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칼럼11] 폐업을 중단하라! 파업을 철회하라!  

회원 최용준
 
지금 이 순간, 단지 글조각 나부랑이만을 쓰고 있을 수밖에 없는 내 처지와 능
력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민중의료연합 회원으로 임상진료 능력이 없
는, 기초의학을 하는 의사다. 때문에 안타까워하며 쓰는 이 글 조각 나부랭이
가 지금 이 순간, 언제 상태가 극도로 나빠질지 모르는 환자에게, 또 그 가족
들에게, 현장으로의 조속한 복귀를 염원하는 의사에게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
할까 하여 정말 가슴이 아프다. 그렇더라도 필자의 의견이 이 게시판을 방문하
는 네티즌들에게, 특히 의사들에게, 그리하여 의사들의 현장 복귀를 돕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새벽의 한두 시간이 아깝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 오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부회장단 모임에서는 '내일 정오에 전원 사
직서를 의과대학에 제출하고 응급실을 폐쇄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바
로 같은 시간 인터넷 게시판의 여기 저기에는 '벽돌을 들고 병원을 때려 부시
러 가겠다'는 등의 분노에 찬 시민들의 글이 점차 올라오기 시작했다. 필자의 
귀동냥과 기대로는 교수협의회의 성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대 교수중 일부
가 중환자실과 응급실, 그리고 진료가 꼭 필요한 병실을 지킬 것이라 믿어보
고 싶다. 바로 얼마 전,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대표가 '응급실 폐쇄는 안될 
말', 전공의들로 '응급진료단'을 구성하여 진료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
나마 다행한 일이다. 대표의 발언이 대다수 전공의의 동의와 조바심 속에 나
온 발언이어서 설령 오늘의 불안감이 내일 현실로 드러날지라도 정말 최소한
의, 최소한의 인명피해를 막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처럼 관계 당사자의 설명 못할 감정의 격앙 상태 속에서 지난 과정에 대
한 합의와 의약분업 정책의 전문적 사항에 대해서 꼬치꼬치 따지는 것은 누구
에게도 무의미하게 보인다. 의사들은 폐업을 중단하고 현장으로 복귀하여야 한
다. 더 이상 장래의 '4000만의 건강을 위하여' 폐업을 한다는 것은 바로 지금
의 상황에선 논리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지금 현재 '폐
업'은 우리 나라처럼 공공의료가 부실하고 응급의료가 엉망인 상태에서는 예
측 못할 정도의 희생자를 낳을 수 있다. 그런데도 '눈물을 머금고라도' 4000만
의 건강을 위해서 폐업을 한다는 것은 결국은 몇 백명의 희생은 감수할 수밖
에 없다는 식의 논리 아닌가. 물론 아주 일부의 의료인들만이 이런 논리를 사
용한다. 그러나 병의원의 폐업이 별 탈 없이 며칠 더 지속될지 아니면 마
치 '성수대교 붕괴'처럼 공공의료의 기초가 없는, 따라서 의대교수의 파업으
로 그 어느 곳에서도 치료받기 어려운 아프고 괴로운 민중들의 수가 수백이 될
지 수천이 될지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다. 의사들의 감정이 격앙되어 있는 이상
으로 민중들의 분노는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온전히 의사들에게 쏠릴 위험이 있
다. 설명 못할 감정의 격앙 때문에 의사들이 불문곡직하고 의료제도 전반에 불
만과 문제를 제기하는 것처럼, 그 설명 못할 민중의 감정 격앙 때문에 예기치 
못할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23년간 의료보험제도에서 의사들이 고통 받았다면, 그것으로 따지자면 이 땅
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민중은 유사 이래 어디서도 대접받은 적이 없다. 외세
에 압박받고 위정자에 눌리고 재벌에 탄압 당하고 그 분노와 울분으로 따지자
면, 지금의 의사 파업의 근거 이상의 역사적 무게와 현재적 좌절이 있다. 더 
이상 의사들은 그러한 논리로 스스로를 정당화시켜서는 안된다. 적어도 내외
의 비판을 받는 지금까지의 파업 과정에서 몇몇 희생자가 있었으나, 교수들과 
일부 의료인들의 노력으로 현장은 돌아가고 응급실은 운영되었다. 그간 선전물
과, 일간지 홍보, 토론 참석 등으로 여러분의 의견들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지
역의보 재정 50% 요구도 정당하다. 

그러나 이제는, 비상진료체계가 금방 한계를 드러낸 이제는 파업은 더 이상 정
서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 4000만의 건강을 생각하는 것은 장한 일이지만, 그
것은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민중운동, 보건의료운동에
서 지역의보재정 50%를 확보하라고 싸운지가 올해로 7년째다. 이 싸움에는 수
십만의 조합원을 가진 민주노총, 수백만의 농민을 포괄하는 전농 등이 주역이
었다. 그래도 여전히 지역의보 국고지원은 26%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수많은 
문제점으로 곪아터져 있는 의료제도를 그야말로 지속적으로 고쳐 나가기 위해 
필요한 의료인들의 지혜와 용기, 각오와 자세이다. 그러나 지금 그 어느 것보
다 필요한 것은 당장 진료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아픈 사람을 안심시켜주
고 애써 돌보는 진짜 의사들의 체험, 나 아픈 것보다 환자 아픈 것을 괴로워하
는 진짜배기 의사들의 고뇌, 그것이 바로 '의권'이다. 아니 그 속에서 '의
권'은 인정 받고 환자들과 그 가족들로부터 보호 받는다. 시민에 대한, 국민
에 대한 설득과 홍보를 강조하지만, 의사들에게 시민은, 국민은 다름 아닌 환
자들이다. 그들이 우선이다. '의권'을 가장 먼저 인정하고 보호하는 환자를 떠
나고서는 '의권'은 없으며, 따라서 '의권 확보를 위한 의료개혁'도 사상누각
일 따름이다. 정녕 의사들은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바로 지금 신음하는 
환자들을 외면할 것인가?

