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과 노동의 재편, 그리고 그로 인한 빈곤층에 대한 한시적 대책이 전부였던 체제가 '생산적 복지'였다면 참여정부의 '참여복지'는 급속도로 양산된 빈곤과 노동의 불안정성을 구조화하고 고착화시켜왔다. '참여복지' 체제는 단 일년의 기간동안 이러한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참여복지 5개년 계획안'은 '참여복지 공동체 구축'을 정책목표로 두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추진과제로써 △사회보장제도 내실화 : 기초보장체계의 정비, 복지서비스 선진화, 사회보험의 성숙화, △복지인프라 구축 : 복지전달체계구축, 복지재정의 확충, 민간자원의 활성화 △복지서비스확대 : 문화기본권 신장, 정보격차해소, 저소득층 주거복지 확충을 들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5년간의 장기적인 계획이라고는 전혀 보여지지 않는 이미 제시된 적이 있는 제도나 현재 진행중인 것들로 구성되어 있을 뿐이다. 그나마 현황과 그에 대한 분석이 옳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추진과제와 개선방안에 있어서는 그와는 별도로 부분적이거나 제도의 일부를 바꾸는 식의 내용들을 내놓았을 뿐이다.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바인데, 참여복지가 그렇듯이 '참여복지 5개년 계획' 역시 철학과 비젼이 없거나, 또는 이제 더이상 '복지정책'에 대한 철학과 비젼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향후 5년간의 전반적인 복지정책을 좌우하는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복지정책의 방향도 없이 그저 분야별, 부서별 사업을 이름만 바꾸어 모아놓은 것 이상이 되지 못하였다. 이는 국민의 다수가 빈곤층이며, 실업자와 비정규직으로 불리워지는 현실을 눈감아버린 탁상행정의 전형일 뿐이다.
참여복지 5개년 계획은 1)사회복지행정 및 재정, 2)기초생활보장, 3)사회복지서비스, 4)사회보험, 5)관련복지정책(농어촌복지, 주거, 문화, 정보, 근로자복지, 여성등을 포함)으로 구분하여 복지정책을 다루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 사회복지재정과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복지재정 : 근본적인 재정확충 계획이 없는 사회복지 재정안정화는 있을 수 없다.
한편 참여복지 5개년 계획에서는 사회복지재정문제에 대하여 재정안정화와 지속성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사회보장예산의 확보 문제는 사회복지제반 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적인 기반일뿐만 아니라 복지서비스가 되든, 급여가 되든, 그것의 수혜자에게는 실질적인 생활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보장예산은 국민으로 표상되는 노동자·민중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고, 사회적 필요의 수준에서 결정되어져야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회보장예산은 '경제성장우선'의 가치에 밀려 '노동자·민중의 필요' 수준이 아닌 '정부와 자본의 필요'의 수준에서 결정되어져왔다.
이번 참여복지 5개년 계획에서 다룬 사회복지재정문제의 방향 역시 실망스럽게도 '정부와 자본의 필요'라는 방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재정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건전하고 안정성 있는 재정정책'을 방향으로 잡고 있는데, 이러한 방향은 결국 필요에 의한 '목표성'보다는 '현실성'을 채택하겠다고 함으로써 사실상 낮은 복지예산을 합리화하는 것으로 보여질 뿐이다.
한편 정부는 현재 복지체계가 복지 취약부문과 과다부문으로 불균형하게 구성되어 있다고 보고 이를 '균형있는 복지체계'로 구축하기 위하여 취약부문에는 선별적 예산투자를, 과다부문은 과감한 개혁을 시도하겠다고 한다. 즉 복지 취약부문인 복지서비스분야, 공공부조에 대한 투자확대, 국민연금,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의 보험료인상, 급여율인하등으로 수익자 부담을 늘림으로써 재정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서비스와 공공부조에 대한 선별적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보험을 재정 과다부문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연금, 고용보험등에 대한 재정지원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고, 건강보험 역시 보장성이 극히 낮은 현실에서 이를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 국민연금 가입대상자의 40%가 연금보험료도 내지 못하는 빈곤계층이고, 건강보험으로는 백혈병, 암과 같은 질환의 치료비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고급여-저부담'이나 '도덕적 해이'라 지칭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재정안정화를 말하기 이전에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적극적인 예산지원과 근본적인 의료체계개선등이 이루어져야한다.
또한 사회복지재원을 자영업자 조세투명성확보, 재산과세 강화와 로또복권 판매 수익금등을 통하여 확보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복권 판매 수익금을 사회복지재원화 하겠다는 것은 한탕주의를 경계해야할 정부가 오히려 투기적 분위기를 조장하는데 한몫하게 될 뿐이다. 한편 조세투명성 확보나 재산과세 강화는 필요한 부분이나 조세는 결국 노동자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만큼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자본으로부터의 재원마련 경로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 빈곤의 근본적인 문제를 정당화하고 표피적이고 부분적인 개선에 한정되어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현재 유일한 공공부조제도이다. 참여복지5개년 계획에서는 기초법이 대표적인 공공부조제도이기 때문에 향후 경제상황이 호전되더라도 기초법에 대한 역할기대는 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참여복지 5개년 계획은 기초생활보장의 문제점을 부양의무자 기준 및 최저생계비 기준 등 선전기준의 불합리성, 소득환산율의 설정논리의 자의성, 급여의 불충분함 등을 들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①합리적인 최저생계비의 설정, ②부양의무자 기준의 개선, ③재산의 소득환산 보완, ④주거급여의 현실화, ⑤복지행정정보시스템의 개선, ⑥모니터링 및 평가체계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참여복지 5개년계획이 제시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개선 방향의 문제점은
첫째, 근본적인 문제를 정당화하며 표피적이고 부분적인 개선에 한정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양의무자 기준이다. 빈곤의 책임을 국가가 지고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을 국민의 권리를 명시한 법에서 빈곤의 1차적 책임을 가족에게 부과하고 있는 것은 법 정신에도 어긋난다. 즉 부양의무자 기준은 개선이 아닌 폐지되어야 한다. 조건부수급자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으며, 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의 기준이 되는 최저생계비 현실화에 대한 계획도 부재하다.
둘째, 이러저러한 합리적인 기준으로 개선하려는 듯 보이나 5개년 계획을 통해 확대되는 수급자수는 현재 140만에서 160만~180만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것도 5년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최소 500만에 이르는 사각지대 빈곤계층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보여주기 위한 탁상정책에 다름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