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06번 : [진보교육뉴스 64호] '명문고' 향수, 지배 엘리트들의 탐욕 |
| 글쓴이: 민중의료연합 |
등록: 2005-09-28 15:57:17 |
조회: 472 |
[진보교육뉴스 64호] '명문고' 향수, 지배 엘리트들의 탐욕
[64 호] (2005. 9. 26)
'명문고' 향수, 지배 엘리트들의 탐욕
'명문고' 향수, 누가 부추기나
‘명문고’ 향수가 부활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해 명문고가 다시금 부활하
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가 전국 고등학교의 서울대 입학생 배출현황을 ‘친
절하게’ 일람해준 데 이어, <중앙일보>는 “한국사회 파워엘리트 대해부”라
는 기획보도를 통해 ‘파워엘리트’를 많이 배출한 고교와 대학의 순위를 매겨
줬다. 이들의 주장은 역시 평준화가 문제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평준화로
인해 전통 명문고의 서울대 합격생이 대폭 줄고,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는 고
교가 다양해졌다는 것. <중앙일보>는 더 나아가 이런 현상을 두고 전통적인 학
연(學緣)사회가 지고, 학력사회가 도래했다고 풀이하고 있다.
즉 이들 언론이 명문고의 서울대 독점이 완화되고 있고, 이것이 학연사회의 퇴
보라고 ‘아쉬워’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보도는 학교 서열화를 부추
기면서 ‘어느 경로(학교)를 밟아야 지배 엘리트로 진입할 수 있는가’ 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있는 셈이다. 또한 ‘평준화 제도가 명문고의 전통과 명예를
더럽혔으니 평준화 폐지 전선에 나서’도록 지배계층에게 촉구하는 한 통의 격
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명문고는 진짜 저물었나
누군가 아쉬워하고 있는 대로 전통적인 명문고의 힘은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서울대 합격생의 배출에서도, 지배계층간의 연줄에서도 그 비중이 예전만 못하
다. 하지만 이는 학교교육의 대중화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자본의 축적과정
에서 급속히 팽창한 학교교육은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교육기회를 모든 대중에
게 부여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중고교 입시 폐지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
만 평준화 정책은 실질적인 학교 평준화로 이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평준화 제
도 하에서 틈새를 확보하려는 전략이 계속해서 확대되어 왔다. 즉 전통 명문고
의 독점은 깨졌지만, 엘리트 코스는 오히려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외고, 과
학고 등의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 자율학교 등 다양한 학교제도를 만들어 지
배계층의 탐욕을 실현시켜 주고 있다. <중앙일보>의 분석에 의하면 전통 명문
고를 대체한 신흥 명문고는 특목고, 서울 강남의 학교, 지방의 비평준화 학교
로 나타났다고 한다.
명문고는 정말 ‘명문’인가
일반적으로 명문고는 명문대학 입학생의 비율이 높은 고등학교를 가리킨다. 그
리고 명문대학은 사회 지배계층으로 진입하는 졸업생의 비율이 높은 대학을 이
른다. 결국 명문고는 명문대→지배계층 코스에 진입하는 첫 관문인 셈이다. 그
렇다면 명문고 학생들은 왜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걸까?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
해선 무엇보다 수능, 내신, 논술 따위로 측정되는 학력(學力)이 높아야 한다.
그러면 명문고 학생들은 이 학력이 높다는 얘긴데, 명문고가 학생들의 학력을
높여주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인가? 결론을 얘기하자면 결코 그렇
지 않다. 일반적으로 학교가 학생들의 학력을 높여주는 데 있어서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오히려 학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부모
의 사회경제적 수준, 부모-자녀간 상호작용,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적 지원
등 학생의 개인배경과 이것이 학생의 포부수준과 수업태도에 미치는 긍정적 효
과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심지어 정부기관에서 나오고 있을 만큼 정부도 스
스로 인정하는 결과지만 일부 언론은 이 엄연한 현실을 애써 외면한다.
즉 명문고가 처음 입학한 학생들의 학력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학
력이 높을 수밖에 없는 ‘좋은 집안’ 아이들을 입학시켜 ‘명문’을 유지하
는 것일 뿐이다. 학교의 노력이 아닌 오로지 학생개인의 ‘타고난 능력’에 따
라 명문학교와 똥통학교로 갈라지는 것이다. 명문학교와 똥통학교의 양분화는
결국 명문학교에 보낼 수 있는 집안과 똥통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는 집안으로
양분될 것이고, 나아가 극단적인 불평등의 세습체제가 될 것이다. 지배계층이
호도하고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교육격차’는 소외지역에 명문학교가 없어
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모든 학교를 명문학교로 만드는 것은 가능
하지도 않거니와, 명문학교를 세워주면서 ‘너희 지역에도 서울대를 많이 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은 불평등의 모순을 은폐하고 대중들로 하여금 헛
된 기대를 갖도록 기만하는 것이다.
보다 많은 평등을 누려야
누차 강조하지만, 지배계층에게 현행 고교평준화 제도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
와 부를 자식들에게 대물림하는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뿐이다. 따라서 이들
은 끊임없이 평준화 흠집내기에 집착하고 있고, 국가는 이들의 요구에 부응하
여 평준화 보완정책이랍시고 다양한 학교체제(특목고, 자립형사립고, 자율학
교)를 통해 폐쇄적인 엘리트 코스를 마련해놓고 이를 더욱 확장하려고 하는 것
이다. 이렇듯 명문고에 대한 향수는 현재 진행형이며, 일부 언론은 이를 더욱
자극하며 평준화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교육격차는 재정 일부를 확충한다고 해서, 명문학교를 설립한다고 해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교육격차의 해소
는 지배계층의 이기적인 탐욕을 막고, 보다 평등한 학교체제를 만들어가는 것
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관련 자료]
수도권 신흥 명문 '평준화 타격' <조선일보> 2005. 9. 16
80년대 명문고 톱 50 10년 새 60%가 밀려나 <중앙일보> 2005.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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