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미국 대선이 끝나고 팔루자는 다시금 불타기 시작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다시금’이 아니라 ‘더욱 격렬하게’ 불타는 것이다. 오직 언론에 의해서만 ‘다시’ 전투가 시작되었을 뿐이다. 2003년 3월 20일 미국이 개전을 선언하기 전부터 10여년 넘게 이루어진 경제봉쇄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하자. 하지만 적어도 작년 5월 1일 미국이 ‘종전’을 선언한 후 지금까지의 시간에 대해서는 말해야 한다. 평화롭게 ‘재건’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도되었던 그 어느 하루도 전투는 끊이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시외곽이 모두 봉쇄되고 열 개의 집 중 하나가 폭격으로 무너지고 길 위에서 움직이는 모든 생명에게 총질하고 저항군이라는 딱지를 붙여 14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체포한다는 팔루자에서의 소식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의약품이 고갈되고 식량, 식수가 공급되지 않고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살아있다는 것이 과연 다행인지 모를 상황이 팔루자에서만 벌어지는 일도 아니다.
11월 초, 자이툰 부대를 방문하고 돌아온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이번달 안으로 파병연장동의안을 국회에 상정하고 12월 중으로 자이툰 부대 본대 2진을 출국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저지른 전쟁범죄만으로도 평생 갚아도 모자랄 죄를 지었는데 철수가 아니라 파병을 연장하겠다고 한다. 사실, 이미 지난 7월 국방부는 “파병은 전쟁의 정당성을 인정했다기보다 국익을 생각하고 한미동맹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내린 판단”임을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자이툰 부대가 4개월만에 귀국하게 되면 국제적으로 이라크에 파병했던 정부의 대의명분에 손상이 온다”며 파병연장을 추진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전쟁에 참여하고 학살에 동참한다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역설이겠지만 그래도 따져묻고 싶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이며 누구를 위한 파병이냐고 말이다. 이라크의 재건을 돕고 이라크인들에게 봉사하기 위해서라는 거짓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라크 평화재건사단’이라는 정식 명칭을 가지고 있는 자이툰 부대의 ‘친절한’ 모습을 뉴스를 통해 보도하는 일은 더 이상 불가능할 것이다. 미국과 이라크 임시정부의 비상사태 선포로 현재 모든 활동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이 사태가 소강국면에 접어든다 하더라도 한국군 파병 자체가 이라크전쟁의 정당성을 지지하는 정치적 행위임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1천명 이상 파병한 국가 중에서 철군 계획을 밝히지 않은 곳은 한국과 네덜란드 뿐이다.
세계 3위의 파병국이라는 훈장으로 부족해, 세계 유일의 추가 파병국이 되려는 것이 한국이다.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학살과, 인간의 정치적, 사회적 권리를 짓밟는 모든 조치들을 앞장서서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라도 한국의 민중들을 위한 것인가. 파견직 보호하겠다면서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공공의료를 확대하겠다면서 영리병원과 민간의료보험제도의 물꼬를 터준 것이 혹시라도 미안했을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파병한다던 논리는 이미 허구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오히려 더욱더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다. 국가의 의무를 모두 내팽개치고 2천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으며 파병을 강행하는 것에 더 이상 이유를 갖다붙이는 작태를 쳐다만 볼 수는 없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양심을 교육할 권리와 의무를 빼앗’기고 ‘테러의 위험이 증폭’되고 ‘전범국가의 국민이 되’어버린 현실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또한 그 2천억원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기 위해 비어가는 사회복지예산은 빈곤층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2005년 3월 20일로 예정된 이라크전범 국제민중법정에 발맞춰 한국에서도 부시,블레어,노무현 전범 민중재판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단지 전쟁범죄사실을 밝혀내어 잘잘못을 가리기 위함이 아니다. 전쟁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반전운동을 이어나가자는 운동이다. 그럴 때만이 전쟁을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들끓는 분노가 식어내린 후에도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저항은 계속되어야 하고 종전을 단 하루 앞당기는 것이라 해도 우리는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파병연장 동의안 저지 투쟁으로 ‘다시금’ 나서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