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89번 : 지옥 같은 바울선교원, 인권침해 조사에서 화재까지 |
| 글쓴이: 민중의료연합 |
등록: 2005-03-14 17:25:43 |
조회: 339 |
인권하루소식3/11
지옥 같은 바울선교원, 인권침해 조사에서 화재까지
3월 10일 새벽 5시경,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그린벨트 지역 안 조건부 시설인
바울선교원(원장 최선이)은 갑작스런 불길에 휩싸였다. 허름한 목조건물과 판
자와 합판으로 겹겹이 지은 미로 같은 10여 개의 방에는 알코올 중독자, 중증
장애인, 정신지체장애인, 노인 등 40여 명이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불길은
순식간에 이들이 자고 있던 방을 덮쳤다. 사무실 뒤에서 시작된 불길은 여성
숙소를 덮치고, 부엌과 뒷산을 타고 건너편의 남성 숙소를 덮쳤다.
불길 속 장애인 등 40여 명 구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인권단체 활동가 4명과 의경 등 5
명은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사람들을 깨우고, 장애인들을 들춰 업고 밖으로 피
신시키기 바빴다. 불이 났다고 소리쳐도 중증 장애인들이나 중품 환자들은 스
스로의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고 동작이 느렸다. 화재 직전 전기가 나가 버려
이들은 어둠 속에서 가까스로 구조작전을 펼쳤다.
그들이 장애인 등 숙소에서 자고 있던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피신시키는 데는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숙소는 모두 불탔다. 시설 생활자들
을 모두 안전하게 옮기고 난 5시 17분경 소방차가 와서 화재는 진압될 수 있었
다. 정말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불타버린 바울선교원 내부
이 시설의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인권단체 사람들이 관리 사무실을 지키며 밤
을 새지 않았다면, 경찰이 생활자들의 안전을 위해 배치 근무되지 않았다면 누
군가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화재가 난 직후 의경들은 부엌에 있
는 수도를 틀었지만 물은 나오지 않았다. 수도에 물만 나왔어도 조기에 화재
는 진화될 수 있었지만 원장이 수도세가 많이 나온다고 수도를 끊고 수질이 좋
지 않다는 지하수를 쓰게 하였던 탓에 갑작스레 물을 구할 수는 없었다. 시설
에는 소방시설은 물론 소화기 하나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ㅁ자형 지붕과 방의 천정이 모두 탔고, 집기와 서류, 영락교
회 등에서 보내왔다는 옷가지를 비롯한 후원물품들이 모조리 타 버렸다. 선교
원 원장의 비리를 입증해줄 서류도 모두 타 버렸다. 단지 금고 안에 두고 원장
이 관리하던 생활자들의 통장과 도장 등만 안전했다. 그래서 자연스레 원장이
자신의 범죄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방화를 교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일
었다.
그래서 온갖 비리와 인권유린의 온상이었던 "지옥" 같던 바울선교원은 아주 쉽
게 소멸되었다. 원장은 화재 전날 들이닥친 조사단을 피해 도망 간 뒤 새벽 화
재 현장에 잠시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졌다.
화재 진압 후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안양시 당국은 협의하여 인근의 수리장애인
복지관으로 시설 생활자들을 옮겼다. 수리장애인복지관의 직원들과 시 공무원
들은 생활자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1대1 면접을 실시하
여 이들이 갈 수 있는 시설이 있는가를 파악했다. 생활자들의 의사를 확인해
전원 조치하든가 아니면 보호자들이 있는 경우 보호자들에게 인계하기 위해서
다.
모든 비리와 인권유린이 집약된 바울선교원
화재가 있기 전날인 3월 9일 오전 10시경 장애인권 단체들로 구성된 '조건부
시설 생활자인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아래 시설공대위) 조사단이 열린우
리당 장향숙 의원과 함께 바울선교원에 들이닥쳤다. 이곳에서 일어난다고 제보
된 인권유린과 비리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최선이 목사는 갑작스레 들
이닥친 조사단과 기자단을 외면했다. 그는 제보자를 밝힐 것을 요구하면서 조
사에 응할 수 없다고 버텼다. 방방마다 돌아다니며 칠판에 적힌 내용들을 지우
다가 갑작스레 모습을 감추었다. 안양시청 공무원, 경찰이 있어도 별 수가 없
었다.
