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정치인을 용서하지 말자
요즘 정치권이 요동을 치고 있다. 이당 저당을 기웃거리는 철새 정치인들로 시
끄러운가 하면, 군소 정당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으며, 기존 당들의 개
편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권력 재편기에 접어든 한국 정치의 전형
을 보고 있는 것이다.
선거 중에서도 대통령 선거는 최고 권력자를 뽑는 문제이다. 그래서 대통령 선
거 시기만 되면 권력을 뺏기지 않으려는 세력과 새로 차지하려는 세력, 권력
에 빌붙어 떡고물이라도 챙기려는 세력들이 난투극을 벌였던 것이 지금까지 한
국 정치가 보여준 형태였다. 그 중에서 특히 정계 개편의 소동을 겪은 세력은
권력을 잡고 있던 세력이었다. 이른바 '집권여당'이 그러하다.
권력 재편기에 집권세력이 분당, 탈당, 합당, 토사구팽 등의 회오리에 휩싸이
지 않았던 때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온갖 권모술수로 국
민을 현혹하여 마치 국민의 대변자 역할을 자임하였지만, 집권 말기에는 국민
의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되었기 때문이다. 국민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 정
권과 정당이 다시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
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선거시기만 되면 또 다시 국민을 현혹하기 위
해 당명을 개명하든지, 무슨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든지, 구국의 결단으로 탈당
이나 분당을 결행하든지 하는 등의 행태들을 수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원래 정당이라는 것은 이념과 정책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조직한 정치
조직이다. 하지만 한국의 정당들은 그 정체성이 뚜렷하지 못하다. 한국의 정당
들은 주의 주장이나 정책보다는 권력을 잡고 보겠다는 권력욕이 다른 무엇보
다 앞서 왔다. 그러다 보니 집권 세력의 말기에는 늘 부정부패, 비리로 얼룩졌
다.
90년 들어 배신세력이 권력의 정점에 이르러서는 그 혼란이 더욱 점입가경이
되었다. 군사독재세력이 권력을 잡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군사독재세력과 민주
세력이라는 계선이 존재했다. 그래서 군사독재 세력에 합류하는 사람은 변절
자, 배신자의 딱지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민주세력에 합류한 자는 구국의 결
단이라는 언사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당과 야당을 오가는 것이
별 의미가 없어지고 말았다.
97년 12월 온 국민은 50년만에 정권교체를 일구어내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 결
과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었
고, 달라진 것이라고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더 살기가 팍팍해졌다는 것이다. 부
정 부패 비리는 연일 사회를 강타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 그놈이 그놈이
다 라는 의식이 사회 저변에 팽배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정당과 정치인들이 자
기 정체성이 없는데 그 이유가 있다. 사회를 유지하고 이끌어 가는데 주의나
정책은 전혀 변하지 않고 똑같은 사람들이 당의 옷만 갈아입은 것이다. 야당이
든 여당이든 정책에서는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선거 시기에는 여러 다양한 공약들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권력에 앉고 나서는
본질적인 변화를 보이지 못했다. 도리어 똑같은 모습이 나타났던 것이다. 혈
연, 학연, 지연을 이용하여 자기 사람을 권력의 핵심부에 심기 바빴던 것이
다. 그 결과 여당과 야당의 차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국민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금뱃지를 달기에 유리한 당이라
고 여겨지면 다 팽개치고 그곳으로 달려가는 행태는 한국 정치에서 보편화되기
에 이르렀다.
선거시기만 되면 이합집산 하는 이유는 정당의 정책이 분명하지 못한 데에도
그 이유가 있지만 실지 철새정치인들이 이를 이용하는 데에 그 근본적인 이유
가 존재한다.
한국 사회에서 철새 정치인들이야 계속 존재해 왔다. 하지만 이것이 비일비재
하게 이뤄지고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라고 여겨지게 된 것은 배신세력이 권력
의 핵심실세로 등장하면서부터였다.
90년에 김영삼은 자기 부대를 데리고 집단적으로 배신하면서 배신시대의 서막
을 올렸다. 이후로부터 배신의 시대가 펼쳐졌고, 배신을 밥먹듯이 하는 형국
이 벌어지게 되었다. 오히려 배신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사회의 흐름에 뒤쳐진
고지식한 바보가 되었다. 이런 현상이 전개되다 보니 상식과 양심이 파괴되게
되었고, 사회의 기본적인 기초 질서 자체가 흔들리게 되었다.
사실 지금의 한국 정당을 보면 뭐가 다른지 그것을 명확하게 가려볼 수 없을
정도이다. 개혁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개혁과는 거리가 먼 정당에 들어가는가
하면, 개혁을 내건 정당은 개혁과는 거리가 먼 인사들을 영입하고 있다. 도무
지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나 개혁을 바란다는 것은 가당치 않을 것
이다. 그런 관계로 철새정치인들은 자기들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얻지 못하
고 국민들로부터 배척을 당하니 또 다시 국민들을 눈속임하고자 별의 별짓을
다하는 것이다. 그 짓들이 분당, 탈당, 합당, 새로운 인물 영입 등등으로 나타
나는 것이다. 그것도 선거시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정치가 바로 세워지려면 이런 현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의 정당
과 정치인들이 정치개혁을 말하려고 한다면 무엇보다 상식과 양심을 근저에서
흔들고 있는 이런 철세 정치인들부터 심판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들
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정책정당'으로 갈 수가 있다.
배신은 자기의 소신에 따라 정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불나방이 되어
자기의 사리사욕만을 채우려고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
에 철새정치인들의 행태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말로만 정책정당
외치지 말고 정책정당으로 갈 기초적인 토대부터 만들라는 얘기다. 앞으로도
계속 철새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을 향해 계속 사기극을 연출하려고
한다면 이에 대해 응당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기 바란다.
<겨레의 눈 1>에 실린 글입니다. 내용이 너무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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