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은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
'고용'문제와 '일자리 만들기'가 화두이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2월 10일 '정부는 일자리만들기를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경제·사회·산업정책 전반을 포괄하는『일자리만들기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일관성 있게 지속 추진한다(협약 1장)'한다는 내용의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을 발표하였다.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은 지난 12월 26일 노무현이 2004년 경제운영계획에서 일자리 창출을 최대화두로 제시하며 기업에 대한 투자확대와 서비스산업에 대한 지원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이후에 재계는 대기업 임금동결과 안정적 노사관계 구축,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한 칠레 FTA비준 등을 촉구했고, 이는 결국, 지난 2월 8일 노사정위원회의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번 사회협약은 정부와 사용자(경총), 노동계(한국노총)의 참가 속에서 입안되고 발표되었다.
지난 1998년 민주노총의 동의하에 이루어졌던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법의 법제화를 이룩하였던 '노사정대타협'이후, 비록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사회협약의 이면에는 '일자리'만들기에 대한 이데올로기,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회협약을 강요하는 이데올로기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사회협약에서는 정부와 자본이 '일자리'창출에 힘을 쏟은 안이라기보다는 자본의 자유로운 비정규직 사용을 더욱더 보장하여 노동유연화를 강제하고, 노사정타협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노조운동의 무력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사회협약' 그 자체에 중심을 놓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파견법 사용제한을 무제한으로 법제화하겠다는 노동부의 발표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추진배경
2004년 들어 다시 실업률이 급증하고 있다. 전체 실업률은 3.4%, 청년실업률은 8.9%에 육박한다. 실업률 통계자료의 특징은 신규실업자의 급증과 청년실업, 여성, 고령자층 실업률의 급증과, 구직기간이 짧은 실업자의 높은 비중으로 요약된다. 2003년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청년 실업률(15세 이상 29세 이하 경제활동인구)은 2003년 8.9%로 전년대비 0.9%증가하였고, 고령자층(55세 이상 64세 이하의 경제활동인구)의 실업률은 2003년 2.4%로 전년대비 0.3% 증가하였고, 구직기간 3개월, 6개월, 9개월, 12개월 이상으로 분류했을 때, 구직기간 3개월 미만인 실업자수는 49만명으로 전체 구직자의 63% 이상을 차지, 이러한 단기구직자는 98-99년 최정점에 달했다가 이후 감소세 지속되다 2003년 다시 급증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이를 통해 정부는 고임금구조로 인한 신규고용창출 여력이 부족한 상황을 지적하고, 여성과 고령자층, 장애인 등의 잠재적 인력의 활동방안이 시급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현재 실업은 불안정한 일자리와 소득으로 인한 단기 취업과 실업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의 상황은 강제퇴출 노동자가 급증하고 부부 맞벌이가 필수적이며 심지어 온가족이 일터로 나서야 빈곤을 겨우 벗어나는 현실 속에서, 여성, 고령자층, 장애인 등의 주변 노동력이 대거 실업-반실업 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노동의 불안정화가 취업의 필요를 유인하고 있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실업률이 잠시 주춤했던 것은 산업자본의 자태변환이 동반한 '불안정한' 일자리 구조 속으로 노동자들이 대거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실업-반(半)실업의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소비시장 활성화와 고용창출의 조절문제를 남한사회가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해왔으며, 지금의 실업률 확대, 내수침체-소비위축 등의 위기 상황이 어디서 기인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자본운동의 자태변환과 그것이 유발한 고용구조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실업의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IMF외환위기 이후, 금융화가 남한 사회에서 내수침체, 소비시장의 위축이라는 위기 상황으로 이어지자, 정부는 국내신규투자 확장을 통한 소비시장의 활성화를 과제로 삼게 된다. 김대중 정부가 카드 발행 확대, 벤쳐육성 등으로 소비시장을 활성화하고 투자심리를 자극하여 금융자본의 활로를 모색하고자 했다면, 이러한 거품 붕괴 이후 결과로서 신용불량자 대거 양산, 투자 심리의 위축 등이 드러나는 현재의 조건을 노무현 정부는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가가 관건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내린 답은 국내신규투자 활성화와, 사실상 반(半)실업 상태에 있는 불안정한 노동자 전반의 환상을 작동시켜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길이다.
