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23번 : 이주노조 위원장, 불법체포 당했지만 석방은 안돼? |
| 글쓴이: 민중의료연합 |
등록: 2005-12-06 13:46:44 |
조회: 621 |
인권하루소식 12/6
이주노조 위원장, 불법체포 당했지만 석방은 안돼?
인권위 결정…분노한 이주노동자들, 위원장실 점거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출입국관리
사무소의 적법절차 위반을 지적하면서도 이후 구금은 적법하다는 어이없는 결
정을 내놔 이주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5일 인권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아노아르 서울경인이주노동자노동조합(아래 이주노조) 위원장은 지난 5월 14
일 0시 50분경 귀가하기 위해 지하철 뚝섬역 출구로 나가던 중 출구 앞에
서 '대기'하고 있던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아래 서울사무소) 직원들에 의해 강
제로 연행됐다. 당시 이주노조는 출입국 직원들이 아노아르 위원장의 사진을
들고 "아노아르다! 잡아!"라고 외쳤고, 이에 놀란 위원장이 지하쳘역 안쪽으
로 뛰어가려 했으나 그곳에는 이미 출입국 직원들이 뒤따라 오고 있었으며 지
하철역 주변에 법무부 차량 5대가 대기하고 있었다며 '표적연행' 의혹을 강하
게 제기한 바 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51조는 "(강제출국 대상)에 해당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
한 이유가 있고 도주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는 경우 사무소장·출장소장 또
는 외국인보호소장으로부터 보호명령서를 발부받아 그 외국인을 보호할 수 있
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시에 "긴급을 요하여…보호명령서를 발부받을 여유가
없는 때에는 그 취지를 알리고 출입국관리공무원의 명의로 긴급보호서를 발부
하여 그 외국인을 보호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이 경우 "48시간 이내에 보
호명령서를 발부받아 그 외국인에게 이를 내보여야 하며, 이를 발부받지 못한
때에는 즉시 보호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서울사무소는 단속 현장에서 긴급보호명령서를 발부했고, 같은날 오전 2
시경 직원 명의의 보호명령서를 발부했다. 인권위는 서울사무소가 법령에 근거
도 없는 내부위임규정과 구두 지시를 근거로 9급 공무원이 자신 명의의 날인으
로 최초 보호명령서를 발부했고 여기에는 발부권한자인 사무소장의 직인도 없
었다고 지적했다. 또 사무소장은 같은달 16일 보호명령서를 발부했지만 이미
48시간을 초과했고 서울사무소에서 청주외국인보호소에 보호를 의뢰하는 보호
의뢰서 역시 사무소장의 직인이 누락되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이에 따라 인
권위는 서울사무소가 헌법 제1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를 위반하고 신
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소장이 사후 보고를 통해 단속·보호조치 사실을 알고 있었
다고 사료되고 △아노아르 위원장이 불법체류자가 명백하며 △긴급보호된지 48
시간이 경과됐지만 소장이 적법하게 다시 보호명령서를 발부했으므로 5월 14일
자 최초 보호명령서의 하자가 무효사유에 해당된다고 해도 16일자로 재발부된
보호명령서에 그 하자가 승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발부 이후의 보호는 적법
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결정은 지난달 14일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의결됐고 이주노조는 지난 2
일 결정문을 송달 받았다.
▲인권위원장실을 점거한 이주노동자들
불법구금에 면죄부 부여한 인권위 결정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아래 이주연
대회의)는 5일 오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차의 위법으로 인해 즉
시 보호해제하여야 할 공법상의 의무가 발생한 상태임에도, 법정시한을 경과하
여 발부한 보호명령서가 이미 개시된 보호의 불법성을 어떻게 합법화할 수 있
다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주연대회의는 "사리에 맞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법률규정에도 배치되고 있어
서 지나치게 국가기관의 행위를 두둔하기 위한 억지논리"라며 "적법절차 위반
의 불법단속 및 구금 관행에 대해 오히려 합법성을 부여하여 면죄부를 씌워주
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 민변 노동위원회 부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는 "불법체포라고 하더
라도 추후 보호명령서만 발급받으면 적법해진다는 논리로, 법치주의를 흔드는
매우 심각한 결정"이라며 "전원위원회에서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만장일치로 결정한 인권위원들은 각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변호
사는 "법무부는 불법구금된 아노아르 위원장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요구했
다.
"직위 남용한 불법체포로 형사처벌 대상"
아노아르 위원장 사건에 대해 법무부는 지난달 22일 해명자료를 내고 "보호명
령서는 형사절차상의 영장과 달리…위임이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라며
위임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보호명령서를 발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필
규 변호사(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는 "긴급보호명령서와 보호명령
서의 발급주체를 달리해서 피보호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절차를 둔 것이 법의
취지"라며 "소장의 직인이 없는 최초명령서로 보호조치한 것은 그야말로 직위
를 남용한 불법체포로 형사처벌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사법경찰관은 판사로부터 체포영장을 받을 시
간적 여유가 없을 때 등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피의자를 긴급체포할 수 있
다. 이때 피의자를 구속하고자 할 경우 체포시점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판사
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청구하지 않거나 영장을 발부받지 못하면 피
의자를 즉시 석방해야 한다.
