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14번 : [전소희의 인권이야기] 인권과 민주주의, 공공재를 수호하기 위한 싸움으로서의 반WTO 투쟁 |
| 글쓴이: 민중의료연합 |
등록: 2005-11-01 13:51:19 |
조회: 337 |
인권하루소식11/1
[전소희의 인권이야기] 인권과 민주주의, 공공재를 수호하기 위한 싸움으로서
의 반WTO 투쟁
필자는 얼마 전 외교통상부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실장인 이재
길 대사를 여러 단체 대표단과 함께 면담을 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공공부
문 관련 대표들은 WTO의 직간접적인 영향 아래 물, 교육, 의료 등 공공서비스
가 시장화·사유화된다는 점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한 외교통상부
의 답변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표정
을 지으면서 "공공서비스는 WTO 협상대상이 아닌데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
가! 여태까지 한국의 외교통상부는 물론이거니와 여러 정부들이 공공서비스를
협상해 전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거센 저항과 투쟁이 지금 당장 벌어지
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WTO와 정부의 거짓 선전이 폭로된 샘이다. WTO 서비스협상
을 관장하는 GATS 협정문은 "정부의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공급되는 서비스를
제외한다"는 명쾌하면서도 모호한 구절을 포함하고 있긴 하다. 이에 기반해 외
교통상부도 "공공서비스가 협상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협
정문의 다른 모든 조항이 이런 구절을 교묘하게 무력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서비스협상의 대상이 되는 서비스는 현재 약 160가지인데, WTO의
공식 분류표 곳곳에 '기타' 항목이 있어서 사실상 무한정 확대 가능하다. 최
근 '가치'가 높아진 물은 '환경서비스'의 '기타'로 분류되어 있으며, 에너지
도 '기타'이다. 협정은 또한 '내국민대우' 원칙을 담고 있어 국내외 자본을 차
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특정 서비스를 자유화 내지는 시장화한다
는 것은 곧 초국적 자본에 해당 서비스를 고스란히 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협정은 '국내규제'를 철폐하라고 주문한다. '국내규제'는 관세의 형태
가 아니지만 엄연한 무역장벽이며, 여기에는 노동규제, 환경규제 등 자유로운
기업활동에 방해가 되는 각종 '규제'가 포함된다. 정부의 규제개혁위원회가 하
는 일을 상기시켜보자.
"공공서비스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외교통상부의 말은 여기서 한 술 더
뜬 거짓선전이다. 면담 참가자들의 추궁에 마지못해 외교통상부가 인정했듯
이, 국내법으로 사유화·시장화하고 나면 그 때는 더 이상 '공공'서비스가 아
니기 때문에 WTO의 협상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의료산업화전략을 통
해 의료서비스를 법인화하고 시장화하면 이는 더 이상 공공서비스가 아니기 때
문에 WTO를 통해 초국적 자본에 개방하면서 국제법의 위상을 부여받게 된다.
상수도를 수자원공사에 넘기면 더 이상 공공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WTO에 귀
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외교통상부의 논리인 것이다. 즉, 정부의 각 부처
는 서로 손발을 척척 맞추어 국내법과 국제협정을 상호보완적으로 이용함으로
써 결국 모든 것을 초국적 자본에 넘길 수 있는 것이다. 협정문의 한두 구절
을 들이밀면서 '공공서비스를 보호한다'고 선전하면서 동시에 모든 것을 자본
에 '합법적'으로 넘기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WTO의 핵심이자 본질인 것이다.
올해 6월, 아시아지역 노동자들이 모여 "물과 에너지는 인권이다!"라는 강력
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동조합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물론, "물은 인권
이기 전에 생명"이라는 환경활동가들의 지적도 있었지만, 본 회의의 목표는 신
자유주의의 사유화, 시장화 정책이 어떻게 물, 전기, 대중교통, 교육, 의료,
복지, 문화, 육아 등 엄연한 '인권'을 말살하고 노동자들의 생존권마저 앗아가
는가를 폭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 WTO는 협소한 의미에서의 '무역'에 관한 것도 아니고 '산업정책'에 관
한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WTO에 대한 싸움은 특정 산업을 보호하자는 싸움이
아니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 WTO에 대한 싸움은 보편적인 인권과 민주주의
를 위한 싸움으로 자리매김 되어야 하며, 우리 모두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의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공동의 소유 구조와 공공재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한 싸
움이다. [전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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