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와 기업만을 위한 의료제도를 만드는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즉각 해체하
라 
 
  의료를 기업의 이윤 창출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국민의 기본적인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10월 5일 첫 회의를 개최하고, 본격
적인 활동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의료산업선
진화위원회가 국민 건강권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것이라고 판단하며, 즉각적인 
해체를 요구한다. 

  첫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구성의 편파성이다. 위원회는 정부위원 10명과 
민간위원 20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일관되
게 의료의 상업화와 기업화를 요구해 온 친기업 인사들과 업계 인사들이다. 특
히, 삼성서울병원장은 지난 2002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연
간 해외원정진료비 지출이 1조원에 달한다”는 거짓통계를 유포시키면서 정부
의 허황된 의료산업화정책을 촉발시킨 장본인 중의 한 명이다. 삼성서울병원장
은 그 이후에도 “의료가 시장 원리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해 오고 있다. 최근 생명공학연구의 윤리 지침을 위반하고, 연구비 불법 사용 
의혹을 받고 있는 미즈메디병원 이사장도 민간위원 중의 한 명으로 포함되어 
있다. 이사장 역시, “의료가 자유시장체계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리의료의 전도사이다. 심지어는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서 국민의 기본적인 보
건의료수요를 형평성 있게 충족시킬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민간대학
병원과 별다른 차별성을 보이지 않는 서울대병원 원장도 포함되어 있다. 학계
와 연구기관 소속으로 분류된 5명의 민간위원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의 대부분
은 의료산업화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수립해 온 정부 산하 기관의 장이거나 의
료산업화정책과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인사들이다. 나머지 민간위원들도 제
약회사 사장, 의료기기회사 간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회장 등의 직접
적인 이해당사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의료산업화를 통해 경제적 부를 창출할 
기회를 잡으려는 이해당사자들로 구성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앞으로 무슨 
활동을 할지는 자명하다. 이들에게 ‘국민의료보장 강화’는 관심사가 아니
다. 이들은 국민의료보장 강화에 대한 활동을 해 온 적도, 이에 대한 고민을 
해 본 적도 없다. 이들은 ‘의료에 대한 기업의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
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국민의료보장 강
화가 기업의 이윤 창출에 걸림돌이 된다면, 언제라도 내동댕이칠 수 있는 사람
들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상정하고 있는 정책의제의 반(反)국민적 본질
이다.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의 보건의료서비스제도개선소위원회에서는 주식회
사 병원을 포함한 영리법인 병원 설립, 의료기관의 영리적 부대사업, 의료광
고 확대 허용 등을 주된 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이들 정책의제는 한결같이 의
료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의료의 양극화를 부추기며, 국민의 의료이
용을 왜곡하는 것들이다.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외국과 비교하기 낯 뜨거울 정
도로 공공성이 취약한 상황이다. 의료의 영리성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전체 의료가 극단의 영리성을 띠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특히, 최근의 
심각해져 가고 있는 의료양극화는 사회계층간 분열과 갈등을 격화시킬 위험요
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실정이다. 저소득층은 1997년에 비해 의료이용량이 43%
나 감소했고,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23%가 건강보험료를 3개월 이상 체납해
서 건강보험 혜택 중단 대상자로 전락한 상황이다. 병원으로 하여금 이윤을 무
한대로 추구하도록 허용하는 의료산업화정책이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는데 어
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단언컨대, 의료산업화정책은 한국의료를 통제 불능
의 상태로 몰아가면서, 의료를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아니라 국민을 계층화하고, 정당한 의료이용 권리를 축소시키는 ‘사회적 재
앙’으로 전락시킬 것이다. 


의료산업화정책은 부자와 기업만을 위한 정책이다

  기업의료의 천국이랄 수 있는 미국에서는 전체 개인파산의 절반이 질병과 의
료비 문제 때문에 발생하며, 그 규모는 연간 2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의료산
업선진화위원회는 한국의료를 미국과 같은 기업의료, 상업의료의 천국으로 만
들려고 하고 있다.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의 구상대로라면, 앞으로 우리나라 국
민이 아파서 병원을 방문하게 되면, “어디가 아프세요”라는 질문보다 “돈
이 있습니까?” 혹은 “무슨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먼저 받게 될 것이다. 질병에 걸린 국민은 ‘환자’이기 이전에 의료라는 상품
의 ‘구매자’로 전락한다. 구매능력이 없는 국민은 ‘환자’가 될 수 있는 기
회마저 박탈당하게 될 것이다. 

  국내 의료서비스의 발전과 국민의료보장의 강화는 둘 다 놓칠 수 없는 중요
한 과제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둘의 선순환 관계 형성에 노력하기 보다는 일
부 전문병원과 대형병원, 부자만을 위한 고급의료서비스 발전에만 치중하고 있
다. 참여정부의 의료산업화정책을 통해서는 국내 의료서비스의 전체적인 발전
을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의료기관의 경쟁 격화, 수익 창출을 위한 과잉진
료, 수익만을 쫓는 의료제공행태의 왜곡 현상을 심화시키면서 국내 의료서비스
의 질적 퇴보를 가져올 것이다. 게다가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지연시키거나 무력화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부유한 사람의 선호를 충족시키고, 기업과 일부 병원의 수익을 챙겨주기 위
해서 대다수 국민의 권리를 박탈하고, 의료제도 자체를 왜곡시키는 것이 참여
정부의 의료산업화정책의 본질이다. 그리고 이 정책을 추진하는 의료산업선진
화위원회는 ‘부자를 위한 고급의료선진화위원회’, ‘기업의료선진화위원회’
에 다름 아니다. 이에 우리는 국민건강권을 후퇴시키고, 부자와 기업만을 위
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즉각 해체할 것을 요구하며, 이 같은 요구가 관철
될 때까지 투쟁할 것을 천명한다. 
 
2005. 10. 5

의료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