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02번 : [윤한기의 인권이야기] 직장 건강검진으로 일터에서 배제되는 감염인들 |
| 글쓴이: 민중의료연합 |
등록: 2005-10-28 13:31:53 |
조회: 447 |
인권하루소식10/25
[윤한기의 인권이야기] 직장 건강검진으로 일터에서 배제되는 감염인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시민실천사업 'HIV/AIDS 인권지침서' 발간작업과 올
해 단체협력사업 'HIV/AIDS 감염인 치료 접근권' 실태조사를 위해 '나누리
+'는 감염인 간담회를 진행해 왔다. 간담회에서 감염인들이 토로하는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직장 건강검진에서 원하지 않는 HIV 검진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일이다.
HIV 검진 때문에 부당해고를 당한 ㄱ씨의 사연을 보자. 지난해 봄 직장 건강검
진에서 HIV 양성반응 판정을 받은 ㄱ씨는 감염사실을 안 직장 상사로부터 "일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아직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건강한
상태였던 ㄱ씨는 이후 대기발령 상태가 됐다. 업무가 특수해서 바로 교체되기
는 어려워 약 1개월 동안 인수인계를 하고 전혀 일해보지 않은 부서로 옮겨져
3개월을 근무했다. 이후 파견형식으로 원래 업무로 복귀했다가 출산휴가 갔던
동료가 돌아오자 다시 대기발령 상태가 됐다. ㄱ씨는 결국 회사의 권고와 상사
의 그만두라는 최종통보까지 듣고 명예퇴직으로 내몰렸다. 당시 상담을 맡았
던 필자는 엄연한 부당해고이니 노동부에 알리자고 ㄱ씨에게 적극 권유했다.
하지만 ㄱ씨는 자신의 감염사실을 또 드러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그냥 억울한
일을 감수하고야 말았다.
에이즈에 대해 한국사회가 가진 과도한 편견과 차별, 이에 따른 감염인들의 좌
절은 필자를 답답하게 한다. HIV 감염인들은 HIV 양성이란 이유로 부당해고와
진료거부를 당해도 자신의 병명이 알려지는 게 두려워 법적인 구제나 이의제
기 절차를 포기한다. 에이즈는 일상생활에서 전혀 전염이 안 된다는 사실도 제
대로 모르는 직장 동료들에 의해 감염인은 '집단 따돌림' 당하고 스스로 직장
을 그만두기도 한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HIV검진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중대한 인권침해인데도 직
장 건강검진을 통해 관례처럼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검진결과는 본인 의사
와 무관하게 공개되고 있다. 보통 직장 건강검진은 검진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
기관에 사업주가 의뢰하는데 검진항목이 많고 비용도 많이 드는 A급과 검진 항
목이 적은 B급, C급 등으로 나뉜다. A급 검진 항목에는 문제의 HIV 검진이 들
어 있고 노동조합에서도 A급 검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검진의 결
과가 사업주에게 일괄통보되는 바람에 HIV 양성반응이 부당한 해고로 이어진다
는 점이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7조는 "감염자의 진단·검안 및 간호에 참여한
자"와 "감염자에 관한 기록을 유지·관리하는 자"에게 비밀유지 의무를 부여하
고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현
실에서는 원하지 않는 HIV 검진에 따른 결과가 타인에게 함부로 통보된다. 에
이즈 관련 법조항 가운데 꼭 필요한 것이 직장 건강검진에 HIV 검진을 무조건
포함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어떤 검진보다도 HIV 검진은 당사자가 검
진을 원해야 하며 검진을 받을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 상담도 충분히 이루어
져야 한다. 양성으로 밝혀지면 심각한 사생활침해와 인권유린을 당할 수 있기
에 결과가 본인에게만 통보되는 장치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윤한기]
윤한기 님은 에이즈인권모임 나누리+(www.aidsmove.org)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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