바울선교원은 차라리 사회복지시설이기를 포기한 곳이었다. 최원장은 "누가 와
서 볼 때 허름하고 불쌍해 보여야 후원도 한다"면서 시설을 방치했다. 1992년
그린벨트 내에 불법 건축한 이 건물에 아무런 사회복지 서비스나 프로그램도
없이 사람이 늘 때마다 방만 덧 지으면서 관리 아닌 관리를 해 온 것이다. 이
것은 신고, 미신고를 따질 것도 없이 사회복지시설이라기보다는 수용소라고 해
야 옳을 것이었다. 아동에서 노인까지 정신지체, 중풍 환자에 알코올 중독, 감
옥 출소자, 남녀 생활자들이 이 좁은 시설 안에 방치되어 있었다. 이런 시설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남성 알코올 중독자가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그로부
터 폭력과 성폭력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 폭력과 성폭력을 원장
은 방치했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원장의 남편이 그 주범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불타기 전 바울선교원 방 내부 모습. 방 안에 변기가 놓여 있다.
원장은 이들을 데리고 아침과 저녁 예배를 하고 식사를 제공하는 것 말고 나머
지 다른 사항들은 알아서 하도록 방치했다. 시설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적당히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후원물품과 금품을 모아
냈다. 생활자들은 입소할 때 있는 돈을 모두 원장에게 맡겨야 했다. 통장과 도
장,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의료보험카드, 복지카드, 여권까지 원장은 일체
의 모든 것을 요구했다. 이것을 가지고 원장은 매월 동사무소로부터 장애수당
등 수급권자들의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을 손아귀에 쥐었다. 그런 돈만 매월 1
천 4백만 원대로 추산됐다. 거기에 교회나 유명 인사들이 보내오는 후원금품
이 만만치 않았다. 생활자들은 자신에게 지급되는 정부 지원금이 얼마나 되는
지도 몰랐다. 원장은 장애인 앞으로 나오는 판매대 같은 것을 돈을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팔아버렸고, 생활자들의 통장을 이용하여 대출을 받고는 갚지 않
아 신용불량자로 만들어 버렸다. 한 생활자는 "큰 교회 같은 데서 옷 같은 것
들이 들어오면 좋은 것들은 가려서 다른 데 넘긴다"고 증언했다. 돈이 되는 짓
은 무엇이든 해왔던 것이었다. 생활자들은 그런 돈으로 유학간 아들에게 수백
만 원씩 부쳐주고 있다고 했다.
이런 바울선교원을 알코올 중독자들이 떠나지 않는 것은 '자유'가 있기 때문이
었다. 원장은 이들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 알코올 중독자에게 술 먹는 것을 허
용했다. 다른 알코올 시설 같으면 금주를 시키고 단주 프로그램을 돌리게 마련
이며 이런 프로그램은 대체로 집단적인 규율을 요구하게 된다. 그런 그들이 이
미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았거나 어디 다른 시설을 찾아갈 능력이 없는 장애인
이나 환자들 위에 군림했다. 여성들은 그들이 제일 무서웠다. 컨테이너 박스
같은 곳에 끌려가 성폭력을 당하기가 예사였고, 그런 사실을 원장에게 말했지
만 원장은 그런 호소를 묵살했다. 이미 사회에서 부부관계에 있던 성인 남녀
를 원장 임의로 부부로 지내게 하기도 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들도 있었
다. 구타와 성폭력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아동들은 긴급하게 아동학대예방센터
에서 보호 조치했다.
조건부시설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 필요
이런 미인가 시설의 문제점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것이다. 2003년 경기도
양평군 성실정양원, 충남 연기군 은혜기도원에서도 비슷한 문제들이 폭로되었
다. 시설공대위는 보건복지부가 현재의 미신고시설을 양성화한다는 핑계로 만
든 조건부시설에 대한 민관 합동 조사와 조건부시설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
를 요구했지만 보건복지부는 1천여 개의 조건부시설을 양성화한다는 애초의 계
획을 변경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전국에서 일제
히 실시한 조건부 시설 실태조사에서 인권유린 등의 문제 시설에 바울선교원
이 누락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시설들이 전국에 1천 개도 넘는 것이고, 그런
시설들은 오는 7월 31일이면 미신고나 조건부의 딱지를 떼고 정부의 지원금도
합법적으로 받는 신고시설로 전환되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로 시설장들의 사리
사욕을 채우는 사회복지 시설장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전국의 조건부 시설
의 시설장들은 이런 혜택을 얻기 위해 신고시설이 되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
려 혈안이 되어 있다.
