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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2 호 - 200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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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2898 |
유의선 (민중복지연대 사무국장) |
'기본생활권 쟁취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현실화를 위한 연석회의'(이하 기초법연석회의)는 2003년 기초법의 많은 문제점 중에서도 최저생계비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수급자로 선정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엄격한 기준들의 문제와 함께, 수급자로 선정되었을 때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최저생계비가 지급되는지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2003년 우리나라 4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102만원이다.
즉, 4인 가족 기준으로 소득이 없거나 102만원 이하인 가구에 대해서는 국가가 부족분을 보충해서 지급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6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일하지 못하더라도 100만원을 보장해준다니 꿈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기초법의 단순한 명제만 놓고 보면, 빈곤을 탈피할 수는 없어도 최저생계는 보장받을 수 있으니 그나마 살만해졌다고 말할 만도 하겠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우리나라의 빈곤규모를 500만에서 800만까지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초법의 수급자 현황은 2000년 148만 명으로 시작하여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2003년 134만 명에 그치고 있으니 빈곤인구의 1/4도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인 가족 최저생계비 102만원, 실제 지급되는 생계급여는 35만원.
최저생계비를 책정하는 방식의 문제와 이에 따라 1,2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그나마 명시한 최저생계비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실제 4인 가구 수급자가 받는 평균금액은 35만원 선이다. 왜 그럴까? 102만원 준다고 하고, 실제 받는 금액은 30만원 선이라니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4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102만원이라고 하나, 교육급여와 의료급여를 제외하고 실제 현금으로 지급되는 금액은 최대 89만원이다. 소득이 하나도 없는 경우에 90만원은 지급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일정정도 소득이 있을 경우에 소득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생계급여가 낮게 지급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장씨는 강동구에서 수급자로 책정되어 30여 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가 동대문구로 이사했다. 동대문구에 장씨는 무릎과 손가락의 퇴행성관절염, 간질환, 골다공증 진단서를 제출했으나 담당공무원은 장씨를 근로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했다. '돈을 벌 수 있는 나이인데 왜 정부에 의지하려고 하느냐, 벌면서도 안 번다고 거짓말한다, 진단서도 믿을 수가 없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제멋대로 추정소득을 부과하였고 결국 급여는 13만원으로 책정하였다.
기초법에 따르면 소득파악이 어려운 자에 대해서는 소득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일을 하고 있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다고 추정하여 해당수급자의 전직임금이나 유시직종의 평균임금을 월 9일에서 13일 이상 분으로 추정하여 소득으로 산정, 생계급여에서 제하는 것이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는 것은 추정소득에 대해서 실제 소득이 없음을 증명할 의무가 수급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진단서 등을 제출하지만, 위의 예에서처럼 진단서를 제출하더라도 추정소득을 부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급자의 생계급여를 낮추는 요인 중 다른 하나는 '간주부양비'이다.
현행 기초법에서는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수급자가 될 수 없다. 국가가 국민의 최저생계보장을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그 1차적인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부양능력이 '미약'한 경우에 발생한다.
대표적인 부양능력 미약자로는 출가한 딸이 해당되며, 일반적으로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이 '부양능력 있음'에 미달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이러한 부양능력 미약자의 경우 일정 정도의 부양비를 수급자에게 지급한다고 '간주'하여 소득으로 잡아 생계급여에서 제하고 있는 것이다.
부양비를 실제 지급받는지의 여부는 부양비를 '간주'하는데 중요하지 않다. 부양의무자 가구의 최저생계비 120% 이상의 소득에 대하여 15%에서 40% 정도를 부양비로 간주하여 수급자의 소득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수급자에게 간주부양비가 10만원으로 책정되었다. 그러나 실제 부양비로 받는 금액이 4만원이라면, 사적이전소득으로 4만원을 잡고 부양비로 6만원을 책정한다. 모두 소득으로 잡히는 것은 동일하다.
