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는 구호 아래,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인도 뭄바이에 전세계적으로 10만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1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1일 폐막 행사까지 엿새동안 인도 세계사회포럼 조직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컨퍼런스와 자체적으로 조직된 수천개의 포럼, 워크샵이 열렸다.
국제보건포럼(International Health Forum)
민중의료연합은 주로 건강과 관련한 이슈를 논의하는 포럼과 워크샵에 참가하였다. 세계사회포럼 공식 행사 시작 이틀 전에는 국제보건포럼이 열렸다. 국제보건포럼은 올해로 세 번째로 민중건강행동이라는 단체에서 독자적으로 조직한 행사이다. 민중건강행동은 전세계적으로 지부를 조직하고 지구적인 활동과 지역적인 활동을 동시에 하고 있는 단체이다. 하지만 보건포럼은 세계사회포럼과 연관성을 갖고 있으며 세계사회포럼 전에 건강과 관련한 이슈만을 가지고 따로 집중력 높게 진행한다. 2004년 7월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민중건강총회-2가 개최되는데 보건포럼은 이를 준비하기 위한 전 단계인 것이다.
보건포럼은 크게 '세계화와 건강'이라는 주제로 개막총회를 진행하고 그 아래 다양한 이슈들을 워크샵 형태로 배치하여 논의를 진행하는 형식이었다.
'세계화와 보건 정책, 보건의료 개혁'이라는 주제의 총회에서는 세계화가 보건의료 체계와 좀 더 포괄적으로는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제3세계 국가들의 경우에는 에이즈, 말라리아 등 여러 가지 질병의 치료 접근권 문제와 건강과 직결된 기초적인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문제, 위생적이지 않은 물이나 주거환경의 문제가 쟁점이 되었다. 치료, 약물, 교육 등 총체적인 건강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비교적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선진국의 경우에는 기간산업 사유화로 인한 문제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호주의 어떤 여성은 피부암 때문에 의료보험 혜택으로 에어컨을 받았으나 전력 사유화로 인하여 전기료가 너무 비싸 그것을 쓸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커다란 이슈로 에이즈와 의약품 접근권의 문제가 있었다. 아시아 동유럽 쪽에서 에이즈가 창궐하고 있고, 아시아 지역에서 기회감염 부활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전지구적 위기인 에이즈 문제에 대한 대책이 다양한 방면에서 나오고 있지만 그 폭과 내용이 매우 다양하고, 한국사회의 지역적 상황과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해 논의하고 검토해야할 것이 매우 많다. 대표적인 내용을 소개하자면 아프리카의 의약품 공급의 문제, 세계보건기구의 2005년까지 3백만 명의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계획, 양자·지역간 무역협정으로 인한 트립스 강화 효과(트립스 플러스)에 대해 논의되었다.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인도의 산아제한 정책이다. 인도는 인구가 많아 산아제한 같은 인구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인권의 문제와 불임시술 과정에서의 여성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의 문제도 쟁점이 되었다.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
이미 보건포럼에서 건강과 관련한 내용을 다루었기 때문에 세계사회포럼의 건강 관련 워크샵 내용은 대부분 중복되었지만, 한가지의 이슈만을 가지고 심도깊게 논의할 수 있는 작은 포럼들이 많이 열렸다.
민중의료연합에서는 'WTO와 의약품 접근권'이라는 제목의 워크샵에 참가하여 '자유무역협정하에서의 트립스 강화 효과(트립스 플러스)' 에 대한 주제로 발표하였다. 발표자들은 트립스가 의약품 접근권에 미치는 영향과 '공중보건에 관한 도하선언'이 자유무역협정 하에서 유명무실해지는 상황에 대해 발제하였다. 그리고 파키스탄, 인도, 태국에서 트립스의 적용을 어떻게 받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의약품 접근권을 쟁취하기 위한 대안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발제하였다. 이 워크샵에서는 2005년부터 WTO 트립스 협정의 적용을 받는 인도의 의약품 정책이 쟁점이 되었으며, 제네릭 산업의 다른 지역으로의 기술이전 문제가 논의되었다. 그리고 글리벡 공대위 차원으로 얼마전 인도 특허청에서 인도 노바티스에게 글리벡 독점권을 인정해준 문제에 대해 노바티스 인디아와 인도 특허청을 규탄하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준비해 여러 단체들에게 연명을 받기도 하였다.
보건포럼에서와 마찬가지로 에이즈에 대한 포럼도 많이 열렸다. 세계보건기구뿐만 아니라 UNAIDS, UNICEF 등 국제기구들의 계획까지 포함하여 다양한 주제로 접근하는 여러 가지 포럼이 열렸다. 에이즈와 아동, 여성, 동성애, 차별, 낙인, 의료, 교육 등 그리고 인권을 위한 대안들을 여러방향에서 논의하였다.
또, 의료 시스템의 모델에 대해서도 역시 논의가 있었다. 민영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의료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어떤 방식으로 의료 시스템을 개혁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되었다. 쿠바의 의료 시스템 모델을 살펴보기도 하고, 사유화를 거스르는 흐름을 만들기 위한 네트워크 형성의 단초를 마련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리고, 인도의 신분제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신분제도의 문제들 가운데 배치되어 있었고, 특히 이번 세계사회포럼은 물 사유화의 문제가 커다란 이슈 중에 한가지였다. 인도 역시 마실 수 있는 물을 구하기 어려웠고, 물과 에너지에 대한 사유화 반대포럼이 그렇게 많이 열리는 행사장안에서도 물을 사먹어야 하는 씁쓸한 상황이었다.
세계사회포럼이 아직까지 논쟁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고, 대안을 찾기 위한 논의들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지만 부문별로 국제적인 논의가 활성화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거스르기 위한 네트워크들이 형성되고 있으며 지역적인 수준의 활동까지 공유되고 있는 지금의 성과를 인정해야할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앞으로 더욱 높은 수준의 활동을 도모하며 전세계적으로 세차게 몰아치는 자본의 세계화를 희망의 세계화 민중의 세계화로 나아가게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