결국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시설 정책이 낳은 기형적인 결과가 바울선교원이었
다. 언제라도 화재가 나면 단 10여 분만에 수십 명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곳에 장애인들과 소외된 이웃이 방치되어 있다.
수리장애인복지관에 임시로 보호조치되어 있는 바울선교원 생활자들에 대한 최
원장의 작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중풍을 앓는 이 아무개 노인을 경남 하동
의 한 병원으로 빼돌리려다가 시청 공무원에 의해 제지당했다. 최원장은 129
수송단에 핸드폰으로 전화해 이송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원장과 같
은 시설장들은 결코 자신들의 수입원인 장애인 등을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사
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하는 것은 최원장과 같은 악질 사회복지시설장들이다.
다행히 경찰이 의지를 갖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겁에 질려 말을 못하던 생
활자들이 하나둘 자신들이 겪은 생활들을 진술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이런 불
법시설들을 운영하며 부를 축적하는 그 범죄의 고리를 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공대위는 다음 주초 이번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조건부시설 정책의 전
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박래군]
[기고] '오갈데 없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시설운동의 근본적 방향전환을 위하여
안양시 외곽, 인적이 드문 야산에 허름하게 서 있는 바울선교원 안이 소란스럽
다. 방송사 카메라와 빼곡이 채워지는 기자수첩들, "당신들이 뭔데 여기 와서
이러는 거야?"하며 안절부절못하는 시설장(최선이 목사)과 동요되는 기색이 별
로 없이 어리둥절한 시설생활자들의 모습까지. 새로운 풍경은 아니다. 매년 서
너 차례 불거졌다가 사그라드는 '시설문제'다.
'시설문제'는 크게 시설생활자의 인권침해와 시설운영자의 비리사실로 사회에
드러난다. 바울선교원 생활자의 제보 내용 역시 아동학대, 성폭력, 구타 등과
시설장의 기초생활보장비 착복 의혹, 수급권 도용 의혹 등이다. '시설문제'의
설정이 이러한 탓에 '해결' 역시 시설생활자들의 처지에 대한 연민, 시설운영
자의 부도덕성에 대한 공분에 힘입어 이루어지곤 했다. 그래서 시설운영의 비
리가 교묘할수록, 지역기관이나 경찰과의 관계가 돈독할수록 시설문제의 해결
은 난망해진다. 바울선교원 역시 문화방송에 한차례 보도된 적이 있으나 지역
에서 최선이 목사에 대한 구명운동이 진행될 정도였다고 한다.
쳇바퀴 도는 시설문제
물론, 인권운동진영은 몇 년 전부터 시설의 존재 자체가 인권침해라는 문제의
식을 던져왔다. 수용시설의 기원은 사회방위를 위해 위험한 사람들을 격리시키
려는 발상에 있으며 실제 시설의 운영도 사회로부터 소외된 계층을 더욱 격리
시키는 효과를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최근 들어 폭넓은 동
의를 얻고 있으며 '탈시설화'는 이미 시작된 흐름이다. 경기도 여자기술학원
화재사건이나 양지마을 사건과 같은 과거의 대표적인 시설문제가 신체의 자유
를 침해하는 수용소의 성격을 분명히 지적하였다면 최근의 시설문제는 시설이
양질의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묻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갔다. 소
규모의 그룹홈 등을 통해서 시설생활자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생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시설의 존재 자체가 인권침해라는 문제의식은 좀더 확장될 필요가 있
다. 시설의 현장조사에서 시설생활자들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구타당한 적 있
습니까", "기초생활보장비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식사는 괜찮습니까"와 같
이 시설 '안'의 생활에 대한 질문들이다. 그런데 시설 입소 후 돈은 만져본 적
도 없고 반찬은 너무 맛없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맞았어요"라며 항변하던 ㄱ
씨는 바울선교원을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왜 그럴까.
헤어날 수 없는 사람들
ㄴ씨는 머리에 뇌수술 자국이 남아있고 양다리는 무릎 아래서 절단되었다. 18
세에 추락사고로 뇌수술을 받았고 7년 전 동상으로 인해 다리를 절단했다고 한
다. 집안 형편상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돈을 벌어야 했고 번데기 장사를 하
다가 16세에 '노가다'를 시작했다고 한다. 벽돌을 나르는 일을 하던 그는 공사
장에서 식사 때마다 곁들여지는 소주를 마시며 술을 배웠고 사고 당일도 술을
마신 상태에서 벽돌을 나르다가 추락했다고 한다. 이후 부모님과 함께 지내다
가 집에서 나가라고 하여 바울선교원 입소 전에는 노숙생활도 했다고 한다. 동
상이 생긴 것은 그 때문이고 수술 후에 바울선교원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현재 복용중인 정신과 약물의 부작용으로 낮에도 끊임없이 졸리다고 호소하는
ㄷ씨는 10여년 전 "다방에서 일했는데 거기 사무장한테 강간당했"다고 한다.
