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국제에이즈회의 참가를 앞두고
올 7월 태국에서는 2004 국제 에이즈회의가 개최된다. 2년마다 1번씩 열리는 국제회의에는 세계 지도자와 각국 정부관료와 과학자, 활동가, HIV 감염인 등 2만명의 대표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전 세계 4000만명의 HIV감염인 중, 600만명의 AIDS환자는 치료제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이들의 93%이상이 좀처럼 약을 먹지 못한다. 국제기구와 각국의 정부는 에이즈를 퇴치하기 위한 대책을 고심하고자(?) 벌써 15번째를 맞이하는 국제 에이즈회의로 모일 것이다.
'모두에게 치료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이번 회의의 주제인만큼, 값싼 복제의약품(제네릭)의 공급과 지적재산권이 다시 화두에 오를 것이다. 에이즈인권모임 나누리+에서도 HIV감염인과 AIDS환자의 인권과 치료권은 좀처럼 보장되지 않는 한국의 반인권적 에이즈정책을 규탄하고, 전세계 민중의 치료접근권을 요구하고자 2004 국제 에이즈회의에 참석 예정이다.
다분히 인권침해적인 한국의 에이즈관리정책
이 땅에 HIV/AIDS가 발생한지 20년째, 2004년 3월 현재까지 발생한 총 감염인은 2,679명이다. 한국정부는 감염인과 에이즈환자를 '도덕적 타락의 결정체이자 죽음의 바이러스를 옮기는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으로 만들었다. 에이즈 예방법은 감염인과 환자를 보호하고 치료하는 법이 아니라, 오로지 일반국민을 위해서 감염인과 환자를 관리감시, 차별하는 법이다. 한국정부는 에이즈 국제회의에 가서 당당하게 떠들어왔다. 한국은 모든 환자에게 무상으로 치료제를 공급하고 있다고.. 그러나, 그들은 진실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강제검진과 관리감시체계를 두고 있고, 모든 감염인과 환자의 정보와 위치를 속속들이 파헤치려 든다.
직장과 집을 불시에 방문하여, 감염사실을 쉽게 누출해버리곤 한다. 또한 강제검진은 물론, 감염인이 거주하는 곳에 들어가서 강제조사를 실시하는 것과 이를 거부하는 경우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진정으로 감염인과 환자들이 살 수 없는 것은, HIV라는 바이러스와 이로 인한 면역결핍이 아니라 차별과 편견, 그리고 냉대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다.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이거니와 한국정부는 감염인의 노동할 수 있는 권리마저 박탈하고 있다. 공기로 전염되는 것도 아니건만, 정부는 공중과 접촉이 많은 업소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침해와 차별만을 조장하는 감시 위주의 에이즈 예방법은 오히려 감염인을 더욱 음지로 숨게 할뿐이다. 감염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정부는 굳이 실명으로 환자를 관리하려 하고 있고, 그들의 인권이 어떻게 지켜지는지에 대해서는 추호도 고민치 않고 있다. 보호해줘야 할 감염인의 정보는 만천하에 노출될 위험을 갖게 되고, 노출될 경우 감염인의 사회적 생명은 끝이라 생각해 노출을 두려워한 신체 건강한 감염인들조차 자신의 병을 숨기게 된다.
이것이 한국정부가 그토록 자화자찬하던 예방법의 실태이다. 차별과 억압, 불이익만 창출하는 한국의 에이즈관리정책에 인권, 복지의 요소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무상공급 앞으로 쭈욱 이뤄질 것인가?
한국정부가 그토록 성과라고 치세우는 '에이즈 치료제 무상공급' 앞으로도 쭈욱 이뤄질 수 있는가? 이제껏 HIV 감염인이 500명이 발생하는데 최소한 10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채 1년이 넘지 않고 있다. 작년만 해도 신규감염자는 535명이다. 현재의 감염인 발생추세를 볼 때, 에이즈치료약에 대한 무상공급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인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보험급여를 점차 줄여가고 있으며, 슬그머니 환자 개인의 부담으로 떠넘겨 왔다. 에이즈 관련 인력과 예산을 확충하지 못할 경우, 에이즈환자의 생명은 내팽개쳐질 것이다.
