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철폐 투쟁- '차별에 저항'하는 전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녀를 마주했다. 새로 이사한 혜화동 사무실 텅빈 공간에서 만났다. 오이도역 장애인리프트 추락참사를 항의하기 위해 2001년 2월 6일 서울역 철로점거를 한 후에 검찰로부터 나에게는 벌금 3백만원, 옥란이는 150만원의 벌금 통지서가 날라왔다.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함께 참여단체가 모여 논의하기로 했다. 함께 논의하기로 한 단체들은 오지 않아서 둘이서 마주보고 있었다.
'어찌할래?' '먹고 죽을 돈도 없다. 그리고 난 떳떳하다. 그냥 들어가서 살자'
대답은 간단했다. 검찰로부터 온 기소에 대하여 재판청구도 하지 않고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그리고 벌금을 내지 않아서 수배가 떨어진 후에 그녀는 검찰로 자진 출두하여 벌금만큼 구치소에서 살겠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녀를 구치소에 살리지 못하고, 검찰이 제공하는 봉고를 태워서 집으로 다시 보냈다.
그러했다. 그녀는 자신의 투쟁에 대하여 불법이든 합법이든 언제나 당당했다. 그리고 더 이상 빼앗길 것이 없었기에 두려움이 없었다. 가난과 병, 장애와 여성, 그리고 이혼과 아들에 대한 그리움. 이 모든 것은 그녀를 이중삼중의 외로움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전화가 온다. 지하철 리프트가 멈추어서 역장과 싸움 중이니 사람들을 좀 지원해 달라고, 추운 겨울 더 이상 기만적인 수급권 대상자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조차 살수 없으니 이것을 폭로하는 투쟁을 하고 싶다고... 함께 투쟁하자고!
그녀의 투쟁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차별 받는 자들의 고통을 그대로 폭로해내는 투쟁이었다.
그리고 절실했고 치열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 죽음마저도 공권력으로 묻어버렸다. 노제도 지내지 못하고 경찰들에 의해 화장터로 향하였다. 그리고 이제 그녀의 투쟁도, 죽음의 의미도 기억하는 이들은 점점 사라져간다. 단지 어느 불쌍한 장애여성의 안타까운 죽음에 바치는 하나의 눈물이외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야만적인 차별의 칼을 보검처럼 휘두르며, 신자유주의의 절대가치를 신봉하며 자본의 탐욕을 합리화하는 세상에서 장애인은 개처럼 살아가고 있는데, 그녀의 투쟁과 죽음은 한낱 먼 기억처럼 이야기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광풍이 휩쓸고 있다. 미친 바람이다. 가진 자들의 보수수구 부패정치 판을 그들 나름의 '민주와 반민주'로 교묘하게 치장하면서 무협지를 연상하는 '올인' 게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다. 오직 판단의 기준은 탄핵무효를 외치는 촛불을 드느냐 아니냐이다. 그것은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는가 아닌가의 용광로에 모든 가치판단이 녹아버렸던 가까운 과거를 연상케 한다. 그 광풍의 어느 한줄기도 민중의 척박한 삶을 달래줄 한 가닥의 희망으로 다가오지 않는데 선택은 오로지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3월26일. 그녀가 그 절망을 뒤로하고 간지 2년째이다. 이제 다시금 투쟁을 준비한다.
광풍으로 인해 더 외롭고 힘든 싸움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목소리로, 우리의 물리력으로, 우리의 깃발을 대한민국의 심장부에 꽂을 것이다. 자본의 세상을 변혁할, 시대모순을 극복하는 '차별철폐'투쟁을 해 나가야한다. 장애인의 투쟁이 불쌍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차별에 저항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밝혀야한다.
3월 26일부터 4월 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노숙 투쟁으로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을 벌려나갈 것이다. 그 현장에서 과거의 최옥란열사가 아니라 현재 투쟁에서 최옥란 열사를 만나고 싶다. 그녀를 현장 투쟁에서 부활시켜야 한다. 그래서 이 싸움을 '차별에 저항'하는 전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차별 받는 자들의 권리를 향한 연대전선에서 자본을 근본적으로 변혁할 물리력으로 만들어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