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울화통은 직업병- 유해인자는 자본주의!

노동자 건강사업단 김형렬

어느어느 단체 심포지엄이라 해서 가보면 초청된 OO대학 교수는 노동자들에게 
굉장히 어려운 용어들을 일상용어인양 이야기 하며 모두를 졸립게 만들때가 많
다. 분위기 파악 못하는 것도 큰 병중에 하나라 치면 분명 대학교수들 중에는 
이러한 직업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을 것이다. 이제 직업병이라는 말
은 그리 어렵지 않게 우리 주변에서 들을수 있는 말이 되었다. 이에대해 유기
용제 중독이나, 금속중독, 소음성 난청, 진폐등 우리가 기존에 들어봤던 직업
병과 구분하여 최근에는 직업관련성 질환이라는 용어를 많이 써서 이야기한
다. 이러한 직업관련성 질환의 대표적인 예가 과로사가 될 것이다. 과로사는 
대부분의 원인이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 질병으로 직업병 요양승인을 받은 것
이 1999년에 628명을 차지하여 전체 요양승인 건수의 40%를 차지 하였다. 세계
적으로 과로사가 직업병으로 인정되는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 일본과 우리
나라 정도라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산업의학을 하고 있는 한 교수는 심혈관계 질환이 직업병으로 
인정되는 현실에 대해 개탄을 한다. 그 교수의 논지는 이렇다. 첫째는 여전히 
위에서 언급한 유기용제 중독과 같은 고전적인 직업병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
한 현실에서 보상과 인정영역을 확대하여 오히려 고전적인 직업병에 대해 소홀
히 할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심혈관계 질환의 수혜자들이 대부분 사무직으
로서 그중에 상당부분이 대기업 임원을 비롯한 소위 '어느정도 살만한 사람
들'이라는 것이다. 셋째 심혈관계 질환은 다른 고전적인 직업병에 비해 그 인
과관계를 명확히 밝히기 힘들어(나이에 따른 자연적인 경과로 설명할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주장) 실제 직업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정과 보상을 받게 되
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선의로 해석해 보면 한정된 재
원을 보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한다는 것과(이 교수는 진짜로 노
동자에 대한 애정이 많은 사람이다.) 보다 과학적인 인정기준이 마련되어야 한
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최근 들어 근골격계질환, 과로사, 자살을 비롯한 정신질환, 전자파 장애등 과
거에는 감히 직업병이라 이야기 하기 힘들었던 영역들이 이제는 직업과 관련
된 질환으로 우리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더 진행
될 것이고,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세상의 모든 질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
회와 환경, 직업과 연관을 갖고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러나 이 교수와 같은 생각이라면 우리는 결코 직업연관성을 확대해 가고 노동
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유해 환경에 대해(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사회) 이
야기 할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교수들은, 특히 양심적이라는 교수들은 항상 한정된 파이를 어떻게 나
눌까를 밤을 세워 고민한다. 그러나 켤코 그들의 고민이 풀리지는 못한다. 어
떻게 하면 더 큰 파이를 만들까를 고민하지 못하는 것이 그들의 한계이다.