이제 '돈 몇 푼'이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의사의 자존심'과 '국민의 건
강'을 말했다. 그러나 응급실을 폐쇄하고 병원을 뛰쳐 나가는 것이, 수만 명
의 의사 대다수가 모조리 구조를 바꾸고 제도를 고치는 '大醫'가 되는 것이, 
그리하여 지금 이 순간 쓰러지고 핍박 받는, 수천년의 역사, 수십년의 근대사 
속에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권리를 빼앗기고 압박 받은 민중
들을 병마의 고통 속에 내버려 두는 것이 자존심을 지키고 국민의 건강을 위하
는 일인가? 제도는 고쳐야 한다. 개혁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제대
로 감당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던 정부는 엄중히 비판받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
을 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식은 아니다. 지금은 모든 의사가 환자를 팽개치
고 나가는 식이다. 의사들의 가장 먼저 인정하고 보호하는 환자들의 곁에 있
을 때, 그렇게 부여 받은 권리를 기반으로 제도의 개혁과 문제의 해결에 간단 
없이 나아갈 때, 정말 사심없이 돈 몇 푼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위해 투쟁
할 때, 결코 민중은 의사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료를 방해한'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의 구속을 이유로 '사직하
고' '응급실을 폐쇄한다'는 의대교수들의 발언은 오히려 민중의 이해를 구하
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분노를 극도로 솟구치게 할 뿐이다. 정말 오늘 그러
한 사태가 빚어진다면 민중의 가슴에 깊이 각인될 것이다. 누구나 잘 잊는다
고 하지만, 그런 성격의 체험은 오히려 새겨지는 법이다. 대부분의 병의원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넘쳐나는 환자가 그나마 진료를 받으려는 병원에서 진료
를 집단적으로 방해한 것이 정말 정당한 일인가. 그리고 지금 당장 환자와 가
족과 민중의 마음에 합당한 투쟁이라고 수용되겠는가. 그것은 억지 논거다. 가
르치는 사람이며, 치료하는 사람이며, 그러므로 이 사회의 지성인들이, 성명서
에 밝혔듯이 이것을 근거로 병원을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겠는
가. 

의과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여러분은 지금 며칠째 거리에 나섰다. 진정 여러
분이 자신있게 그들에게 나설 수 있었는가? 정말 솔직하게 어제 오늘 거리에서
의 체험을 돌이켜보라. 여러분의 주장을 잘 알고 있다. 까닭 없는 언론의 모멸
과 자신의 책임도 아닌 과거의 겁보가 부당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런 식은 아니다. 여러분은 휴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휴업으로 인해 환자들
이 직접 고통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병의원 폐업 투쟁의 학생판이
라고 보인다. 여러분은 학생 때부터 잇속을 챙겨먹는 파렴치한으로 몰린다. 그
것은 여러분의 휴업과 선전이, 고통 받는 민중을 외면하는 병의원 폐업을 결과
적으로 지지하고 엄호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폐업을, 파업을 엄호하
는 이 휴업을 지속하려는가? 열번 양보하여 휴업도 좋다. 하지만 왜 여러분이 
앞장 서서 파업만은, 폐업만은 안된다고, 백번 양보하여 응급실 폐쇄만은 교수
님 파업만은 안된다고 제기하지 못하는가? 이런 식으로 희생자를 내고, 다음
에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희생이 적어 다행이라고 안도
하려는가? 정말 간절히 호소한다. 정말 의사가 되려는 사람이기 이전에, 의대
생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시민으로, 한 사람의 청년학도로서, 이 사회에 살아
가는 평균적인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문제를 바라볼 수는 정녕 없단 말인가?

필자는 어려운 의료현실의 가장 직접적이고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당사자면
서 이제 수련 후 사회로 진출했을 때 막막한 상황에 닥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전공의들에게 그나마 가장 큰 희망을 가지게 된다. 전공의 대표는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응급실 폐쇄를 우려했고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의사의 '본
분'을, 의업의 '본질'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나아
가 여러 전공의들이 다시 한번 명쾌하게 요구조건의 확인과 지속적인 개혁에
의 동참을 확인하면서 현장으로의 복귀를 강력하게 전체 의료계에 제안할 것
을 요청한다. 여러분들이, 젊은 의사들이 그렇게 한다면, 그로 인해 사태가 수
습 국면을 맞게 된다면 의사들로서는 가장 큰 이 싸움의 성과가 될 것이다. 괴
로워하면서 결국 어려운 결단을 하고 실천에 옮기는 여러분에게 한때 가졌던 
분노도 좀더 이해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전체 의료계의 향도를 바꿀 수 
있는 힘은 이제 바로 여러분밖에는 없다. 

다시 한번 간절하게 호소한다. 파업을 철회하라. 폐업 중단을 촉구하라.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가장 중요한 시간을 맞이하고 있음을 꼭 기억해주기 바란
다. 


* 본 칼럼의 내용은 민중의료연합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