그 후 남성이 한 명이라도 있는 공간에서는 공포를 느끼게 되고 환청까지 들
려 정신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증상은 점차 사라졌으나 3년 전에는
불면증이 심해졌고 가족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6개월마다 청량
리와 은평의 정신병원으로 병원만 바꾸며 지낸 시간이 무려 30개월이라고 한
다.
왜소한 체구에 왼쪽 안구가 움푹 들어가 있는 ㄹ씨는 8년째 바울선교원에서 생
활하고 있다. 9세에 수술후유증으로 시신경이 손상된 후 안구가 함몰되기 시작
하여 지금처럼 되었다고 한다. "보기에 흉한" 것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
지 않았다. "공장처럼 사람들 많이 있는 데는 기대할 수도 없었"기에 어떻게
든 일을 하기 위해 양계장, 목공소, 식당 주방 등 여러 곳을 전전했다고 한
다. 그러나 "얼굴이랑 몸 여기저기에 뭐가 나기 시작"한 이후로는 그나마 여의
치 않았고 시설 입소 전 수년간은 노숙생활을 했다고 한다.
시설생활자가 박탈당한 권리
시설생활자들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동안 겪게 되는 인권침해는 다양하다. 신체
의 자유뿐만 아니라 참정권을 박탈당하거나 건강하게 살 권리, 교육을 받을 권
리를 침해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설생활자들을 만나보면 시설 '안'에서의 인
권침해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시설로 입소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겪는 인권침
해가 더욱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위의 생활자들의 이야기를 통
해 알 수 있듯이 이들이 사회로부터 배제되어 시설로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
는 다양한 사회권의 박탈에 기인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시설문제에 대한 접근은 시설 '안'의 문제에 주목했다. 문제가 있
는 시설이 폐쇄되면 시설생활자들이 살 수 있는 다른 '시설'을 알아보는 것이
은근히 어려운 과제이기도 했다. 정부 역시 좀더 투명한 '시설'에 대해 더욱
많은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시늉을 했다. 시설정책의 담
당자인 국가나 시설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민사회단체들 모두에게 시설 안팎의
경계는 고정된 것인 셈이다.
흔히들 시설생활자들이 시설에 '수용'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사람들의 편견을
든다. 그래서 시설운영자들은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거두어주는 훌륭한 사
람들로 여겨진다. 사회의 책임은 시설운영자의 노고를 치하하고 귤 한 박스에
서부터 금일봉까지 시설을 후원하고 자원활동을 통해 지원하는 것에 그친다.
그러나 '오갈 데 없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갈 데'다. 바울선교원이 제
공한 것은 오직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이었을 뿐이다. 국가는 사회권 박탈에
대한 의무불이행의 문제를 민간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복지시설의 문제로 대체
해버린다. 사회복지시설이 양질의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본분에 충실
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시설문제는 시설만의 문제로 접근되어서는 안 된다.
시설문제, 주거 공공성 확보로 풀자
같은 치매노인이라도 돈 있는 집 노인은 실버하우스로 가고, 없는 집 노인은
시설에 맡겨지는 상황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시설문제는 끊이
지 않고 반복될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과 더불어, 주거
의 공공성과 노동권, 건강권 등 제반 사회권의 침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
백히 밝히는 것이 시설문제의 해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시설에 입소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
기 위한 물질적 전제인 주거를 공급하기 위한 단계적인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
다. 시설생활자들에 대한 정책은 좀더 나은 시설을 위한 사회복지정책 뿐만 아
니라, 주택 공급을 위한 주거정책의 차원에서도 접근되어야 한다. 기존의 주거
정책은 공공임대주택의 확장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그러나 현재의 공공임대주
택은 쪽방이나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나 노숙인들처럼 단신생활을 원하거
나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적절한 주거공간이 아니라고 한다. 이들
에게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별도의 주택정책 입안과 예산책정이 필요하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원룸과 같은 형태의 주택에 대한 매입
임대정책과 주거급여의 현실화와 동시에, 주거공간이 필요한 단신생활자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주택을 건설하고 무상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만 하겠다. [미류]
미류 님은 행동하는의사회 활동가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