2004년 7월부터 전면 실시되는 주5일제 도입에 앞서 서둘러 체결된 '일자리 협약'은 결국 노동유연화의 법제화, 노동자투쟁에 대한 판정승으로 점철된 수많은 국가들의 선례를 따라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룩하겠다는 고용 파괴적인 안이며,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 하에 지금껏 추진되었던 구조조정을 완성하고자 하는 노골적 의도를 드러내는 안인 것이다.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의 문제점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협약안은 전문에서 내수부진, 투자감소 등의 어려운 조건과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감소하는 상황, 산업공동화와 노동시장 양극화, 청년실업 증가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협약을 체결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협약안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여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한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고 기업에 대한 조세 및 금융지원으로 기업활동을 지원하여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일자리 만들기 및 임금격차 완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은 부문에 대해 향후 2년간 임금안정에 협력하고, 경영계는 투자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고용조정을 최대한 자제하며, 정부는 기업규제 완화 및 사회안전망 확충에 노력한다는 것이 일자리 협약의 주된 내용이다.
협약안은 주로 일자리 만들기를 위하여 기업과 노조가 한발씩 양보하고, 이를 정부가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맞추어져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를 한 꺼풀만 벗겨보면 바로 자본에게는 기존에 자본이 요구한 규제완화와 비정규직사용을 정당케 하는 것으로, 노조에게는 투쟁을 자제하라는 것으로, 정부는 일자리 만들기가 아니라 비정규직양산과 노조 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각종 조정능력을 발휘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에 다름 아니다.
첫째, 고용효과는 거의 없고 노동의 효율성을 위하여 짜 맞춘 협약이다.
협약은 고용진작을 위하여 인력운영을 효율화하고 체계화한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없는 성장의 원인으로 기업들의 비용절감을 위한 고용의 축소를 스스로 지적한 바 있는 상황에서, 기업투자 핵심제한요소를 노동의 경직성으로 보는 것은, 일자리의 실질적 창출에 정부는 아무런 관심이 없음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또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여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니 자체적으로도 모순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도 모르게 진실을 토로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리 기업이 잘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고용의 확대나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결코 귀결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고용의 확대나 삶의 질 향상은 '협약'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둘째, 노사정협약을 통하여 노조를 통제하겠다는 발상이다.
협약은 노동계가 일자리 만들기 및 비정규직·중소기업 근로자와의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은 부문에 대해서는 향후 2년간 임금안정에 협력한고 약속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대기업노조 죽이기에 대한 관점이 여실히 투영된 약속이다. 현재의 노동자의 임금격차의 원인을 몇몇 강성노조 대기업노동자에게 돌리면서 정권과 자본은 계속적으로 대기업노조를 포섭, 순치시키려 하고 있다.
또한 협약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법과 원칙','대화와 타협'의 노사문화를 정착하여 노사관계 안정에 노력한다고 하였다. 과연 남한의 실업의 문제가 노사관계의 불안정에 있는 것인가? 이미 남한 자본주의 경제위기와 정권과 자본의 위기관리 실패로 실업과 반실업을 반복하는 불안정노동자들이 800만에 육박하고, 절대적 빈곤층이 500만명이 넘어선 지금에서 실업의 문제를 다시금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어불성설의 논리이다.
셋째, 비정규직 더욱더 양산하겠다고 공언하는 협약이다.
공공, 복지,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를 확대하겠다고 말한다. 지금 창출하고자 하는 일자리들은 주로 사회적 일자리라고 표현되거나 벤처산업을 육성하는 것으로서, 벤처산업 육성은 이미 지난 아이엠에프 때 허구성이 드러난 바이다. 그 자리에 취업한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단순노동에 시달리다가 IT산업의 거품이 걷어지면서 다시 실업자가 되었다. 이제는 서비스업을 확장하겠다고 하는데, 서비스업은 이미 80년대 말에 기혼여성을 받아들이면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그리고 비정규직화로 점철되어 왔다. 서비스업은 이미 사회적으로 확장되어 있고 앞으로 신규노동력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자본과 정권은 이것을 마치 신규일자리를 새로 만들어주는 특혜를 주는 듯 주장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저임금과 불안정노동이어도 된다고 말한다.
넷째, 정부가 NGO를 통해 실업운동을 대체·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협약에서는 '일자리만들기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예전의 '실업운동국민운동본부'와 같은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당연히 창출되어야 할 일자리를 마치 시혜를 주는 것처럼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주고, 권리의 주체인 실업노동자들을 배제하여, 실업노동자의 폭발적인 불만을 오히려 잠재우는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를 민간에서 대행해서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정권과 자본의 책임을 민중들에게로 돌리고 '돈'을 매개로 해서 시민단체들로 하여금 대리하게 한다면, 정권으로서는 위기관리를 너무나 '훌륭하게 하는 셈이다. '실업노동자'를 비롯한 '불안정노동자'들이 '권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