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방치한 죽음의 굴레들!!!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많은 세상살이들 중에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
은 당연히도 정치꾼들의 싸움판일 것이요, 우리의 입을 쩍 벌어지게 하는 것들
은 끝을 모르고 치솟은 부동산 가격과 거기에 발맞춘 투기꾼들, 그리고 화려
한 사치품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매하는 저 기름진 배를 달고다니는 자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많은 인생살이들과 아주 동떨어진 곳에서 근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있다. 이른바 생계형 자살이라 명명하는 그들은 
자신의 손으로 새끼를 죽이고, 자신의 몸을 죽인다. 과연 무엇이 그들을 극한
의 절망으로 그들을 몰아가는가.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그들이 진정 나약해
서, 무능해서, 혹은 게을러서인 것일까. 삶을 위한 몸부림이 더 이상 감당해내
기 어려운 시점에 그들은 절망으로 내몰리고 급기야 자신과 가족들의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세상을 한번 바라보자. IMF 시절보다 더욱 어려운 경제상황이라고 한다. 하지
만 이건 더욱더 확연히 드러나는 20대 80의 사회에서 다수의 80에게만 해당되
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다수를 열악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은 그들 
80의 개인적 책임이 아니기에 수많은 생계형 자살은 바로 사회적 죽음이자, 사
회적 책임이다. 이른바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장치들을 사회적 차원에서 마련하는 것을 일컫는다. 하지만 사회보
장의 여러 측면들이 시장 속으로 편입되어가면서 공적책임을 담당해야할 많은 
부분들이 개인의 능력이나 책임으로 담당해야할 판이다. 이러한 시장의 가속화
와 그 속에서의 경쟁 이데올로기는 결국 개인의 경제력에 의해 인간의 삶을 좌
지우지하게 만들어 버리며, 그 속에 국가와 정부는 없다.


얼마전 기획예산처 역시 예산심의에 있어서 차상위 빈곤층 - 월소득 122만원 
이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권자가 아닌자, 결국 수급권자보다 1∼2만
원이라도 소득이 높은자 - 에 대한 교육/의료비 지원을 전액 삭감했다. 예산
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이대기는 하였으나, 여기저기 물 흐르듯 흐르는 예산
을 아무렇지도 않게 책정하는 것을 보면 가히 반민중적인 관료들로 꽉 차 있
는 듯하다. 

예전부터 복지예산과 관련하여 정부관료들은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 핑계
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그 예산이라는 것이 소득이 훤히 드러
나는 월급쟁이들의 주머니에서 나갈 뿐, 저 높으신 양반들의 소득은 어느 정도
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노동자들의 주
머니만 쥐어짜서 복지까지 책임질 예산과 여력이 없다는 조잡한 핑계를 들이대
고 있다.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상황에서, 사회적 안전장치들은 더욱더 붕괴
되어가고 있다. 여기에 발맞추어 요즘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복지의 과
잉'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복지는 넉넉한 자
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자를 위한 것이다. 거기에 자신의 넉넉함으로 타
인의 부족함을 보지 못하는 저 무지몽매한 인간들의 말빨속에 오늘도 어느 지
하방에서 우리의 이웃이 제 삶을 포기하는지도 모른다.

              민의련 부산경남지부 소식지 '꽃을 던지고 싶다' 9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