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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3 호 - 2004.06.30



국민연금 폐지 논쟁과 노후보장의 공공성




   조회 : 3107 주은선(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연구원)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민연금의 8대 비밀’이란 매력적인 제목의 글이 대체로 오해에 기초한 것임이 어느 정도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촉발시킨 국민연금에 대한 반감은 별로 줄어들지 않은 것 같다.

주요 포털사이트들의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연금 폐지에 대해서만큼은 유례없이 높은 수준의 일치된 여론을 보여주고 있다.현 제도는 전두환 군사정권에 의해 국민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도입된 후 그 발전경로를 그대로 유지해 온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이 현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확산되는 것을 억울해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논쟁을 변명과 회피로 일관하기보다는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논의의 장을 여는 계기로 만들 책임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터널에서 생활이 어려워 보험료를 내지 못한 장기체납자들은 진작에 납부예외자로 전환되었어야 한다.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차압조치는 국민연금제도의 성격이 어떤 것이 되었든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또한 자영자에 대한 소득파악률 제고라는 이름 하에서 자의적으로 이루어진 일방적인 보험료 변경 또한 정부의 실적위주 사고에 기인한다.

필요한 것은 자영자의 소득파악이지, 공단 직원들을 보험료 인상 건수 올리기로 내모는 것이 아니다.정부는 국민들이 사회보험의 연대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불평하기 이전에 그들 스스로가 국민연금에 대해 무엇이라 말했었는지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민간연금상품 모집인과 다를 바 없이 국민연금이 다른 어느 민간 연금상품보다도 수익률이 높은 상품이라 선전하면서, 당장의 실적을 올리기에 급급했던 그간의 정부의 행태로 볼 때 국민들이 국민연금을 개인저축과 같은 사적재산권의 영역이 아닌 ‘사회적’인 어떤 것으로 인식하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국민들은 단 한 번이라도 정부가 제공하는 제대로 된 공교육, 의료 및 소득보장 등을 누려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자신들이 낸 세금의 혜택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상황에서 사회보장제도로서 국민연금제도가 존재이유를 설파하는 것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런지...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도대체 현국민연금제도가 사회적 보장기능을 실제로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내용이 갖춰져 있다면 국민적인 설득은 시간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노인 중 연금수급자 비율은 채 10%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저소득 노인들은 대체로 여기에서 배제되어 있다. 게다가 불안정고용이 확대되고 임금양극화가 심화되는 현 상황에서 다수 영세사업장 노동자 및 불안정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노동이력 때문에 연금제도에서 배제되거나 낮은 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불안정고용 노동자들은 사업장 가입자가 아니라 지역가입자로 편입되어, 사용자와 피용자 반반 부담이 불가능해지면서 국민연금보험료를 온전히 임금에서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용자들과 함께 이들 노동자들이 국민연금 가입 회피를 선호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다.

즉, 현재의 빈곤이 노후에 그대로 재생산되는 현재의 메커니즘을 지금의 국민연금제도는 전혀 개선할 수 없다. 물론 최저등급가입자에 대해 10년 이상 가입시 10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하는 등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급여율을 적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최저등급소득은 22만원으로서 100% 급여를 받는다하여도 여전히 저소득층의 연금절대액은 매우 낮다. 현 연금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 노후보장은 여전히 미비하며 노후보장의 불평등 및 노후빈곤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ㆍ급여인하를 기조로 하는 정부의 연금제도 개선안은 국민연금제도의 공공적 성격 강화,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빈곤의 완화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 경향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만약 공적연금제도를 사회보장제도로서, 연대의식에 기초하여 운영되는 것으로 인식하도록 만들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국민들을 말로 설득하기보다는 근본적인 제도 개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감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국민연금의 제약과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따라서 현재 국민연금을 둘러싸고 제기된 논쟁은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적 성격의 강화 및 불안정노동층에 대한 보장능력 강화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로, 좀 더 근본적인 개혁에 관한 것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우파진영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이용하여 국민연금의 폐지 혹은 규모 축소를 통해 연금시장의 팽창을 도모하고 있다. 공적연금 축소→사적 저축(사보험 등) 확대→ 이윤확대, 투자확대, 라는 자본 진영의 논리가 바야흐로 대중들에게도 전파되고 있다. 이제 국민연금에 대한 근본적인 논쟁은 연금제도의 시장화 저지 및 공적 노후보장의 중심성을 확고히 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 되어야 한다. 국민연금의 소득비례적 성격, 시장적 성격 강화를 통해 노후보장 영역을 자본시장 확대 및 이윤확대의 수단으로 만들고자 하는 흐름에 맞서 좀 더 강화된 형태의 평등주의적이고 연대주의적인 방식의 노후보장 실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노후보장의 공공성 실현을 추구하는 정치세력의 문제이다. 프랑스나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진행된 것과 같은 공적연금 삭감에 맞선 노동자들의 격렬한 투쟁을 공적제도에 대한 불신과, 정서적 거부감을 갖고 있는 한국의 대중들에게서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정치적 지체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노동자 민중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탈시장성, 연대성에 근거한 노후 보장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설득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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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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