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11/15
명동성당에 쌓인 농민의 분노
'비준안 반대' 벼 1000가마 기습 야적…한나라당사 앞 노숙농성 돌입
열린우리당이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쌀협상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굳
힌 가운데 농민들의 투쟁이 서울로 향했다.
14일 새벽 4시 10분경 전국농민회총연맹(아래 전농) 소속 농민 20여명이 서울
명동성당에 40킬로그램 벼 1000가마를 기습적재하고 비닐천막 1동을 설치했
다. 이들은 쌀협상 국회비준 반대와 근본적 농업회생 정책마련을 요구하며 농
성에 돌입했다. 전농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정말 마지막 심정으로 이곳 명동
성당에서 독립운동에 나선 옛 선인들의 심정으로 식량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몸
부림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 14일 명동성당에 벼를 쌓고 있는 농민들
명동성당에서 만난 전남 나주시 농민회 안주용 교육부장은 "실제로 야적투쟁
을 지역에서만 하다보니 인구 밀집지역인 서울에서는 알릴 방법이 없었
다"며 "농업을 지키고 식량주권을 지켜야 국민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을 서울시민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주시의 경우 시청과 각 면
사무소 앞에 벼 15만 가마가 적재되어 있는 등 전국적으로 100여 시군의 관공
서 앞에 100만 가마에 이르는 벼가 적재되어 있다.
▲ 명동성당에 벼를 쌓은 농민들은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한편 이날 아침 8시경 농민 20여명은 한나라당이 비준안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
할 것을 요구하며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의 제지로 봉
쇄당하자 이들은 당사 앞 인도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하며 "한나라당이 쌀협상
국회비준안을 정치적 흥정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며 농업이 희
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데 당론을 집중할 것을 촉구"한다며 농업회생대
책 마련을 위한 농민·국회·정부 3자 협의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 14일 한나라당사 앞에서 농성에 돌입한 농민들이 당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
다.
이날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쌀협상 비준안을 16일에 처리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비준안 처리여부를 당론으로 결정하지도 않았다. 강재섭 원내대표
는 "APEC 기간에 농민들이 시위를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
에 16일에 올리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며 "어느 시점에서 쌀협상 비준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것인가는 원내전략"으로 "당 지도부에 위임해 달라"고 밝혔
다. 한나라당은 아펙회의가 끝난 후인 23일 본회의 처리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
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부겸 열린우리당 수석부대표는 기자브리핑을 통해 "(의총 뒤에)
한나라당으로부터 이 처리를 연기해달라는 요청이 일체 없었다"며 "한나라당
의 공식적이고 분명한 입장이 없는 한 이 문제에 대해 우리당은 진정한 국가이
익이 무엇인지의 관점에서 볼 수 밖에 없다"고 밝혀 16일 처리방침을 재확인했
다.
이날 한나라당사 앞에서 농성에 돌입한 한 농민은 "적어도 한나라당이 제1야당
이라면 350만 농민의 생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입장이
왔다갔다할 수 있느냐"며 "한나라당의 본질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울분을 터뜨
렸다.
▲ 14일 저녁 한나라당사 앞에 어둠이 깔리자 농민들이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한편 전농은 비준안 처리를 막기 위해 15일 서울 여의도문화공원에서 전국농민
대회를 열고 1박2일 투쟁에 돌입한다. 이어 아펙정상회의 기간인 18일에는 부
산 수영만 둔치에서 '쌀개방 저지 아펙반대 부시방한반대 전국농민대회'를 열
계획이다. [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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