실제 부양비를 하나도 받지 못하는 경우일지라도 사전이전소득은 0원이나 부양비는 10만원으로 책정된다. 간주부양비보다 실제 부양비가 16만원으로 더 많이 받는 경우에는 부양비는 0원, 사적이전소득은 16만원이 책정되는 것이다. 이렇듯, 실제 소득 이외에도 추정소득의 책정이나 간주부양비가 일상적으로 부과되면서 실질적인 생계급여는 최저생계에 턱없이 모자란 금액으로 지급되고 있는 것이 최저생계비의 현실이다.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
기초법을 통해서는 기본적으로 수급자가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비상식적으로 높은 소득환산율이나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 조건부수급기준 등을 보면 수급권자를 '선정' 하겠다는 것보다는 '탈락'시키기겠다는 의도가 더 강력해 보인다. 그나마 어렵사리 수급자가 되더라도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기란 쉽지 않다. 800만 빈곤 규모 중 134만밖에 보장하지 못하는 기초법은, 그나마 수급자에게 1인당 고작 평균 9만원의 생계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추정소득과 간주부양비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최옥란 열사는 1인 가구여서 한 달에 26만원을 지급 받았다. 추정소득이나 간주부양비 없이 현금으로 지급되는 금액을 모두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돈으로는 비장애인도 한 달을 살기가 불가능하다. 최저생계비가 4인 가족 기준으로 되어있어, 상대적으로 1,2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되어 있다.
또한 최저생계비를 5년마다 계측하도록 되어 있어
사회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며, 전물량 방식의 계측방식은 장애인, 환자, 노인, 대학생이 있는 가구와 같이 표준가구보다 생계비가 더 많이 드는 가구의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기초법의 수다한 문제 중 최저생계비에 관한 일부분일 뿐이다. 현행 최저생계에 미달하는 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라도 일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청조차 거부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낮은 예산과 불합리한 기준으로 대다수의 빈곤계층이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초법연석회의는 요구안 마련하며, 최저생계비의 현실화를 다음과 같이 요구하고 있다.
1. 최저생계비 산출 시 지역별·가구유형별 차이 인정하라
2. 1, 2인 가구 최저생계비 현실화하고 추정소득을 폐지하라
3. 최저생계비를 매년 계측하여 실질적인 최저생계비 기준을 마련하라
최저생계 보장! 기본생활권 쟁취!
기초법은 국민이면 누구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복지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복지정책에 대해 새로운 대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기보다는 실행주체의 의지(예산을 포함하여)의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기초법도 빈곤계층이 스스로의 권리로 생존권을 획득하는 과정속에서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는 '기본생활권'을 이야기한다. 이는 생존권의 의미를 넘어서 보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생활의 권리를 의미하는 말이다.
기본생활권의 기준과 범위는 정해진바 없으나, 무상의료나 무상교육의 확대·최저주거기준의 법제화·최저생계비의 상대적 빈곤선의 채택 등의 제기를 비슷한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기초법이 담고 있는 최소한의 (그러나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최저생계 및 의료,주거,교육,자활 등의 내용에서부터 시작하여 기초법에 국한되지 않는 기본생활권의 영역을 확대해나가는 요구와 투쟁이 필요하다. |
유전무병(有錢無病), 무전유병(無錢有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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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의료연합 |
[기획연재] 민중의 힘으로 민중의 건강보장제도를!
○○암보험, □□건강보험, △△성인병보험..... 요즘 어지간한 집치고 이런 민간의료보험 하나 안 든 집은 거의 없다. 민간의료보험은 90년대 중반 이후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해서 2000년도에 보험료 수입 합계가 10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해 건강보험 보험료 수입이 7조2천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재정 규모 면에서 이미 건강보험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의 폭발적 증가 이면에는 부실한 의료보장제도가 있다. 건강보험만으로는 자신의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지키기 힘들기 때문에 굳이 비싼 돈을 내면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건강보험이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 민중의 건강을 민간의료보험이 과연 지켜줄 수 있을까?
사람 차별하는 민간의료보험
사람 차별하는 민간의료보험의 행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장애인은 보험 가입을 거부당하거나 더 비싼 보험료를 요구받기 일쑤다. 그리고 고혈압이나 당뇨 등 기존 질병이 있는 경우에도 보험 가입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민간의료보험은 건강보험과는 달리 수익 창출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는 영리기업이다. 따라서 민간의료보험의 차별적 행태는 당연한 것이다. 수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서는 의료이용을 별로 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은 많이, 의료이용을 많이 할 것 같은 사람은 적게 가입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의료보험이 가장 발달한 국가인 미국에서는 이런 민간의료보험의 행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질병을 가진 사람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것은 기본이고, 저소득계층 거주 지역에는 보험 사무소를 아예 두지 않거나 기존에 있던 사무소를 철수시키고 있다. 저소득계층은 보험 가입을 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잔병치레가 많기 때문에 가입해봤자 보험회사가 손해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병에 걸리면 보험 탈퇴를 강요당하거나 보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보험회사와 보험가입자간의 법정 소송이 끊이지 않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장애인들이 보험가입을 거절당하고 있다.
