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79번 : 투쟁의 깃발은 계속하여 휘날릴 것이다. |
| 글쓴이: 부지매 |
등록: 2006-04-02 14:24:06 |
조회: 447 |
투쟁의 깃발은 계속하여 휘날릴 것이다.
노숙농성 다섯쨋날
(2006. 4. 2)

(▲ 노숙농성중인 부지매 동지들)
봄이 오면 돌아 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혹한의 추위를 이겨 겨우내 봄을 준비하여 꽃망울을 터트리는 나무들처럼 이
겨울을 이겨내면 우리도 옛 일터로 돌아 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일터에서 봄을 맞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보냈던 지난 겨울
이 지나고 이제는 완연한 봄을 맞았지만 여전히 시청 앞 광장에 아직도 녹지
않고 응달져 축축한 땅처럼 우리는 그곳에 앉아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마냥 따듯한, 그리고 행복한 충만감과 설레임으로 맞을 이
봄 햇살들이 우리에게는 날카롭게 깨어진 유리조각 마냥 가슴에 내리 꽂혀 선
홍색의 피로 물들여지고 있다는 걸 그 누가 알아 줄 까요.
지난 8개월간의 투쟁 속에 이제는 굳어지고 다져졌을 법한 마음이라 해도 모
든 만물마져 녹여버리는 햇살과, 눈부실 만큼 화사한 꽃들 앞에 어쩔 수 없이
마음 흔들리는 우리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밥 먹고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그래서 일상이 돼버린 집회와 선전전들,
그리고 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했던 투쟁들... 이게 마지막일거라고 주문마
냥 중얼거리며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갔던 교통공단 이사장실 점거 농성과 공
단 로비 점거농성, 그리고 이것 또한 마지막일거라며 쳤던 부산역에서 시청으
로 이어진 천막농성, 또 보태어 마지막일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던 5보 1
배, 할 수 있는 건 다 했을 것 같은 그래서 다 풀어헤쳐 보이지도 못할 투쟁
들...
그리고 지난 3월 10일 정말이지 간절히 이번은 마지막이 되어주길 바라며 찾아
간 허남식 선거준비사무실에서 우리는 또 한번 우리의 바램에 배신당하고 말았
습니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허남식 시장은 한밤에 짐을 꾸려 사무실을 비우면
서 끝내 우리를 외면하고 말았고, 그것도 모자라 공권력을 내세워 폭력을 휘두
르는 위선자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 우리들입니다.
그렇게 늘 마지막이고자 했던 그 바램들은 한번도 우리에게 웃는 얼굴로 화답
해 주지 않았습니다. 많이 왔다고 생각했지만 돌아서면 늘 그 자리인 듯 했
고, 많이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늘 우리 손에 들린 건 붉은 머리띠만 나폴 거렸
던 기억들이 더 많은 듯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
습니다.
마른 숨 한번 고르고 다시 한번 뒤돌아보니 우리가 걸어온 그 길에 많은 동지
들이 서 있어 우리에게 걸어온 그 길이 보이지 않았고, 또 우리가 짊어져야
할 많은 것들을 그 동지들이 함께 짊어지고 오고 있었다는 것이 이제 서야 보
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짐을 꾸려야 할지도 모릅니
다.
그 마지막이, 마지막이 되지 못하더라도 우리의 투쟁은 늘 마지막인 것처럼 그
렇게 어금니 꽉 깨물고 죽을힘을 다해 싸울 것입니다.
우리의 싸움은 여전히 가열 찬 현재 진행형입니다^^
-황이라의 글

