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49번 : 일주일간 사진으로 본 부지매 농성일기 |
| 글쓴이: 부지매 |
등록: 2006-05-02 21:33:38 |
조회: 639 |
일주일간 사진으로 본 부지매 농성일기
(2006. 5. 2.)

(▲ 4월 26일 비가 내려서 지하철 서면역 대합실에서 선전전을 하였습니다.)
4월 27일 목요일 오전 11시 52분 - 서재관
비가 오면 가뭄의 목마름을 씻어주기라도 하듯 저녁 촛불문화제가 취소되어 부
지매 동지들이 조기 퇴근을 한다. 어젠 비가 왔다. 오후 3시 지하철 대합실
선전전을 마치고 나니 제법 빗방울이 굵어졌다. 수석의 빠른 판단 하에 조합
원들은 집에 꿀단지를 모셔놓은 듯 빠른 동작으로 하나 둘 사라졌다.
이대경, 이용재 동지와 함께 노포동 지하철 노조 사무실로 향했다. 미리 성
미 동지가 찍어 놓은 전단지를 건네받고 돌아오는 길 시청천막에 들러 대합실
선전전 때 사용할 엠프를 차에 실었다. 만삭이 된 미은 동지가 홀로 천막을
지키고 있었고 문호 동지가 곧 왔다.(천막사수조)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더욱 반가웠고, 홀로 천막을 지키고 있는 동지들을 보니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
다. 동지야, 조금만 참고 힘내자. 우리의 고지가 멀리 있지 않구나.
비가 오는 관계로 농성장 바로 옆 인테리어 목공노조 승합차와 일반노조 차량
에 3명이서 나눠 타고 잠을 청했다. 그 사이 성미 동지와 이정훈, 서성협 동
지가 왔다가 막차 시간에 맞춰 집으로 가셨다. 비오는 날에도 우리들을 잊지
않고 연대해주시는 지역의 동지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 4월 27일 한나라당 부산시장 후보 경선이 있었던 사직 실내체육관을 찾아
침묵 시위를 벌렸습니다.)
4월 28일 금요일 - 이기선
어제는 부산시장 후보 한나라당 경선일이었다. 이전에는 허남식 후보의 당선
이 유력해 보였으나 경선이 계속 연기되면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러나 결과는 65%의 지지로 허남식 후보의 당선. 부지매의 입장에서 본다면
허 후보의 당선이 다행으로 여겨진다. 여태까지 그를 상대로 싸웠으니 다른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처음부터 다시 싸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청년실업
을 양산하고 이에 대해 책임이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노동자의 삶이나 서민
들의 생활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허 후보의 당선이 부지매 이외에도 지역 노동
자들과 서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생각해보면, 내 소견이 짧게만 느껴진다. 제발... 허남식 시장이 정신 차려
서, 부지매가 고용승계 되고,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온전히 돌아가고 싶
다. 최근 황사와 매연, 먼지에 마른 기침이 떠나질 않는다. 어떻게 하면 잠
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밤이 아닌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내일을 소망하는
밤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 4월 28일 국제 모터쇼가 열린 벡스코를 찾아 부산지하철 매표해고노동자
들의 실상을 알렸습니다.)

4월 29일 오전 - 정효중
어제는 집중집회를 하지 않고 국제 모터쇼가 열린 벡스코에서 시민 선전전을
펼쳤다. 벡스코 안에서 방송차를 켜고 선전전을 하는데 벡스코 직원이 와서
여기는 사유지니까 나가라고 하였다. 집회신고도 상관없다는 투였다. 경찰
이 일부러 그곳만 뺏는지 집회신고가 광장에만 되어 있지 않았다. 한 발 물러
나 주차장에 방송차를 세워놓고 방송을 하고 유인물을 배포했다. 벡스코 선전
전 후 노동청 집회에 참석하고 일정이 있어서 아이온 시티 농성장으로 돌아왔
다. MBC에서 취재를 나왔다. 수석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동안 나는 멀찌감
치 떨어져 망치를 들고 부지매 선전용 입간판을 보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카
메라를 들이대는 바람에 당황스러웠다.
어젯밤 오지 않은 잠을 겨우 청하며 잠시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랑도, 명예
도, 이름도 이것들이 뭐시라고. 나에게 남은 건 오로지 투쟁뿐인 거 같다.
오늘도 투쟁이다. 투쟁!