지금 세계민중에게 필요한 것은? Free AIDS Drug!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에이즈환자는 치료제가 없어서 죽어가는 것이 아니다. 몇몇 초국적 제약사의 특허권으로 인해 자신의 생계비보다 몇배 혹은 몇십배 비싼 약값을 지불할 수 없어 죽어간다. 세계연합(UN)은 2001년 에이즈, 결핵 및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세계기금으로 '글로벌 펀드'를 설립했고, 제 6대 세계보건기구(WHO) 이종욱 사무총장은 핵심사업으로 2005년까지 3백만명의 에이즈환자에게 의약품을 무상으로 공급하기 위한 세계 에이즈 퇴치프로그램 "3 by 5"를 추진하고 있다.
UN과 WHO의 무상공급은 긴급히 필요하지만, 이들은 모든 환자들이 의약품을 먹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전세계 약을 먹고 있지 못하는 에이즈환자의 93%이상에게 치료제를 공급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글로벌펀드와 에이즈 퇴치프로그램으로 고가의 특허의약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정말로 민중이 사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의약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 곳곳의 환자와 민중은 강제실시를 활용하고 복제의약품을 생산하여 의약품을 싸게 공급하기 위한 투쟁을 벌였다. 바로 태국,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 모잠비크, 태국 등 각국에서는 스스로 에이즈치료제를 싸게 공급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WTO의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 보다 더욱 강력한 자유무역협정(FTA)를 통해 환자들의 투쟁과 각국의 노력을 수포로 돌리고 있다.
FTA를 통해 TRIPS협정보다 더욱 강력한 특허권 보호를 요구하고 복제의약품 생산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제약자본만을 위한 FTA가 체결된다면, 수백만 명의 에이즈환자들은 약을 두고도 죽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한국정부와 각국정부에게 요구한다. 한국정부 역시 신자유주의의 전도사를 자처하며 경제자유구역법을 통해 의료를 개방하고, 자본의 이익만을 위한 FTA를 체결하려한다. 뿐만 아니라 부시의 패권주의와 군사주의를 지지하고,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 이라크인들의 생명과 주권을 빼앗는데 수천억 원을 들이부었다.
반면 'WHO 수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국제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헌신과 기여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펀드"에 고작 3억원을 지원했다. 미국은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2700만 미국인의 의료비용만큼을 이라크전쟁에 쏟아부었다. 노무현 정권은 '국익과 이라크의 재건'을 위해 김선일 씨의 생명을 내주었다. 한국 민중들은 생명보다 우선하는 국익은 없다며 전쟁과 파병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라크 민중들은 군대에 의한 재건을 원하지 않는다. 한국정부의 반인권적 태도는 만천하에 공개되었고, 우리들을 전범국의 국민으로 만들었다. 노무현 정권은 수만 명을 죽이는데 수천억 원을 쓸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 약을 못 먹고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데 수천억 원을 써야한다. 노무현 정권은 이라크 파병군대를 철수시키고,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환자를 살리기 위한 글로벌 펀드에 수천억원을 지원하라!
또한 각 국 정부는 에이즈환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FTA체결을 중단하고, 각국에서 싼 에이즈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해야한다. UN과 WHO는 시혜적인 접근이 에이즈 치료권을 근본적으로 보장할 수 없으며, WTO와 FTA에서 의약품을 제외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세계은행과 IMF여, 아프리카 민중들의 생존을 옭아매는 부채를 탕감하라! 이후 개최될 2004 에이즈 국제회의에서, HIV/AIDS인권모임 나누리+는 "후천성 인권결핍증"에 걸린 한국정부를 강력히 비판할 것이다. 나아가 그 자리에 모인 다른 나라의 모든 저항세력, NGO, 감염인들과 함께 진정으로 모두가 치료접근권을 보장받기 위한 방안을 요구하고 지구적 행동을 펼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