(▲ 신문기사를 부착한 입간판을 유심히 읽고 있는 부산시민)
하룻밤을 길에서 보냈다. 몸은 자라고 하지만 정신은 잠에 들기를 거부한
다. 추워서 그런건 아닌 것 같다. 어제, 그제의 저녁보다는 훨씬 따뜻한 저
녁이요 밤이다. 옆에 함께 있는 동지들도 잠을 청하곤 있지만 쉬이 잠이 오지
는 않는가 보다. 차들의 경적소리, 술 취한 행자의 고함치는 소리가 어지럽
다. 이 시간 우리를 이렇게 길바닥으로 나오게 만든 이들은 따뜻한 집에서 편
안하게 자고 있겠지. 그들을 원망하거나 시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의 동
지들이 이 어지러운 길에서 잠을 청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
다. 내일은 비가 온다는데 걱정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산을 오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도 힘들고 고달픈 산을 오른다고. 높고 험한 산을 오르는 나
에게 저들은 올라갈 수 없는 하늘이라고 한다. 나는 이 힘들고 험한 산길을
한걸음씩 걸어 반드시 정상에 서고 말 것이다. 저들이 하늘이라 부르며 오르
지 못하게 갖은 훼방을 놓는 이 산을 나는 기여이 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들
에게 소리 높여 외칠 것이다. 나는, 우리는 이 산을 올랐느라고...
-정효중의 일기 (4월1일 아침에)

(▲ 서면시내 한복판 길바닥에서 까만 하늘을 지붕 삼아 힘든 잠을 청하는 부
지매동지들)
우리들이 수요일부터 노숙투쟁에 들어갔으니 어제 4일차 밤을 보냈다. 비가 와
서 밖에서 자지 못하고 차안에서 이용재 동지와 불침번을 번갈아 서며 전경들
을 주시했다. 잠을 억지로 청해 보려고 했지만 좌석에서 두 다리 뻗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 못내 슬퍼져 고달픈 내 인생을 향한 넋두리가 절로 나왔다. 전국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동지들이 준 귀마개를 귀속 깊숙한 곳에 쑤셔 넣고 언제
부터인지 잠에 곯아 떨어졌고, 새벽에 잠을 깼을 때 귀마개는 내 두 귀에서 없
었다. 찾아서 다시 끼울 기운조차 없어 다시 눈을 감아 언제 올지 모르는 새벽
아침을 기다리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해고된 이후에 개인적으로 처음 겪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 10월에 8일 동안 부
산교통공사 1층 로비에서 잤던 일도, 천막에서의 100일이 넘는 생활도 이제 너
무나 익숙해졌다. 4일 동안의 노숙이 새롭다면 새로울까. 그렇다. 나는 변했
다. 투쟁하기 전보다. 먼저 나서기를 싫어하던 나였는데, 지금은 내가 먼저 일
어선다. 그리고 동지애가 뭔지를 알았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걱정도 하게
되었다. 동지들도 변했다. 뭔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살기위해 거리를
헤매는 들짐승이 되었다.
어제 항의서한 전달와중에 전경들과 약간의 몸싸움이 있었다. 그 충돌로 오른
쪽 가슴이 약간씩 아프다. 하지만 나보다 더 다친 동지들이 있어 마음이 짠하
다. 글 쓰는 와중에도 자꾸 눈꺼풀이 내려간다. 오늘은 집에 들어가 일찍 자야
겠다. 내일도 투쟁의 깃발은 계속 휘날릴 것이기에.
- 서재관의 일기(4월2일 아침에)

(▲ 4/1 비정규노동자대회가 있었다. 굵은 빗줄기속에 부산시청광장으로 300여
명의 비정규노동자들이 모여들어 비정규직철폐와 부지매 고용승계쟁취를 위한
집회를 하고 부지매 노숙농성장이 있는 서면까지 행진을 하였다. 그 빗줄기 속
엔 7개월된 부지매 임산부도 있었다.)


(▲ 제대로 된 확인도 없이 해당자나 비해당자, 비조합원에게 까지 출두요구서
를 남발하여 노조탄압을 자행하는 부산시장과 경찰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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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매 활동 보
기]
[부지매 집단해고 204일째 / 고용승계 투쟁 9개월째 / 천막농성 122일째 / 노
숙투쟁 5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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