많은 보험회사들이 보험종류에 따라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허용하지 않는가 하면, 보험가입을 허용해도 일반인보다 크게 높은 보험료를 받고 있다. (중략) 올 3월 초 전북 전주 C장애인학교에 교사로 부임한 이○○(37)씨는 삼성생명이 신임 교직원에게 판매중인 '직장인 플러스 보장보험'에 가입하려 했지만 언어청각장애인이란 이유로 거절당했다. (중략) 왼쪽 다리를 저는 이모(30·서울 서초동)씨는 작년 말 농협의 암보험 상품에 들려 했지만 거절당했다. "다리를 전다고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도 아니잖느냐"고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장애인들은 보험에 가입해도 일반인보다 많은 보험료를 물고 있다. 작년 8월 미국을 여행한 시각장애인 이모(53·서울 대치동)씨는 여행자보험료를 두 배 많이 냈다. 그러면서 이씨는 "보험사 직원으로부터 가급적 건물 밖에 나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후략)
---<조선일보 2000년 4월 20일. 장애인 보험 차별 : 가입거절 많고 보험료도 더 비싸>
민간의료보험은 소위 ‘불량고객’을 걸러내기 위해 최신 의학기술까지 활용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불량’ 판정을 받은 사람은 보험료를 아무리 많이 낸다고 하더라도 보험에 가입을 할 수 없다. 당신은 ‘우등’인가? ‘불량’인가?
올 들어 인간게놈 지도 초안이 작성되는 등 유전자의 비밀이 급속히 풀리기 시작하면서, 우려했던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전자 결함 때문에 직장에서 쫓겨나고 보험가입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미국에서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 돼가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전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테리 서전트는 얼마 전 알르레기가 심하다고 느껴져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유전자를 검사하더니 '알파 1' 유전자에 결함이 있다고 알려왔다. 이 결함은 내버려둘 경우 폐가 오그라들어 결국 질식사하고 마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다행히 미리 발견돼 약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서전트는 유전자 기술에 몇 번이고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이런 고마운 마음도 잠깐 뿐, 며칠이 지나지 않아 회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다. 보험회사에서도 보험료를 대폭 인상했고 아들의 보험 가입은 아예 받아주지 않았다. (중략)
서전트와 같은 피해를 당한 사례가 매사추세츠의 '시라이버 센터'에만 582건이 보고됐으며, 또 다른 인권감시기구인 '유전자 책임협의회'에도 200건이 올라와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도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자들은 떳떳치 못해 쉬쉬하고, 희생자들은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 2000년 10월 9일. 유전자검사 폐단 '우려가 현실로'>
우리나라 보험회사도 미국 보험회사와 마찬가지로 자선기관이 아니라 영리기업인 이상, 이 같은 차별적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민간의료보험은 '사기'다
"국민연금 다 바닥났습니다. 그것 믿고 있다간 큰 코 다칩니다", "건강보험이 뭘 보장해줍니까? 큰 병 걸리면 집안 거덜납니다" 보험설계사들이 민간보험 가입을 권유하며 흔히 하는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 공보험이 부실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실한 공보험을 민간보험이 대신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명백한 '사기'다.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관리운영비를 비교해보자. 건강보험의 경우, 전체 지출에서 관리운영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4.5%(2001년 기준)에 불과한 반면, 민간의료보험은 20∼30%에 달한다. 민간의료보험은 건강보험에는 불필요한 각종 마케팅비와 회사 수익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입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민간보험이 더 적을 수밖에 없다.
