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감염인 차별철폐!
이 땅에 에이즈가 발생한지 19년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에이즈에 대한 법령과 정책, 홍보에서 에이즈감염인의 인권을 보장할 정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이 땅에서 에이즈감염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지난 10월 에이즈 환자가 병원에서 탈출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염인을 범죄자와 똑같이 취급하여 광주동부경찰서는 수배령까지 내린 바 있다. 감염인중 출산으로 수직감염이 된 태아의 에이즈 감염사실에 대해 언론은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었다. 감염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으로 그들을 죄인시 하는 행태를 정부와 언론이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에이즈는 B형 간염보다도 감염성이 떨어질뿐더러, 감염이 되었더라도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얼마든지 발병을 지연시킬 수 있는 질병이다. 감염인의 출산권을 법적으로 제한하자는 의견이나 감염인을 아예 격리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과 무지는 이들을 더욱 고립시키고 배제시켜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에이즈는 여전히 성적 문란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더러운 질환이라는 편견과 차별을 받고 있다. 에이즈에 대한 홍보는 80년대 방식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채, 감염인의 잘못이라는 죄의식을 감염인에게 지우고 있다. 에이즈는 단순한 질환이고 치료제의 개발에 따라 만성질환화 되어가고 있음에도 정부는 예방에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여전히 감시·관리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에이즈감염인 관리 꼭 필요한가?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과 더불어 정부가 감염인을 관리하려는 정책은 오히려 감염인을 음지로 숨어들게 하고 있다. 감염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정부는 굳이 실명으로 환자를 관리하려 하고 있고, 그들의 인권이 어떻게 지켜지는지에 대해서는 추호도 고민치 않고 있다. 보호해줘야 할 감염인의 정보는 만천하에 노출될 위험을 갖게 되고, 노출될 경우 감염인의 사회적 생명은 끝이라 생각해 노출을 두려워한 신체 건강한 감염인들조차 자신의 병을 숨기게 된다. 관리이전에 차별과 편견을 해소할 정책이 선결되어야 함에도, 정부는 비감염인을 보호해야한다는 명목으로 감염인의 인권을 처참하게 짓밟고 있는 것이다.
에이즈익명검사가 있음에도 보건소는 전화번호와 이름을 요구하고 주소까지 알아내려 하고, 검사결과를 알려주는 과정에서 본인확인조차 하지 않고 감염여부를 알려주는 등 기본적인 사생활보호원칙은 무참히 깨지고 있다. 교육받지 못한 공무원들 때문에 감염인의 가족마저 보건소에 초청되어 검사를 받는 웃지 못할 사례도 발생한다. 정부는 감염인에게 낙인을 찍는 관리체계를 즉각 철회하고 에이즈 감염인의 대한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에이즈감염인 무상치료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
심지어 일부에선 '치료약을 무료로 공급하고 있는데도 국내 환자들은 고마운 줄 모른다'는 망발을 서슴치 않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감염인들은 식구와 떨어져 지내기 때문에 뚜렷한 직장이 없어서 매달 들어가는 약값과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약을 중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욱이 현재 진료비 지불방법은 환자가 먼저 자신의 돈으로 지불한 후 이를 청구해서 약값을 돌려받고 있기 때문에, 에이즈 감염인들 중 면역력이 저하되어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는 당장 생계에서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잦은 병원방문과 약에 의한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들은 일을 할 수 없기에, 병에 의한 고통과 생계유지의 어려움이란 이중부담을 떠안고 자포자기하게 된다.
