제주지방개발공사가 퍼 올리는 '삼다
수'가 있고, 한국공항(주)도 매월 3천톤의 지하수를 퍼 올려 대한항공 기내용
과 현지 공장의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그룹이
국내외 시판까지 나설 경우 취수량 확대를 요구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종국에는 제주의 생명줄인 지하수가 고갈될 것이다. 다행히 제주지사가 시판
불허 결정을 내려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공공의
자원인 물을 상품화하여 사욕을 채우려는 생수기업들의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가게 진열대를 가득 채운 생수병들이 일상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지
만, 국내에 생수 시판 계획이 처음 발표된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공유자원
인 물을 기업의 사유물로 전락시킨다는 국민적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높아지고, 정부가 생수(먹는샘물)의 국내 시판
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
오면서 94년 처음으로 생수 시판이 허용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생수시장은 급
팽창했고, 그럴수록 점점 더 지하수는 고갈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물을 얻기 위
해 더 많은 수고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물의 상품화, 사유화 흐름을 저지하고 물
을 공공의 자원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지난 2003년 유엔사회권위원회도 일반
논평을 통해 "물에 대한 권리는 인간적인 삶을 이끄는 데 필수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다른 인권들을 구체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선결요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식량을 생산하고 밥을 짓고 가축을 돌보고 위생을 유지하는 그 모든 일
에 물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자연은 물을 누군가
의 소유물이 아닌, 모두가 이용가능한 자원으로 선물했다. 이런 물을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파는 행위는 그 자체로 공유자원에 대한 인간의 권리를 침해하
는 것이며,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생존권과 건강권을 빼앗는 일이 된다.
직업선택의 자유나 소유권이라는 개념으로 물을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본
권을 빼앗아서는 결코 안된다.
'물은 상품이 아니다'는 명제는 당연한 듯 들린다. 그러나 물을 사먹는 일이
일반화되고 기업들의 탐욕이 물 시장의 팽창을 낳고 있는 상황에서 이 명제를
현실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물의 상품화, 사유화를 허용하는 전제 위에서
지하수의 개발과 이용을 일정하게 제한하기만 하는 현행 법률체계로는 결코 물
의 고갈 위험이나 불평등한 사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국의 가정에 믿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공급하고 물이 부족한 곳에 적절한 물을 공급하는 그
모든 행위는 정부의 몫이어야 하고 공공의 감시 아래 놓여야 한다. 시민들도
사기업이 파는 생수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는 생활양식을 바꾸는 고단한 실천
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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