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사망’ 무죄평결 “美 한국민 우롱했다”
경향신문
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20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주한미군 페르난도 니노 병장에 대한 무죄평결 소식이 전해지자 재판이 열린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여중생사망사건 범대위 관계자들
은 물론 인근 주민들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며 울분을 참지 못했
다.
유가족들은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다”면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재
판도 미군 법정에서 이뤄지는 한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미군이 한국민을 우롱한 어이없는 재판”이
라고 분개했다.
◇캠프 케이시 주변=여중생사망사건 범대위 관계자 10여명은 이날 오전 9시 재
판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캠프 케이시 정문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오후 2시30분
쯤 무죄 소식이 전해지자 “50t이 넘는 장갑차로 여중생을 2명이나 깔아 죽이
고도 죄를 짓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나라라는 미국에
서 할 짓이냐”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홍석영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미군은 꽃다운 나이의 여중생 2명
을 비명횡사시키고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또
다시 우리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면서 “미군은 즉시 재판권을 한국에 이양하
라”고 주장했다. 유영재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사무처장은 “충격과 분노
로 말문이 막힌다”며 “이제 한국인들은 자기 나라에서도 미군에 의해 죽거
나 다치지 않으려면 알아서 피해다니는 수밖에 없게 됐다”고 분노했다.
김종일 여중생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국민들의 분노를 증폭시키는 경악스
런 결과”라면서 “대책위는 국민들과 더불어 이번 결정의 무효를 선언하고 우
리 법정에서 사건 관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이어 “내일부터 캠프 케이시 앞에서 대대적인 항의시위를 벌이는
것은 물론, 12월 초에는 백악관을 직접 찾아가 우리의 뜻을 전달하겠다”면서
“미군의 기만을 알리는, 작지만 강한 투쟁은 끝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
다.
캠프 케이시의 미군들을 상대로 안경점을 운영하는 홍모씨(67)는 “지난 6월
사건 이후 영업이 거의 안돼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랐지만 이런 말도
안되는 결론을 내릴 줄은 몰랐다”면서 “기본적으로 불평등한 SOFA협정부터
개정해야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유족·시민단체=사망한 여중생 심미선·신효순 두 소녀의 유가족들은 이날
재판 방청도 하지 않은 채 하루종일 집에서 지내는 등 재판 자체에 대해 지극
히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심양의 아버지 심수보씨(48)는 “보나마나한 형식적인 재판이란 생각이 들어
일부러 (법정에) 가지 않았다”면서 “우리나라 법정에서 재판이 이루어져야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양의 어머니 전명자씨(40)도 “사
람을 그렇게 죽여놓고 무죄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면서 “우리가 힘
이 없어서 미국을 못 이기는 것”이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그동안 해당 미국피의자에 대한 한국 법원에서의 재판과 엄중처벌을 주장해온
시민단체들은 무죄 평결에 분노했다. 통일연대 정대연 정책위원장은 “미군범
죄는 처벌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것으로 미군재판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SOFA 규정 개정 등 본질적인 문제부터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
라고 말했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도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SOFA 규정에 의해 신병인도
를 요구해왔으나 이를 무시하고 미군 영내에서 재판을 한 것은 아무리 미군측
이 일부 재판과정을 공개해 공정성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수용하기 어렵다”며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졌다는 미군의 주장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재판은 우리
법정에서 이루어졌어야 했다”고 밝혔다.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박기학 정책위원장은 “이런 결과가 있을 줄 알았다”
면서 “미군의 형사재판권을 한국법정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한국민의 주장이
다시 한번 정당한 것임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서의형·김중식·박영환기자 uyou at kyunghyang.com〉
서의형·김중식·박영환기자
02-11-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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