특히 재소자의 경우, 의료의 사각지대에서 치료약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재소자에 대해서는 에이즈 치료약에 대한 보험 적용이 지도부딘(Zidovudine)이란 약을 제외하고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도부딘만 먹는 것은 오히려 약에 대한 내성만 생기게 할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약을 끊거나, 그렇지 않다면 한달 120만원을 부담하고 병용요법으로 3가지 이상의 약을 먹어야만 한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재소자들은 이를 부담할 수 없어 약을 끊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고, 이는 재소자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에이즈는 365일 보험급여 상한제 예외질환에서 빠져있다. 에이즈에 걸릴 경우 면역력 저하로 각종 기회감염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보험급여의 365일 초과는 불가피함에도, 이에 대한 치료는 환자개인이 부담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에이즈관련 예산축소에 반대한다
올 한해 감염자수는 9월말 현재 398명으로 하루에 1.5명이 새로이 발견되고 있다. 85년 에이즈 첫발생 이후 2003년 9월까지 총 감염인은 2,405명으로, 이제껏 에이즈 감염자가 500명이 발생하는데 최소한 10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채 1년이 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에이즈 감염인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은 예상되는 바이다. 그러나 현재 국립보건원 에이즈 담당자는 2명밖에 안될 뿐더러, 정부는 담당인력을 증가하려는 계획은 전혀 없다. 심지어 정부는 에이즈관련 예산을 오히려 축소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에이즈감염인 발생추세를 볼 때, 에이즈치료약에 대한 무상공급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인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작년부터 일부 치료에서의 보험급여를 점차 줄여가고 있으며, 슬그머니 환자 개개인의 부담으로 떠넘겨 왔다. 감염인의 증가에 대응하여 인력과 예산을 확충하지 못할 경우, 점차 환자의 부담은 늘어날 것임은 당연지사인 것이다. 에이즈감염인이 급속도로 증가하는데 대응해 관련인력과 예산을 확대할 것을 즉각 요구한다.
2003년 9월 5일 브라질 값싼 에이즈약 수입발표
에이즈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고, 급속한 확산으로 에이즈치료비용증가의 문제는 국가별로 큰 부담이 된다. 브라질의 경우 에이즈 무상프로그램을 전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성공적인 국가로 뽑히고 있다. 90년대 초반부터 10년이 넘게 공공제약회사를 통해 에이즈약을 생산하는 브라질은 연간 1억 9,500만달러로 13만명의 에이즈환자를 돌보고 있다.
최근 브라질은 애보트, 머크, 로슈에서 판매하고 있는 에이즈약물 로피나비어, 넬피나비어, 에파비렌즈 세가지 약물에 대해서 40%의 가격인하를 요구했다. 이 3가지 약물만 현재 특허하에 있고, 전체 13개 약물의 구매비용의 63%를 차지할 정도로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약회사가 가격인하를 거부했고, 브라질 대통령 룰라는 2003년 9월 5일 세가지 약물에 대해 브라질에서 자체 생산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값싼 약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넬피나비어와 에파비렌즈는 2001년 2월에서도 브라질 정부가 강제실시를 발표함으로써 40%이상 가격이 떨어진 약물이다. 강제실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발동할 수 있는 적법한 절차이다. 국내에서도 글리벡에 대한 강제실시를 2002년 1월 청구한 바 있으나, 정부는 이를 불허하였다. 브라질의 이번 조처는 에이즈약의 비용증가에 대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보여주는 모범사례이며, 이에 대해 환영하는 바이다.
공공요양센터 건설과 포괄적인 예방정책의 수립을 요구한다
아직까지 에이즈로 인해 임종직전의 환자들과 말기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센터는 없다. 대부분이 말기로 전이될 경우 환자들은 가족들에게 가지도 못하고 생애를 처참하게 끝내야만 한다. 얼마전 복지부 장관은 담배값 인상을 통해 국립의료원의 건설을 약속한 바 있다. 오히려 에이즈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호스피스적 성격을 띠는 요양센터의 건설이 시급한 문제일 것이다. 에이즈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에이즈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고, 삶을 누릴 수 있는 요양센터를 건설해야 한다.
12월 1일 유엔이 지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이했으나, 우리는 최근 에이즈와 관련한 일련의 가슴아픈 사건들을 살펴보면 현재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편견의 현주소는 여전히 우려스럽다. 아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고 살아갈 수 있도록 에이즈감염인의 인권보장을 위한 각종대책과, 포괄적인 치료정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