이른바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는 '긴급보호' 제도도 긴급체포와 유사하게 48시
간 이내 사무소장의 보호명령서를 발급받지 못하면 해당 외국인을 보호해제 해
야 한다. 황 변호사는 "적법절차를 어긴 체포를 용인하면 불법체포가 만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권위 이전 결정과도 배치
한편 이번 결정은 이주노동자 단속에 대한 다른 결정 사례와도 배치된다는 지
적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인권위는 "(출입국 직원이) 권한 행사시 검사의 지
휘나 영장주의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어 인권 침해 논란이 있어 왔"다며 "특
히 단속, 연행, 보호, 긴급보호 등 사실상 체포와 구금으로 작용해 신체의 자
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조치에 대하여는 형사사법절차에 준하는 수준의 실질
적 감독 체계를 마련"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지난 1일에도 인권위는 "외국인을 고용한 사업장이나 외국인의 주거에 영장없
이 무단으로 진입하여 외국인에 대한 단속 및 연행을 하고 있는 것은 출입국관
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량권을 넘어선 행위"라며 법무부장관에게 재발방지
를 권고한 바 있다. 이때 인권위는 출입국 직원이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업장이나 주거에 무단 진입하는 것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영장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황 변호사는 "이번 결정은 인권위가 이전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거나 이전 결정
에서 자신의 결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고 결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농성자들이 위원장실 복도에 선전물을 늘어 놓았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이주노동자들과 이주연대회의 활동가 등 10여명은 인권
위 13층 위원장실을 점거하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샤킬 이주노조 위
원장 권한대행은 "이주노동자도 사람인데 인권위에 와서도 차별 받았다고 생각
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인권위는 전원위원회 결정사항이어서 (번복은) 불가능
하고 해결방법이 없다고 하지만, 204일째 감옥에 갇혀 있는 아노아르 위원장
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소송기간에 계속 갇혀 있어야 한다"며 즉시 석방할 것
을 요구했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이주노조 설립신고서 반려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과 함께 단
속과정에서의 폭행에 대한 국가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강성준]
해고된 신세계이마트 조합원들 복직명령
경기지노위 "계속 고용 기대권 형성…계약기간은 형식에 불과"
노조설립을 이유로 정직·해고 등 중징계를 당하다가 결국 지난 7월 10일자
로 '계약만료 통보'를 받은 신세계이마트 조합원들에 대해 '계약해지가 부당해
고에 해당한다'는 지방노동위 판정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경기일반노조에 가입한 신세계이마트 수지점의 계산원(캐셔) 노동
자들은 노조 탈퇴를 강요하는 사측에 맞서 투쟁하다 1명은 해고됐고, 3명
은 '허위사실유포 등에 따른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3개월 정직 및 사업장 출
입금지라는 징계통보를 올해 1월 16일 받았다. 이들은 같은달 18일 '부당노동
행위 및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4월 17일 정직기간이 끝나 복귀했다.
이어 같은달 21일 경기지노위가 '사측의 부당정직 및 단체교섭거부 및 지배개
입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지만 오히려 사측은 같은달 25일 자택대기명령과
함께 인사위원회 개최를 통보했다. 이어 5월 9일 이들에 대해 해고 결정을 내
렸다.
사측이 구제명령을 인정하지 않자, 노동부는 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시켰다. 하지만 사측은 해고시킨 조합원들을 지난 7월 5일 갑작스레 복직
시킨 후 7월 10일 조합원 전원에 대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지난 10월 28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심판위원장 허원용 공익위원, 아래 경기지
노위)는 "근로계약서에서 정한 근로계약기간은 형식에 불과하고 사실상은 기간
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측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사회통념상 해고에 이를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어
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지노위는 조합원들이 근로계약 종료일을 2005년 7월 10일로 서면으로 명시
해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취업규칙의 대부분이 정년제도 등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이고 △조합원들을 제외하면 최근 근로계약기간
이 갱신되지 않은 근로자가 하나도 없으며 △7월 5일 복직 시 사측이 '직원으
로서의 제반사항을 준수하여 주기바람'이라는 복직통보를 해 계속근로의 기대
감을 심어주는 등 조합원들이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봤다.
경기지노위는 "(사측이 조합원들을) 징계 해고하였다가 복직시킨 후 다시 이전
의 징계사유에 터 잡아 징계 해고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거나 동일한 사유에
대해 이중징계를 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7월 5일 복직 이전의 징계사유를 해
고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을 맡은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이석진 공인노무사
는 "근로자가 계속해서 고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된 경
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이라고 본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경기일반노조 신세계이마트 수지분회(아래 수지분회)는 5일
신세계이마트 용인수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경기지노위 복직명령
을 수용하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부의 비정규법 개악안에 대해 수지분회는 "계약직의 경우 3년이 지나서
부터 해고제한법리를 적용하겠다는 것인데…(이번 사건과 같은) 전향적인 판
례 및 판정례도 폐기시켜 버리고 처음부터 보호가 되는 것을 3년부터 적용받으
라는 개악내용에 불과"하다며 "계약직을 사용할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을 경
우에 사용하도록 하는 사유제한 방식을 채택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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