(▲ 4월 29일, 2006메이데이문화제 개막토론회 “부지매 투쟁을 통해 본 기계
자동화와 고용불안에 대한 대응”이 인권위원회에서 열렸습니다. 일본인 노동
운동가를 비롯해 학생들, 뜻을 함께하는 분들이 참석하여 뜻 깊은 시간을 가졌
습니다.)

(▲ 4월 29일, 늦은 오후 2006메이데이문화제 부지매 투쟁 연대마당이 서면 아
이온시티 농성장에서 있었습니다. 많은 동아대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펼쳐
진 문화제는 노숙 농성장에 더욱더 활기가 샘솟도록 만들었고 7층에 있는 허남
식 시장을 기죽이기에 충분하였습니다.)

(▲ 5월 1일, 오후 12시 아이온시티 노숙농성장에서는 116주년 메이데이 정신
계승제가 진행되었습니다. 앞서 가신 열사 영전에 헌화를 하고 고개 숙이며
다시금 다짐을 합니다. 열사의 정신을 헛되이 하지 않겠노라고.)

(▲ 5월 1일, 이후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에서 주관하는 116주년 노동절 기념
‘부산노동자대회’에 참여하였습니다. 각 단위에 많은 지역 노동자들이 모여
들어 116주년을 맞은 메이데이의 참의미를 되새겼으며, 열사정신계승! 비정규
권리보장입법쟁취! 노사관계로드맵분쇄! 한미FTA저지! 무상의료무상교육쟁취!
를 향한 목소리를 드높였습니다.)

(▲ 5월 1일, 결의대회 후 열린우리당 당사 앞을 지나 허남식 선거사무실이 있
고 부지매의 노숙농성장이 있는 아이온시티 건물 앞까지 행진을 하였습니다.
4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동지들의 물결에 7층에 있는 허남식 시장이 겁먹고 다
시금 야반도주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였습니다. 끝까지 남아 부지매의
투쟁에도 큰 힘을 실어 주신 지역 동지들에게 다시한번 감사함을 전합니다.)

(▲ 5월 1일, 메이데이 문화제가 끝나며 그 많던 인파는 썰물처럼 있던 그 자
리로 가버렸지만 우리 부지매 동지들은 끝까지 남아 매일 저녁 그랬듯이 조촐
하게 촛불문화제를 가졌습니다. 그 즈음 아버지뻘 되시는 나이 많은 노동자
가 지나가다말고 촛불문화제를 유심히 지켜보셨습니다. 온갖 설욕을 당하며
일 해온 그 세월이 너무도 억울하신 모양이었습니다. 두 주먹 불끈 쥐며 부탁
하셨습니다. 내 자식 같은 여러분은 자신처럼 그렇게 살지 말라고. 열심히
싸워달라고. 한명 한명의 눈을 마주치며 거듭 부탁하시던 그 분의 모습이 못
내 쓸쓸히 기억 속에 남습니다.)

부산일보 5월1일자 기사 옮김>> “꿈을 접을 수 없어요”
언제부턴가 그들을 '부지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부산지하철 매표소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을 줄인 말이다.
어감만은 자갈치 아지매를 연상시키듯 친근했다.
하지만 부산시와 교통공사는 영 불편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일부터 시작된 이들의 천막농성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외면한
채 주차장 주차원이나 경비원 등의 또 다른 비정규직을 알선해 주겠다는 협상
안을 제시한 게 전부였다.
황모(26)씨는 "대학 졸업 뒤 첫 직업이 지하철 매표원이었다"면서 "하루종일
표를 팔면서도 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으나 이젠 앞날이 캄캄할
뿐"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부지매들은 지난해 9월 지하철 경영 합리화 조치로 매표소가 무인화되면서 일
방적인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103명의 해고자 중 대부분은 생계를 위해 뿔뿔이 흩어지고 지금은 24명만이 남
아있다.
부산시청 앞에서 시작된 천막농성은 지난 3월 29일부터 서면에서 노숙농성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해고될 무렵 임신을 했던 한 부지매는 이달 중순 아이를 출산한다.
만삭인 그녀는 그래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현장을 지키고 있다.
힘없는 노동자들이 살길은 단결뿐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왜 또 농성을 하나"라는 눈빛으로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시민들에게 가슴아파
하다가도 혹 음료수라도 건네주며 "힘내라"는 격려의 말을 해줄 때는 고마워
서 눈물이 난다.
스티로폼 위에 침낭만을 달랑 덮어쓰고 잔 지도 벌써 140여일. 그나마 이들에
게 위안(?)이라면 날씨가 풀려 잠을 자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는 점이다.
봄이 온 지 오래지만 아직 이들에게는 봄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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