이뿐 아니다. 민간보험회사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입자가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속임수를 쓰고 있다. 예를 들면, 민간보험의 보험료는 질병· 사망 위험률, 예정이율, 보험회사의 예정사업비율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런 각각의 수치는 보험회사에 유리하게 조작되기 십상이다. 또 민간보험의 보상항목은 약관에 구체적으로 일일이 열거되어 있는데, 여기에도 속임수가 숨어있다. 발생빈도가 높은 질병은 보상내용에서 빠져있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면, 심장병 중에서도 발생빈도가 높은 '심장마비'는 보상이 안 되고, 성인에게는 매우 드문 '심장판막증'은 보상이 되는 식이다. 의학적 상식이 부족한 보험가입자가 수백개씩 열거되어 있는 보상항목에서 이런 속임수를 발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보험가입자는 나중에 질병이 걸려서 보상을 받을 때가 되어서야 이런 속임수를 알게된다.
□ 상담내용
1. 상담인 동생의 남편이 과로로 인해 심장마비로 사망함.
2. 사망한 사람은 암보험을 가입했는데 보험회사측에서는 심장마비는 보험금이 일반 사망처리되어 암보험 대상에서 제외되어 보험금액이 100만원만 지급된다고 함.
3. 보험회사는 심근경색에 의한 협심증, 판막증 등은 지급대상이 되지만, 심장마비는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함.
--<2000년 3월 28일. 한국YMCA전국연맹 소비자상담기록 중에서>
돈이 없는 사람은 건강하게 살 권리도 없다
민간의료보험의 문제점은 사람을 차별한다든지 사기성이 농후하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진짜 문제점은 민간의료보험이 '유전무병, 무전유병' 구조를 고착시킨다는 점이다. 민간의료보험 아래에서는 돈이 없으면 건강하게 살 권리도 없다. 건강은 철저하게 개인의 문제로 취급된다. 게다가 민간의료보험이 확대되면 건강보험은 더욱 부실해질 것이 자명하다.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기득권층은 건강보험의 내실화를 반대할 것이다. 자신은 이미 민간의료보험을 통해 고급서비스를 제공받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내실화에 돈을 쓸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민간의료보험 확대는 소수 고소득층에게는 기쁜 소식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노동자․민중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중산층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미국 민간의료보험의 보험료는 월 평균 100만원을 넘는다. 건강보험이 부실해지고 민간의료보험이 더욱 확대되면 우리나라의 보험료도 폭증할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해서 민간의료보험의 고급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민간의료보험 확대는 그렇지 않아도 부실한 건강보험에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치명상을 입힐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수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뭐든 하는 영리기업이 노동자, 민중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을까?
민간의료보험은 의료인을 자본의 노예로 만든다
민간의료보험은 의료인의 진료권을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보험회사는 의사들의 진료행위를 하나 하나 관리·감독한다. 항생제 한 알, X-ray 한 장 찍는 것도 보험회사의 지침에 따라야 한다. 심지어는 보험회사에서 고용한 의사를 병원에 보내서 해당 병원 의사의 진료행위를 감독하게 한다. 진료비 심사의 엄격성도 상상을 초월한다. 조금만 의심스러워도 보험회사는 의사 개인을 상대로 바로 법정 소송에 들어간다. 한 보험회사에 찍힌 의사는 더 이상 환자를 볼 수 없다. 블랙리스트가 보험회사 사이에서 공유되기 때문이다. 이런 민간의료보험의 행태는 수익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는 영리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우리나라 민간의료보험이 미국의 민간의료보험과 다를 수 있을까?
삼성화재, 진료비 환수 요구 및 형사고소 : 의료기관들, 강력히 반발
우리나라 자동차 보험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화재가 의료기관들에게 지급한 진료비를 '부당청구'라며 대대적으로 환수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또한 삼성화재는 환수금을 내지 않은 의료기관을 '사기혐의'로 형사고소 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향후 자보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과 보험사간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략)
보상전략팀 이덕우 대리는 또 "이번 진료비 환수조치를 통해 부당청구 기관이 대다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의료기관에서 허위청구(치료를 한 사실이 없는데 한 것처럼 청구한 것)한 사례도 수백 건이나 확인됐다"고 밝혔다. (중략)
한편, 지금은 삼성화재만이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추후 다른 보험사들도 가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민간의료보험이 본격 도입될 경우 이와 비슷한 갈등은 자보 외의 다른 환자의 진료에 대해서도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청년의사 2002년 10월 14일 제14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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